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농단한 512조원대 예산안 불법상태 방치 길어져 與내부서 예산부수법안 先처리 필요성 대두
선거법 수정 짬짜미중 '연동형 캡-석패율제' 놓고 나흘째 다투던 민주-정의당, 이날 4+1협상 재개
저녁 4+1 대표급 회동서 최종담판...민평당 "문희상, 협상안 나오면 즉시 본회의에 올린다더라" 기대
제1야당 교섭단체 패싱 지속...한국당 "선거법 일방 밀어붙이기 의결 전례 없다" 文 과거발언으로 역공

집권여당과 군소정당들의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야합'으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시켜 둔 공직선거법 수정 논의를 17일 재개한 가운데, 민주당 안에선 패스트트랙법안 처리를 내년 1월로 미루자는 주장이 나왔다. 4+1집단은 앞서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본회의에서 여야 교섭단체간 합의 없이 512조3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날치기한 데 이어, 예산안 부수법안·비(非)쟁점법안·패스트트랙법안(공수처법-선거법 등)까지 표결처리를 강행할 태세였다. 

하지만 지난 13일부터 선거법 내부논의가 파행을 빚으면서, 512조원대 예산안의 법적 근거가 되는 예산부수법안부터 분리 처리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군소정당 비례대표 우선 독식 논란'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선거법 개정안, '여권발(發) 검찰장악' 논란법안들, 사립유치원 재정의 국가회계 완전 편입을 골자로 한 '박용진 3법' 등 패스트트랙법안 처리는 후순위로 밀리는 셈이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지난 12월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자칭 4+1 원내대표급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지난 12월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자칭 4+1 원내대표급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단-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선 일부 의원들이 4+1야합 패스트트랙 법안처리를 내년 1월 임시국회로 넘기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에서 '패스트트랙 1월 처리론'이 고개를 든 배경은 '더 이상 패스트트랙에 발목을 잡혀 예산부수법안과 민생법안 처리를 미룰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정부 각 부처에게 "내년도 예산안 통과가 늦어진데다 예산 부수 법안 22건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예산 집행 준비에 즉각 돌입하라"고 말해, 국회에 예산부수법안 처리를 서둘러달라는 압박이 가해진 상황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민주당은 예산안 논의에서 제1야당을 '처음부터 끝까지 배제했다'는 정치적 부담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에서 심재철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선거법 원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면 한국당 의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겠다"며 반대표 행사 의지를 밝힌만큼 원안 상정 시 부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대표발의한 선거법 개정안 원안은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이며, 비례의석 75석 전체에 의원 정수 300명대비 정당득표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안이다. 현행 253석의 지역구 의석을 28석이나 줄여야 하는 이 안에 대해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커 부결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오른쪽부터) 지도부는 최근 교섭단체간 합의를 건너뛴 4+1 패스트트랙 야합으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시켜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공직선거법 개정안 관련 50% 연동률 적용 대상 비례 의석 숫자, 석패율제 도입 여부와 규모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부터 민주당과 정의당을 중심으로 공개 갈등해온 '4+1'집단은 이날부터 선거법 협상을 재개해, 민주당에서 중간에 요구한 이른바 '연동률 캡(적용 대상 비례의석 상한)' 제안과 정의당·바른미래당 등에서 관철하려는 석패율제 도입을 놓고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 

예컨대 지역구 선거 결과 차석으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입후보시켜 구제하는 방식의 석패율제를 두고, 지역구 후보를 비례대표 명부에 함께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이중등록제'로 대체하자고 전날(16일) 민주당이 선(先)제안해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중후보 등록 정원 관련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민평당에서도 난색을 표해 최종 수용 여부는 미지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이날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부터 소집한 임시국회에서) 선거법은 고사하고 예산부수법안과 민생법안조차 단 한 건도 처리할 수 없었다"며 조속한 4+1 협상안 타결을 요구했다. 이에 정의당에선 심상정 대표·윤소하 원내대표 등이 '마지막 협상'을 제안하며 최종 담판에 들어갔다.

민주당 안팎에선 4+1의 선거법 협상안 자체가 도출될 것으로 관측하면서도, 처리 시점을 두고 이번주나 성탄절 전후로까지 늦춰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4+1의 이날 저녁 담판을 앞두고 정동영 민평당 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4+1 협의체 협상안이 마련되면 즉시 본회의에 올리겠다고 말했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회동에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전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조배숙 민평당 원내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이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최종 합의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조기 타결 가능성을 기대하며 오는 18일 의원총회를 소집해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논의 과정은 모두 제1야당 교섭단체와의 합의를 건너뛴 채 거듭 강행되는 것이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월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2016년 야당 지도자 시절 '선거법 처리 이중잣대'를 보여주는 과거 발언 영상을 틀어 보이고 있다.(사진=YTN 보도화면 캡처)

이날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선거법 이중잣대'를 보여주는 과거 발언까지 부각시켜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오전 중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2016년 문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 시절 선거구 획정을 위한 선거법 처리를 앞두고 "지금까지 선거법이 일방의 밀어붙이기나 직권상정으로 의결된 전례가 단 한 번도 없습니다"라고 발언한 보도 영상을 틀어 할 말을 대신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전날에 이은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시민사회와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저녁에는 전희경 대변인 논평에서 4+1집단을 겨눠 "헌법과 국회법 등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불법모임이다. 법적 근거도 없는 정체불명의 짬짜미가 512조에 달하는 국민세금까지 도둑질했는데, 이제는 공수처 악법과 선거제 개악마저 '밀실'에서 깜깜이 논의하고 있다"며 "민주당과 야합세력은 기어이 불행한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음흉하게 뒷거래하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심상정 대표가 서로 말폭탄을 퍼부으며 천박한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시시각각 이말저말로 둘러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성토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이어 "그래놓고 '국민'을 말하고 '민생'을 말하는 여당과 2중대 정당들이다. 이미 민생은 멈췄고, 국회는 문이 닫혔다. 양심이 있다면 국민 앞에 석고대죄부터 할 일이다. 법치를 조롱하는 불법 세력들"이라며 "예산안 날치기는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의 서막에 불과했다. 그들의 노림수가 얼마나 더 많이, 얼마나 더 심하게 대한민국을 망가뜨리고 짓밟을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무엇보다 이 땅에서 살아갈 미래세대를 위해 실패하고 무능하며 부도덕한 좌파 독재 연장 야욕을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날을 세웠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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