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넘겨 경찰수사로 낙마시킨 한국당 소속 김기현 前울산시장 공약이던 '산재母병원' 좌초 의혹도 부정
檢 압수수색서 확보한 업무수첩에 "단상, 소회, 풍문, 일기 메모일뿐 기억에 없거나 오류 많아" 둘러대
靑관계자들과 회합에도 "공공병원 회의 결단코 사실 아냐" "송철호는 산재모병원 도와줬다" 반대주장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재선 유력후보였던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낙마를 위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울산경찰 하명(下命)수사를 벌이고, 청와대·여당이 '문재인 대통령 30년 지기' 송철호 현 울산시장을 단독 입후보시키기 위해 경쟁자를 매수했다는 의혹의 '스모킹건' 격인 메모를 남긴 송병기 울산 경제부시장이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송병기 부시장은 송철호 울산시장의 최측근 일원이자,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김기현 첩보'를 최초로 넘기고 '황운하 울산경찰'로부터 가명(假名) 조사를 받아 '아니면 말고' 식 선거 직전 경찰수사에 불을 당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달 6일과 7일에 이어 20일 3번째 검찰소환 조사를 받았다.

최근에는 부시장 재직 중 남긴 업무 메모가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참모들이 '송철호 울산시장 만들기'를 위해 민주당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의 물증으로 작용하고 있다. 송 부시장은 평소 꼼꼼한 메모로 유명했다고 한다.

송 부시장은 이날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와의 공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검찰이 자신을 불법 도·감청한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12월23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최근 검찰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송병기 부시장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를 처음으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제공한 최초 제보자로 지목됐다.(사진=연합뉴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12월23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최근 검찰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송병기 부시장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를 처음으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제공한 최초 제보자로 지목됐다.(사진=연합뉴스)

그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송 시장과 자신이 단둘이 나눈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검찰이 들려줬다면서, 불법 도·감청이 의심된다고 밝힌 것이다. 

송 부시장은 "12월20일 검찰 조사에서 2018년 3월31일에 대한 진술이 잘못됐다고 바로 잡으려고 할 때 검찰이 갑자기 녹취록을 들려줬다"며 "이 녹음 내용은 제가 12월6일 세 번째 진술을 마치고 12월15일 제가 송 시장과 통화한 개인 대화까지 녹음한 것으로 너무 놀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검사에게 이의를 제기해 '합법적인 영장으로 진행했나' 물었더니 답변하지 못했다"며 "시장과 둘만의 통화이기 때문에 우리 두 사람이 제보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도·감청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고 했다.

송 부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뜻하는 'VIP'와 송 시장의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민주당 전 최고위원 등이 거론된 자신의 업무일지 내용에서 비롯되는 의혹에 관해선 뚜렷하게 반박하지 못한 채, "언론에서 스모킹건이라고 하는데 명백히 업무수첩이 아니다"며 "업무수첩은 육하원칙에 의해 상세히 기록하는 것인데 지극한 개인 단상, 소회, 풍문, 일기 형식의 메모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향후 수사·재판에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기 위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현재 검찰에서 조사하는 제 수첩의 내용은 기억이 없거나 머릿속의 생각을 적었기에 사실이 아니거나 오류가 많을 수 있다"며 "사실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고 증거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언급을 덧붙였다.

송 부시장은 또 자신이 수사받고 있는 내용이 실시간으로 언론에 보도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합법적인지 대검 등에서 판단해달라고 요구했다.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송 부시장 업무 수첩에선 '2017년 10월 10일 단체장 후보 출마 시, 공공병원 (공약). 산재모(母)병원→좌초되면 좋음.'이라는 메모가 발견됐다. 산재모병원은 하명수사 피해자인 김기현 전 시장 공약이었다. 산재모병원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불합격, 좌초된 것은 지방선거 투표일을 16일 앞둔 지난해 5월28일이다.

이처럼 검찰이 최근 압수수색을 통해 밝히려한 산재모 병원 의혹에 대해 송 부시장은 "산재모 병원을 (여권이)막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송 부시장은 청와대 관계자와 만남 부분에서 "2018년 3월31일 청와대 저와 송 변호사, 정몽주 씨(당시 캠프 상황실장)가 청와대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과 모여 공공병원 회의를 한 것처럼 나오는데 결단코 사실이 아니다"며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서울에 안 가고 지인과 골프를 친 사실을 확인했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송 부시장은 2017년 10월 11일 청와대 인근 식당 모임 의혹에 관해서는 "강길부 국회의원(울산 울주)의 정재원 보좌관 주선으로 모였다"며 "강길부 의원은 지역구 울주군에 산재모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이 예상되자 송 시장(당시 변호사)에게 여러 번 연락했다"고 했다. 

지방선거 8개월 전 잠재적인 민주당 후보에게 야당 출신 의원이 관심사업 유치를 요청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울산 민주당 등의 강력한 반대에도 송 시장은 산재모병원 예타를 통과시키는 게 맞다며 도와줬다"며 "최근 김 전 시장이 기자회견에서 '산재모병원 예타 통과되도록 다 했는데 송철호가 막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송 부시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제 주장에는) 그 어떤 허위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심한 취재가 이뤄지다 보니까 정상적인 업무가 힘들고 집안까지 사찰하는 행태까지 있다"며 "정상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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