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어젯밤 '汎여권 야합세력' 합의 공수처법 최종안 반대 입장 공개적으로 밝혀...尹총장 직접지시
“공수처에 수사내용 보고하면 대통령-여당이 중립성 훼손하거나 기밀 누설할 수 있다”
“한계를 넘은 4+1 협의체의 공수처 최종안은 절차상으로도 심각한 문제”
“공수처가 입맛에 맞는 사건 이첩받아 과잉수사하거나 부실수사할 가능성도 커”

윤석열 검찰총장./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대검찰청이 25일 '범(汎)여권 야합세력'이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최종 수정안을 두고 “중대한 독소조항”이라며 정면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여당을 포함한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협의체는 공수처 설치에 대한 최종 수정안에 합의했다. 그간 공수처 법안에 대해 원론적 입장을 지켜온 검찰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검 관계자는 이날 밤 출입기자단에 “공수처는 검사 25명과 수사관 40명으로 구성돼 고위공직자에 대해 수사를 하는 단일한 반(反)부패기구일 뿐”이라며 “전국 단위 검찰·경찰 고위공직자 수사의 컨트롤타워나 상급기관이 아니기에 공수처가 검경 수사 착수 단계부터 그 내용을 통보받는 것은 정부조직체계 원리에 반한다”고 밝혔다. 이날 대검의 입장 표명은 윤석열 총장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측은 “공수처가 검경의 수사 착수 내용을 통보받아야 할 이유도 없고, 공수처‧검찰‧경찰은 각자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면서 “압수수색 전 단계인 수사착수부터 검경이 공수처에 사전보고하면 공수처가 입맛에 맞는 사건을 이첩받아 과잉수사를 하거나 뭉개기 부실수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사의 신속성과 효율성 저해, 사건관계인의 인권 침해, 국가 전체적인 반부패수사역량 저해 등의 우려도 높다”고 비판했다.

또한 “검찰은 법무부‧청와대에도 수사 착수를 사전 보고하지 않는다”며 “장시간 내사를 거쳐 수사에 착수하면서 공수처에 통보하게 되면 대통령과 여당이 공수처장 내지 검사를 임명할 수 있는 현재 법안 구조에서 수사의 중립성을 훼손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할 수 있는 위험이 높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기존 패스트트랙안의 중대한 내용을 변경하는 수정안으로 수정의 한계를 넘었을 뿐만 아니라, 위 조항은 사법개혁특벽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사항이 4+1 협의 과정에서 갑자기 포함됐다”며 “이러한 과정은 중대성을 고려할 때 통상의 법안 개정 절차와 비교해보더라도 절차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는 지난 24일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공수처 설치 법안을 합의하면서 윤소하 정의당 의원의 수정안을 최종안으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24조 2항인 “검찰과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대통령과 대통령 비서실,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의 범죄 혐의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을 끼워 넣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은 “밀실에서 야합으로 이룬 날치기 통과”라며 “검찰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기구가 아니라 정권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정치기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공수처가 ‘고위 공직자 범죄무마처’가 될 수 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복 수사가 자행될 것”이라고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26일 새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함에 따라 이날 패스트트랙 법안인 공수처 법 등 검찰개혁 법안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표결은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쳐질 전망이다. ‘4+1’ 협의체가 의결정족수(148석)을 넘기는 의석을 확보해 법안 통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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