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뜨 꾸뛰르의 거장, 에마뉘엘 웅가로...관능적이고 화려한 '색채의 마법사'
이탈리아계 프랑스인으로 발렌시아가 어깨 너머로 의상 일 배워
"나는 지루해 보이는 의상이 싫다"...머리부터 발끝까지 다채롭게 잘 차려입는 여성상
1990년대에 끝난 오뜨 꾸뛰르의 시대...웅가로, 1996년 회사 넘긴 뒤 2004년 은퇴

2002년 웅가로 패션쇼 피날레 (사진 = Reuters)
2002년 웅가로 패션쇼 피날레 (사진 = Reuters)

로코코풍을 관능적이고 화려하게 재해석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패션 디자이너, 에마뉘엘 웅가로(Emanuel Ungaro)가 86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오뜨 꾸뛰르(고급 맞춤복) 시대의 마지막 세대로 발렌시아가 밑에서 수학했던 그는 2004년 은퇴하기까지 거장의 자리를 지켰다.

22일(현지시각) 웅가로의 가족들은 그가 파리의 저택에서 숙환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웅가로는 1933년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에서 무솔리니 정권을 피해 이주해온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22세 때 파리로 이주해 스페인 출신의 전설적 디자이너인 발렌시아가(Cristóbal Balanciaga) 어깨 너머로 일을 배웠다.

1965년 자신의 이름을 건 회사를 설립한 웅가로는 매 컬렉션마다 전세계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는 밝고 화려한 색상과 대담한 프린트 등으로 단번에 시선을 끄는 의상을 만들어 왔다.

생전에 웅가로는 “나는 지루해 보이는 의상을 싫어한다”, “여성들이 좋지 않게 옷 입는 걸 보는 게 싫다”는 등의 발언을 통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채롭게 잘 차려입는 여성상을 제시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의 여성들에게 오뜨 꾸뛰르 드레스는 맞지 않는 것이었다. 웅가로는 1996년 회사 경영권을 페라가모 그룹으로 넘긴 뒤 2004년 컬렉션을 끝으로 패션계를 떠났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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