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물어보세요" 여유부리던 홍 대표, PenN 정규재 대표와의 인터뷰 험난했다
MB비판엔 "친박 7년 패악", '개헌 소매치기'論엔 "악의적 소설" 발끈
좌파가 '태극기 세력' 공격하는데 악용한 '극우' 언급은 '불필요한 패착'

"묻고싶은 거는 뭐라도 나는 제한 없으니까 다 물어보세요"

정규재 PenN 대표이사 겸 주필과 11개월여 만에 '제1야당 대표' 자격으로 23일 인터뷰를 가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이렇게 장담했다. '얼굴이 편치 않아 보인다'는 안부 인사에는 "야당 대표 얼굴이 편해서 되겠습니까"하고 웃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의 이런 여유는 오래 가지 않았다. 사전 환담에서 정규재 대표가 '결과적으로 우파 재집권보다 국회 중심으로 개헌하고, 어떻든 권력을 쉐어하려고 했던 것이 한국당의 패착 아니냐'고 옛 비박(非박근혜)계 정치인들을 꼬집자, 홍 대표는 "하여튼 편하게 물어보세요"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인터뷰를 정리하기 위해 함께 참석한 PenN 취재기자들의 느낌으로는 이날 인터뷰는 일반적인 인터뷰라기보다는, 소위 '맞짱 토론'이라고 부르는 게 어울릴 정도였다. 정 대표가 공세적인 질문을 퍼부으면 홍 대표는 즉각 반박 논리를 펴거나, 질문을 '그저 듣고만 있기 힘들다'는 듯 다 듣지 않고 끼어들기도 했다. 정 대표 역시 홍 대표의 답변 중이라도 그 내용이 불투명하다면 마찬가지로 반박하기도 했다.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116명 모두 문재인 정권의 '지방분권'을 미명으로 한 사회주의 체제변혁성 헌법 개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개헌을) 못 막으면 (의원) 전원 사퇴해야 한다"는 홍 대표의 '폭탄 발언'도, 정 대표가 "막을 자신이 있으시냐" "자신있나"라고 잇따라 도발성 질문을 던지자 나온 것이었다.

인터뷰 초기부터, 정 대표는 차기 권력 '나눠먹기'를 위해 당초 대통령 권력 분산형 개헌을 노리던 이명박 전 대통령(MB)과 비박계에 탄핵으로 인한 '정권 헌납'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가 자신의 '당 재건' 노력을 피력하면서 "새누리당이 지난 7년 동안 친박들의 패악으로 국민으로부터 버림받고 당원으로부터도 버림받았다"는 지론을 펴자 맞받은 것이었다. 이에 홍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권한 뒤로는 4년이지만 당으로서는 친박 정당이 된 게 한 7년 정도"라며 "7년 친박 패악질"을 연신 입에 올렸다.

정 대표가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지금까지로 본다면 오히려 비박 패악질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자, 홍 대표는 "그건 친박의 시각이고 국민들의 시각에서 보면 다른 얘기가 된다. 친박 패악질"이라고 기싸움을 벌였다.

'탄핵은 누가 한 것이냐. 비박들이 단추를 누르지 않았으면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질문 공세에는 "탄핵의 주역은 전교조와 민주노총이다. 이들이 불을 붙이기 시작해 더불어민주당이 뒤늦게 가담했고, 그 다음에 마지막 불은 새누리당 내부에서 비박들이 가담한 것"이라고 재차 맞받았다.

홍 대표는 '물리적으로 비박계의 찬성으로 탄핵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지적에는 "대통령이 탄핵 기운이 일었을 때 비박들을 불러서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었나"라며 "대통령의 정치력 문제"라는 주장을 폈다.

정 대표가 '한국당이 대통령 탄핵과 체제 변혁의 숙주가 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자 홍 대표는 "악의적 소설"이라며 "일방적인 주장이니까 다른 데에서 하시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홍 대표는 '지금 개헌 문제를 어떻게 보느냐'는 다음 질문에도 "박근혜 체제를 무너뜨리고 (비박계가) 자기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서 탄핵했다는 건 정말로 기가 막힌 소설"이라고 앞서의 주장을 재차 강조하는 '뒤끝'을 보였다. 

정 대표는 "그래서 탄핵했다는 게 아니고, 결과적으로"라고 일부 정정하면서도, "분권형 개헌이라는 게 소매치기를 당해버려서 사회주의 체제 변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상기시켰다.

현재 문재인 정권의 개헌 문제로 넘어와서는 "대한민국이 그렇게 간단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절대로 그런 체제변혁의 개헌은 할 수가 없다"고 홍 대표가 말했지만, 정 대표는 그의 태도가 안일하다는 듯 "막을 자신이 있으신가" "무조건 막을 수 있나"라고 연신 물었다.

