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 유훈 지키지 않아...가족간 협의에 무성의"
조현아 前 부사장, 올해 '경영 복귀' 인사 명단에서 빠져 공개적 불만 표시
조원태 한진 회장, 조현아에 반박 “국민 신뢰 회복이 유훈...이번 논란에 부정적 영향 우려"
일각에선 향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돼

(왼쪽부터)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사진: 연합뉴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자신의 남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겨냥해 고(故) 조양호 회장의 '공동 경영'이라는 유훈과 다르게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며 반기를 들었다. '물컵 사태'로 모든 직책을 내려놓았던 조 전 부사장은 최근 경영 복귀를 희망하고 있지만, 조원태 회장이 이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갈등이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진그룹은 곧바로 입장문을 발표하고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23일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원은 "선대 회장은 생전에 가족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고 말씀하시는 등 가족에게 화합을 통한 공동 경영의 유지를 전했다"며 "조 전 부사장은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가족 간에 화합해 한진그룹을 경영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생인 조원태 주식회사 한진칼 대표이사는 물론 다른 가족들과도 공동 경영 방안에 대해 성실히 협의하여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상속인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모든 직책을 내려놓은 이후 작년 3월 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복귀한 지 보름여만인 작년 4월, 조 전 부사장의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으로 여론의 비판이 확산되자 또다시 모든 직을 내려놨다. 

재계에선 동생인 조 전무가 올해 중순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한 점을 고려했을 때, 조 전 부사장도 올해 말 복귀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 명단에서 조 전 부사장이 포함되지 않자 갈등이 불거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조 회장은 그룹 경영과 관련해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선친이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 '앞으로 나한테 결재 올리지 말고 네가 알아서 하되 누나·동생·어머니와 협조해서 대화해서 결정해 나가라'고 했다며 "자기 맡은 분야에 충실하기로 세 명이 함께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전 부사장이 이날 공개적으로 법률대리인을 통해 동생의 경영 방식에 불만을 제기함에 따라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에 대한 상속 절차가 완료된 현재,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원태 회장 6.46%, 조현아 전 부사장 6.43%,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2%, 이명희 고문 5.27%이다. 이처럼 크지 않은 지분율 차이로 인해 향후 경영권을 두고 언제든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날 한진그룹은 조 전 부사장의 공개 비판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진 뒤 6시간 정도가 지나 입장자료를 내고 "조양호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한진그룹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며 "이것이 곧 조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해 행사돼야 한다"며 "최근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새로운 변화의 기초를 마련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이번 논란이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진그룹 측이 공개적으로 조 전 부사장의 경영 참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며 국민과 주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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