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1심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 징역 1년6개월 실형에 법정구속
재판부 "'무노조 경영' 방침 문제있다"...관련 혐의에 대해 대부분 유죄 인정

삼성전자 이상훈 의장 (사진: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와해 공작'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이에 노동유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에서 '무노조 경영' 방침에 따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에겐 향후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7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의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그외 삼성그룹과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줄줄이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을 포함해 검찰이 기소한 32명 중 26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에는 벌금 7400만원을 부과했지만, 삼성전자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에버랜드 노조와해 의혹 사건으로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받은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 박용기 삼성전자 부회장,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 등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징역 1년 2개월),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징역 1년),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징역 1년 6개월) 등 전·현직 임직원들도 이날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수많은 문건이 발견된다"며 "미래전략실에서부터 파생돼 계열사 및 자회사로 배포된 노조전략·비상대응 시나리오·비밀 동향 보고·회의자료·보도자료 등 노조를 와해시키겠다는 전략을 표방하고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한 것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이어 "이 의장과 강 부사장 모두 노조 와해 실행 전략을 지시하고 보고받았다는 증거가 충분하다"며 "피고인들은 실무자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한 것으로 고위층까지 보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피고인들 스스로 검찰과 법원에서 실행 행위에 가담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창업 초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무노조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 강성 노조가 설립된 하청업체를 폐업시키고, 노조탈퇴를 종용하거나, 조직적인 차원에서 이들을 감시했다고 파악했다. 또 사망한 노조원 유족에 무마용 금품을 건네거나, 노사 협상을 의도적으로 지연한 혐의 등에 대해서도 검찰은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같은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하고, 삼성그룹 미전실에서 만든 '노사전략 문건'이 노조와해의 핵심으로 간주했다.

재판부는 "미전실에서 하달돼 각 계열사와 자회사로 배포된 연도별 그룹 노사전략 문건과 각종 보고자료 등 노조 와해·고사 전략을 표방하고 구체적 방법을 기재한 문건의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며 "이 문건들을 굳이 해석할 필요 없이 그 자체로 범행의 모의와 실행, 공모까지 인정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이를 실무자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것일 뿐 고위층에 보고되거나 실제 시행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미래전략실 강경훈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상훈에 이르기까지 노조 와해·고사 전략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를 사실상 자신의 하부조직처럼 운영했고, 수리기사들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세력의 약화를 위해 지배개입을 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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