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엔지니어로 출발한 ‘샐러리맨의 우상’ 보잉 CEO 사임...사실상 해고
잇따른 보잉 737 맥스 기종 추락 참사 여파...항공업계 신뢰 흔들
후임은 보잉 이사회 의장인 GE 출신 데이비드 캘훈

항공기 제작사 보잉(Boeing)의 드니스 뮬렌버그(Dennis Muilenburg)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퇴출됐다. 보잉 737 맥스 기종이 연이어 추락하며 발생한 참사 여파로 기업 명운이 흔들리자 나온 조치다.

보잉 이사회는 23일(현지 시각) 뮬렌버그 회장이 회장과 CEO 자리에서 내려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형식상 자진 사퇴이지만 뮬렌버그 회장은 경영상 책임에 따라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 이사회는 이날 발표를 통해 “회사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리더를 바꿔야 한다고 이사회는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이 규제 당국과 소비자를 포함해 모든 이해 당사자들과 관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실상 해고임을 밝힌 것이다.

업계에서는 뮬렌버그 회장이 보잉 737 맥스 기종의 연쇄 추락 참사에 대한 인책 인사로 해임됐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소형항공기 시장을 제패하기 위해 내놓은 737 맥스 기종이 치명적 결함으로 1년 새 두 차례나 추락하면서 보잉은 1916년 창사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의 737 맥스 기종 여객기가 추락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승객과 승무원 346명이 사망했다. 보잉 737 맥스 기종은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40여개국에서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각 항공사에 예정됐던 737 맥스 기종 인도 역시 지연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부터 일반 이용객들에 이르기까지 보잉 항공기에 대한 신뢰가 크게 추락했다는 점이 근본적 위기로 꼽힌다.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보잉은 8년간 줄곧 유지해온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라는 영예를 올해 에어버스에 넘겨줬다. 보잉은 악재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조치로 이 같이 경영진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에 해고된 뮬런버그 보잉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1985년 시애틀에서 보잉 인턴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그는 보잉의 관리 및 엔지니어링 요직을 두루 역임한 뒤 지난 2015년 CEO 자리에 올랐다. 인턴에서 출발해 세계적 대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되는 ‘샐러리맨의 신화’였지만 보잉 737 맥스 기종 여객기의 연이은 기기 결함 사고로 끝내 해고됐다.

후임은 데이비드 캘훈 현 보잉 이사회 의장이 맡는다. 캘훈 의장은 제너럴일렉트릭(GE)과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출신으로 엔지니어링과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인물로 알려졌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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