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홍준표 등 참여 '국민통합연대' 출범...정규재 "朴탄핵 지지한 사람 많은 '反黃 분열주의자' 모임"

친이(친이명박)·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이 주축이 된 시민단체 '국민통합연대'가 23일 창립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다만 이날 참석자 면면이나 전력(前歷), 주장하는 내용들을 둘러싸고 자유우파 진영에서는 '우파 통합'이 아닌 '우파 분열'을 오히려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친이계 좌장으로 알려진 이재오 국민통합연대 창립준비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창립대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여의도 정치가 지력을 다했으니 새 판을 짜는 그런 모임으로 국민통합연대가 자리잡는 것"이라며 "금명간 보수 통합의 대원칙에 대한 의견을 각 정당에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보수 통합을 위해 노력할 뿐 창당으로 연결하지는 않겠다고도 밝혔다.

이재오 위원장은 창립 배경에 대해선 "(각 정당에 제안할) 그 안대로만 되면 보수 통합이 되고 정권은 다시 우리가 찾아올 수 있다"며 "자유우파가 나라를 감당할 수 있는 지지기반을 확장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보수 통합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창립대회에는 이 위원장을 비롯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주호영·권성동·김성태·장제원 한국당 의원, 김효재·정해걸·전재희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축사자로 나선 전광훈 한기총 회장은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다간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4월 15일 총선에서 원하는 의석 200석을 만들어 평화헌법으로 개헌해 낮은 단계의 연방제 찍고 북한으로 가려는 의도(대로 될 것)"이라며 "이것을 국민이 다 알아차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노재봉 전 국무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축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연단에 서지 않았다.

홍준표 전 대표는 창립대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향해 "당에도 없던 분들이 모여서 30년 정당을 독식하려고 덤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전 대표는 그간 페이스북을 통해 여러번 황 대표에게 쓴소리를 해왔지만, 공식 석상에서 정면 비판하고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 전 대표는 특히 한국당 총선기획단이 자신 등 당 대표급 지도자들에게 사실상 '험지(險地)' 출마를 권고한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 의력을 피력했다. 그는 "24년 정치하면서 선거를 겁내본 적 없다. 그런데 험지 출마를 해서 한 석을 더 보태는 것이 옳으냐, 정권 교체를 위해서 역할을 하는 게 옳으냐, 그 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돌아가는 것을 보니 (황 대표가) 경쟁자들 다 쳐내고 자기 혼자 독식하겠다(는 모습)"이라며 "우선 자기가 한번 모범을 보여보라"고 했다.

홍 전 대표는 "(서울) 강북 험지에 자기가 출마를 선언하고 난 뒤에 영남·충청에서 3선·4선 한 사람들 전부 고향 버리고 강북 험지로 올라오라고 그렇게 이야기해야 설득력 있다"고 했다. 최근 황 대표,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험지 출마를 요구한 발언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됐다.

홍 전 대표는 최근 황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한국당의 강경한 대여(對與) 투쟁에 대해선 "사장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머리에 띠를 매고 노조위원장을 한다고 해서 국민들에게 감동이 가겠느냐는 느낌"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한편 국민통합연대의 공동대표는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학계), 김진홍 목사(종교계), 최병국 변호사(법조계), 권영빈 전 중앙일보 사장(언론계), 이문열 작가(문단) 등 5명이 맡았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 노재봉 전 국무총리, 권성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고영주 변호사,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 김형국 서울대 명예교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원로자문단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23일 펜앤드마이크 취재 결과 공동대표, 원로자문단 참여 인사 중 김진홍 목사와 박관용 전 의장은 국민통합연대에 참여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향후 혼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목사는 공동대표 명단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고, 박 전 의장은 원로자문단 참여 자체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이를 모두 부인하며 "박 전 의장은 본인이 흔쾌하게 승낙하고 행사에 오신다고까지 했는데 오늘 아침에 갑자기 안 오셨다. 우리가 전직 국회의장까지 지낸 분을 본인 허락도 없이 원로자문단 명단에 이름을 올리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박 전 의장을 원로자문단으로 모시려고 우리 쪽에서 정정길 전 대통령 실장이 찾아가 만났고, 그 자리에서 흔쾌히 (원로자문단 명단에) 이름을 올리라고 하셨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김진홍 목사 역시 100% 승낙하셨고, 행사에 못 오신 건 성경 관련 책 제작 관련해 오늘까지 원고를 끝내셔야 하는 일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라고 했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는 이날 <국민통합연대라는 이름의 분열세력>이란 제목의 영상칼럼을 통해 국민통합연대 창립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지금 보수통합연대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대표적인 분열주의자들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거나 찬성한 탄핵파들이다. (그래서) 저는 보수통합연대를 황교안 체제를 반대하는 '반황(反黃)' 모임이라고 본다. 보수통합을 하자는 건 반황의 정체성을 (잠시) 숨긴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합연대 자체가 언제든지 정당으로 바뀔 수 있을 것 같은 이름"이라며 "(일단) 통합을 내세워놓고 분열을 획책하는 자들이다. 만약에 황 대표 체제에서 누구든지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들어가서 칼질하기 시작하면 바로 다 뛰어나와서 국민통합연대라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마지막으로 "결국 국민들이 (저들을) 심판할 것"이라며 "자기가 속한 당의 대통령을 탄핵하는 자들, 4.13 총선 공천을 엉망으로 만든 자들, 6.13 지방선거에서 완전히 패배해 대한민국 지방 정치 모두를 민주당에 넘겨준 자들이다.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