도요타車 노동조합, ‘2020년 춘계(春季) 노사교섭’ 방침 밝혀
연공서열(年功序列) 중심으로 한 임금 구조에 변화...‘기본급 인상’ 없는 노조원 발생 가능성 감수
과감한 구조 개혁 통해 회사와 업계가 맞은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혀

도요타자동차.(사진=연합뉴스)

조합원 6만9000여명을 거느린 일본 최대의 노동조합, ‘도요타자동차 노동조합’(이하 ‘도요타 노조’)이 임금인상의 관례를 깨고 새로운 룰을 도입할 것으로 보여 일본 제조업계에 일대 파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봄이면 춘투(春鬪), 가을이면 추투(秋鬪)라는 명칭으로 파업에 나서는 한국 자동차업계의 여느 노동조합들과는 달리, 1962년 결성 이래 단 한 차례도 파업에 나선 적이 없는 ‘도요타 노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26일 보도에 따르면 ‘도요타 노조’는 ‘2020년 춘계(春季) 노사교섭’에서 ‘베이스업’(Base-up·기본급 인상)에 사용돼 온 원자(原資·기초 자금)를 ‘5단계’에 나눠 배분하는 제도를 사측에 제안한다. “개선분 베이스업으로 전원 일률적으로 임금을 인상하는 필요성을 잘 생각해야 한다”고 한 사측 입장을 고려해 ‘도요타 노조’ 측도 임금 인상에 적용되는 룰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베이스업’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조어(造語)로, 직무나 근속연수에 따라 정해진 호봉 테이블을 고쳐 씀으로써 종업원 전체의 기본급을 인상하는 것을 말하며 통상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의 교섭에 의해 정해진다. ‘베이스업’ 제도는 ‘직무급’(職務給·연봉제)을 기본으로 하는 서구권 기업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연공서열(年功序列)과 종신고용을 특징으로 하며 종업원 간에 극단적인 임금 격차를 두지 않는 일본형 고용 제도의 대명사로 불려 왔다.

지난 1911년 가이신샤자동차공장(快進社自動車工場·現 ‘닛산자동차’의 전신)이 순수 일본산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래 일본 자동차산업은 1세기에 걸친 역사를 자랑한다. 그러나 최근 ‘CASE’(Computer-Aided Software Engineering·컴퓨터 지원 소프트웨어 공학) 등의 차세대 기술에 대응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빅데이터를 활용한 거대 IT 기업의 발흥(勃興),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 스마트팩토리의 등장 등 산업 전분야에 걸쳐 일어난 지각 변동은 도요타자동차를 위시한 일본 자동차업계에 ‘변화’라는 화두를 던졌다.

‘도요타 노조’가 임금 구조를 바꿀 것을 사측에 제안한 것은 이같은 위기의식 속에서 ‘도요타 노조’ 스스로가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요타 노조’는 ‘베이스업’에 상당하는 임금 개선 분 원자(原資)의 총액을 우선 확보하고 노조원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 따라 ‘5단계’로 나누어 이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즉, 노조원마다 기본급 인상률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평가에 따라서는 ‘베이스업’이 적용되지 않는 노조원도 생김에 따라 노조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내부 불만을 감수하고서라도 ‘도요타 노조’가 ‘임금 구조 수술’에 나선 것은 이같은 구조 개혁을 통해 회사와 업계가 맞은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한편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日本經濟團體聯合會·경단련)는 지난 23일 2020년 춘계 교섭 방침으로 연공서열형 임금의 재검토를 중점 과제로 내걸고 직무에 따라 임금 격차를 둘 것과 성과 중심의 호봉 인상 제도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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