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靑이 송철호 당선을 도운 동기에 文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다면 명백한 탄핵사유
檢, 김기현 비위 제보한 송병기 자택 등 압색하면서 靑과 공모 정황 담긴 업무일지 발견
송철호 경쟁자 A, B 당내 경선에서 배제하는 구체적인 방안과 내용 적혀 있어
조국도 관여...선거 의지 강한 B를 처리하기 위한 전략 송철호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 전경./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철호 울산시장에게 출마를 권유한 사실이 18일 밝혀졌다. 이를 계기로 청와대와 친문(親文) 인사들이 송 시장의 단독 공천을 돕기 위해 당내 경선 경쟁자들을 배제한 정황이 드러나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6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자택과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이 같은 정황이 쓰인 업무 일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위 의혹을 청와대에 제보한 인물이다. 당시 그는 송 시장의 선거캠프에 합류한 상태였다.

업무 일지에는 송 부시장이 송 시장의 당선을 위한 전략 등이 상세히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2017년 10월 3일자 업무 일지에는 ‘대통령 비서실장 요청’이란 제목의 메모 쓰여 있다고 한다. 내용은 ‘VIP가 직접 출마 요청 부담(면목없음)으로 실장이 요청’이다.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송 부시장에게 직접 송 시장의 출마를 요청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 송 시장의 출마를 원하지만 직접 요구하기 면목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또한 송 시장은 울산 지역 시장과 국회의원 선거에서 총 8번 떨어져 다시 출마 요청을 하기에 ‘면목없다’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과 송 시장은 30년 지기로 유명하다.

대통령이 출마를 권유하고 청와대와 여권 핵심 인사들이 송 시장의 당선을 위해 그 편의를 봐줬다면 심각한 문제로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해 4월 당내 후보 선출 절차를 생략하고 송철호를 단독 후보로 공천했다. 이 과정에서 울산 지역 유지이자 유력 경선 경쟁자로 예상됐던 임동호 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배제되기도 했다. 선거의 중립을 지켜야 하는 청와대가 당내 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원하고 다른 후보를 배제했다면 공무원의 당내 경선 관여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위반을 적용받을 수 있다.

또한 이 같은 메모의 하단에는 송철호의 당내 경선 경쟁자 A, B에 대한 내용도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발전), B(자리 요구)’라고 돼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송 시장을 울산 시장직에 앉히기 위해 경쟁 후보들을 회유하고 다른 보상을 챙겨주려고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청와대 측이 B씨를 배제하려 든 구체적인 내용도 일지에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목은 ‘송 장관(송 시장)·B씨 건’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급인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지낸 송철호와 당내 경선 경쟁자 B씨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중앙당과 BH(청와대), B 제거→송 장관 체제로 정리’라고 씌어 있었다고 한다. 민주당과 청와대가 공모해 B씨를 배제하고 송철호의 단독 체제를 설계한 내용으로 해석된다.

일지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B씨를 움직이려 한 메모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9일자 메모로 부산의 민주당 C의원이 “B씨를 움직일 카드가 있다고 조국 수석이 얘기함”이라고 돼 있다는 것이다. 송철호의 유력 경쟁자인 B씨가 울산시장 출마를 계속 고집해 그를 떨어트리기 위한 전략을 조 전 장관이 제시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송 부시장의 업무 일지에 적힌 내용은 사실과 거리가 멀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사실로 밝혀진다면 청와대는 대통령 지기의 당선을 위해 배후에서 선거 첩보 활동을 벌이고 경선 경쟁자를 배제하려 공작을 펼쳤다는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現자유한국당)의 친박(親朴) 인사들을 대구·경북 지역에 당선시키기 위해 경선 과정에 불법 개입했다는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또한 친박리스트를 작성하거나 비박 인사들에게 출마 포기를 권유, 친박에게 유리한 청와대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혐의 등을 받았다. 이에 관련해 청와대가 나서서 송철호의 당선을 도운 동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다면 마찬가지로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법조계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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