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정미홍, 2013년 1월 "종북성향 지자체장들 내년 선거서 반드시 퇴출" 썼다가 김성환 노원구청장에 피소
故人 "김일성은 민족영웅 줄기차게 주장한 인사 데려다 강의시킨다고 한 김성환이 트윗 결정적 사유였다"
정미홍 트윗에 "정치적 생명 위협" 반발했던 김성환, 이후 여유롭게 노원구청장 재선-민주당 국회의원 당선
김성환 국회 입성 직후인 작년 7월 정미홍 별세에 '상속인을 재판 승계인으로 해달라' 요구도
"사회적 평판 크게 손상 명백, 인격권 침해"라고 800만원 배상명령한 1·2심, 대법까지 "법리 오해 없다"
'상속인에 소송 수계' 요구는 기각했던 법원, 故人에 배상명령은 강행...상속인에 집행하려 할 듯

(왼쪽부터) 故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 김성환 현 더불어민주당 서울 노원구병 국회의원.(사진=故 정미홍 페이스북, 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에서 좌파코드로 재편한 '김명수 대법원'이 현 여권(與圈) 일부 인사들을 "종북 자치단체장"으로 일컬었던 고(故) 정미홍 전 KBS아나운서에게 배상 명령을 내렸다. 고인이 6년여 전 소셜미디어에서 공직자들의 언행을 평가한 발언을 빌미로, 숨진 지 1년 5개월 지나서 '사법적 부관참시'를 자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前법원행정처장)는 22일 김성환 전 서울 노원구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을 종북 자치단체장으로 일컬은 것과 관련해 정미홍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정씨는 8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고인은 지난 2013년 1월19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서울시장, 성남시장, 노원구청장 외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들 모두 기억해서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 반드시 퇴출해야 합니다. 기억합시다"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또 "국익에 반하는 행동, 헌법에 저촉되는 활동하는 자들, 김일성 사상을 퍼뜨리고, 왜곡된 역사를 확산시켜 사회 혼란을 만드는 자들을 모두 최고형으로 엄벌하고, 국외 추방하는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고인은 같은해 4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결정적으로 트윗에 글을 쓰게 된 건 김성환 노원구청장이었다. '김일성은 민족의 영웅'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한 한홍구를 데려다 강의를 시킨다고 하는데 어떻게 자유민주주의 시민의 입장에서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있겠나"라고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성환 전 구청장은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이라는 허위 사실을 퍼뜨려 정치적 생명이 위협받을 정도로 사회적 평가를 크게 침해당했다"고 인격권 침해 등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공인에게 한 종북 표현으로) 사회적 평판이 크게 손상될 것임이 명백하므로 그로 인해 명예가 훼손된다고 봐야 한다"며 "김 전 구청장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표현"이라고 판단해 8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김성환 전 구청장은 정치적 생명 위협을 호소한 것과 달리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노원구청장 재선에 성공했고,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치러진 서울 노원구병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이겨 첫 금배지를 다는 등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해왔다.

김 전 구청장은 민주당 국회의원이 된 직후인 지난해 7월 정 전 아나운서가 루푸스병으로 인한 폐암 발병으로 별세하자, 재판부에 '정 전 아나운서의 상속인을 승계인으로 해 달라'는 요구까지 했었다.

이때 재판부는 "상속인들이 소송을 수계할 필요는 없다"며 "정 전 아나운서의 상속인들은 변론이 끝난 뒤의 승계인으로, 김 전 구청장 측이 승계집행문을 받아 판결을 집행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며 기각했다.

하지만 정치적 발언을 이유로 고인에게 거액의 배상명령을 내리는 판결은 관철되고 만 셈이다. 법원은 정 전 아나운서의 상속인에게 배상판결을 집행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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