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서 열린 토론회에서 "보수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 정책이 원인"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힘을 모아야"...토지공개념 강조
조선시대 정도전 언급하며 토지제도 개편 주장해 파문
세금으로 국가가 토지, 건물 사들여 직접 분배하는 '국민공유제' 주장
정치권 "무주택자, 유주택자 편 갈라 양쪽 모두에서 표 끌어낸 박원순" 비판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일 서울 아파트값 폭등의 책임을 지난 보수 정부로 돌리고 있다. 보수 정부의 규제 완화가 오늘날 부동산 문제의 화근이라는 것이다. 3선 연임의 서울시장인 자신에게 국민적 원성이 집중될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박 시장이 부동산 정책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가장 재미를 본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 시장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부동산 정책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지난 10여년 동안 부동산을 중심으로 재산, 소득 불평등이 심해졌다"면서 "이는 지난 보수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 정책에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 폭등 현상이 지난 보수 정부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시장은 "'빚내서 집 사라'며 부동산 시장을 무리하게 키운 토건 성장 체제의 결과"라고 지난 정부를 비판하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힘을 모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입장은 현재 아파트값 급등이 투기세력 때문이라는 것으로 자산에서 발생한 소득을 최대한 세금으로 강탈하겠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박 시장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경제와 미래를 위해 지금까지의 퇴행적 부동산 공화국은 해체돼야 한다"며 헌법 조문의 '토지공개념'을 정책으로써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은 "부동산 투기이익 발생의 차단과 불로소득의 국민 공유를 위해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그는 이날 자리에서 '국민공유제'를 제시했다. 박 시장에 따르면 '국민공유제'는 국가가 부동산 세입을 대폭 늘려 가칭 '부동산공유기금'에 적립한 뒤 토지와 건물 등을 매입해 직접 분배하는 것이다. 박 시장은 대규모 공공 임대주택을 그 사례로 지목했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부동산 정책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

대다수 국민들을 말로써 쉽게 현혹시키는 좌파답게 '국민', '공유' 등의 매력적 구호가 남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자산 격차와 대물림의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고 그럴싸하게 외치지만 '시장 왜곡' 유발로 격차와 대물림 구조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박 시장이 강북 개발과 뉴타운 정책만 임기 동안 꾸준히 뒷받침했어도 서울 내 아파트 공급에 대한 우려가 지금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년, 내후년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은 박 시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부터 부동산 정책을 정치화시켜 가장 재미를 본 인물이라고 말한다. 시정(市政)에 밝은 한 인사는 "정치인의 발언이 참 전략적이다. 무주택자나 소외지역 사람들에게는 세금 인상해서 나눠주겠다고 말해 인기를 끌고, 반대로 중산층과 강남권 거주자들에게는 말은 서운하게 해도 자산가치 상승으로 보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박 시장이 강남권 신축 공급을 건마다 가로 막으면서, 사통팔달의 중심지로 엄청난 개발사업이 줄줄이 예정된 삼성역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점을 단적인 사례로 들었다.

박 시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조선 건국에 기틀을 잡은 삼봉 정도전을 언급했다. 그는 "조선시대 정도전은 토지개혁을 감행했는데 오늘날 우리는 600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나"라는 발언이다. 박 시장의 이 같은 인식은 개인의 '소유권'으로부터 '자유'가 보장된다는 근대적 가치관 마저 상실한 것이라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는 박 시장의 발언이야말로 내년 총선 이후 주도권을 쥘 지 모를 정부여당 정책의 신호탄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거래세를 낮추는 게 아니라 도리어 세금 부담을 늘림으로써 현금흐름에 여유가 있는 계층이 아니라면 서울 아파트를 처분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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