홍 대표는 "그건 할 수 있느냐 없느냐 문제가 아니고 해야 될 문제"라고 했다가, "우리가 동의 안 하면 개헌이 안 되는 것", "(국회의원들이 개헌 찬성 압력을) 전혀 안 받아요. 받지 않는다", "당 의원들은 단 한 명도 동의하지 않는다" 순으로 입장 진전을 보였다.

마침내 "못 막으면 (의원)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거듭 밝힌 뒤에는 "(사회주의 개헌 저지 실패라는) 극단적인 일을 전제하고 질문하는 건…"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둔 당내 정비 상황으로 의제를 옮겨, 정 대표는 "홍준표 1인 당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냐. 당내 민주주의가 없어졌다. 이상한 사람들이 홍 대표 주변에서 얼쩡거린다(고 한다)"고 도발성 질문을 던졌다. 홍 대표는 "음해를 하는구만"이라며 애써 웃어 넘겼다.

'당 주변에 루머가 많다'는 정 대표의 질문에는 "아니 루머로 정치하시나. 주필이나 되시는 분이…"라고 '발끈'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홍 대표가 친박 대 비박, (박근혜 정권의) 정치실패 문제를 계속 얘기하면 보수는 재건되는 게 불가능하다. 지금도 니 편 내 편, 계속 안에서 총질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고, 홍 대표는 "나는 총질을 안 한다"고 벽을 쳤다.

홍 대표는 3.1절을 기점으로 진행될 대규모 장외집회 참석 여부에 관한 물음에는 "제도권 정당이 장외와 힘을 합칠 때는 마지막 단계에 가서 합쳐야 한다"며 "당이 나서게 되면 그 집회 내에서도 소란스러울 것"이라고 거리를 뒀다.

그러던 중 홍 대표가 "(집회 참여자들 중) 일부 극우들하고는 우리가 어울리기 어렵다"고 발언하자, 정 대표는 '행동하는 집단과 그 집단이 극우적 성격을 갖는 것은 다르다' '양쪽을 혼동하시는 것 같다' '3.1절 집회하는 국민들이 극우라고 보시나'라고 잇따라 추궁했다.

홍 대표는 마지막 질문에 "그건 전혀 아니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정 대표가 '당이 왜 3.1절 집회에 앞장서거나 동참하지 않느냐, 그 정도로 지방선거까지 어떤 정당으로서의 열정과 열기를 끌고 갈 수 있겠냐'는 일각의 비판을 전달했을 때에는 "(정 대표가) 요즘 극우로 달리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황당한 발언'을 했다. 정 대표가 '저를 극우라고 주장하시는 거냐'고 꼬집자 홍 대표는 "극우적인 사람들의 주장을 갖고 와 말씀하시는 게 답변하기가 일부 곤란하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이날 인터뷰가 끝난 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PenN 뉴스에서 홍 대표의 '극우 발언'이 소개되자 많은 시청자들이 채팅방과 펜앤드마이크의 인터뷰 기사 댓글을 통해 홍 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 대표가 비록 '일부'라는 전제는 달았지만 좌파 세력이 태극기 세력을 폄훼하는데 단골메뉴로 악용한 '극우 프레임'을 자신과 자유한국당의 행태에 매우 비판적인 우파 세력을 언급하면서 입에 올린 것은 이념에 대한 인식의 정확성은 물론이고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의 정치적 표계산 면에서도 한국당이나 홍 대표에게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취재기자들은 이날 그의 인터뷰 답변 가운데 이 발언은 '최악의 패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밖에 정 대표와 홍 대표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당사 대표실에 존영이 걸린 김영삼 전 대통령(YS)에 대한 평가를 놓고도 입씨름을 벌였다. 정 대표가 3개 존영을 가리키면서 "저 끝에 있는 분(YS)은 제가 좀 확신하기 어렵다"고 하자, 홍 대표는 소리 내 웃으면서도 "그렇게 자꾸 그러니까 '정 대표가 사람이 많이 달라졌다'고 딴 사람들이 그런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와 정 대표는 1시간 넘도록 쉴 틈 없이 입씨름을 벌였다. 잇따른 공격적 질문에 시달린 홍 대표는 정 대표가 마지막에 "건국 대통령, 부국 대통령, 민주화 대통령 세 분의 전통을 잘 잇는 정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자 "정규재TV가 PenN으로 새로 바뀌면서 시청자들에게 좀 더 균형된 시각으로 방송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다소 '뒤끝'을 보이기도 했지만 서로 웃음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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