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출범 후 이낙연 이어 연속으로 호남 출신 총리 지명...文, 인사 직접 발표
민주당 6선 의원-당대표-산자부 장관-20대 전반기 국회의장 지낸 정세균
대리홍보 나선 文 "丁후보자, 경제 잘 아는 분으로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
'입법부 수장' 출신을 행정부 2인자로...文 "모시는데 주저함 있었지만 야당과의 협치 중요"
丁후보자 "종로 3선 도전하려는데 총리설 계속 나와 부적절했지만...깊은 성찰 통해 수락했다"
이낙연 現총리, 퇴임후 21대 총선서 종로 출마설-與선대위원장설...전자면 내년 1월16일 전 사퇴할 듯

12월17일 문재인 정권 두번째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국회의장).(사진=연합뉴스)
12월17일 문재인 정권 두번째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국회의장).(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제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종로구·6선·69)을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하면서 이례적으로 '인사 직접 발표'까지 했다. 국가의전서열 2위의 입법부 수장 출신 인사가 총리직(의전서열 5위)에 발탁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정세균 의원을 문재인 정권의 두번째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정세균 후보자는 전북 진안군 출생으로 전주신흥고를 나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쌍용그룹 상무이사 출신으로 경영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전남 영광 출생의 이낙연 현 총리에 이어 문재인 정권은 '행정부 2인자'인 총리를 호남 출신 정치인으로 지명하는 격이 됐다.

정 후보자는 출생지가 속해 있는 전북 진안·무주·장수 지역구에서 제15대~18대 국회의원으로 내리 4선을 했고, 19대·20대 총선에선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서 연달아 승리했다. 민주당 정치인으로서 당대표를 지낸 데 이어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발탁된 바 있고, 원내 제1당 지위를 확보한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에도 선출됐다.

정 후보자는 당초 내년 4월15일 치러질 21대 총선에도 종로에서 출마한다는 의지가 강력했으나, 같은 당 김진표 의원을 내정하려다 자신을 택한 청와대의 이번 총리 인선에 응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직접 행한 총리 인선 발표에서 "정부는 그동안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우리 사회의 낡은 시스템을 개혁하고, 혁신적이고 포용적이며 공정한 경제로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다"면서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과 화합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들께서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가 정세균 후보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총리후보직 지명 수락 기자회견에서 "여러분들이 언론을 통해 봤겠지만 많은 고심을 했다. 적절한지에 대한 고심을 했는데 국민이 할일 있다면 그런것 따지지 않을 수 있는거 아니냐는 생각에 제가 승낙했다"고 말했다.

종로 지역구 출마에 무게를 뒀다가 지명 수락으로 입장이 바뀐 데 대해선 "당과 협의를 끝내지는 않아서 공식화는 안했지만, 종로 3선 도전하려 했는데 제 총리설 얘기가 계속 나와서 적절치 않은 것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많은분들과 대화하고 깊은 성찰 통해 국민에게 힘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마다하지 않는게 제 태도여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에 수락했다"고 보다 직접적인 심경을 밝혔다.

그는 야당과의 소통 방안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지명 이유를 말씀하면서 '화합과 통합'을 말했다"며 "정책적, 인적으로 이런 저런 방법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을 펼치겠다"고 언급했다.

이낙연 현 국무총리.(사진=연합뉴스)

한편 정 후보자가 총리에 임명될 경우 퇴임하게 되는 이낙연 총리에 대해선 민주당 복귀가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한편 내년 21대 총선에서의 역할론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총리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이 총리와 민주당 지도부 간에 '당으로 돌아와 총선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정도의 공감대가 있었다"며 "구체적인 역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선 이 총리는 정 후보자가 자리를 비우게 된 종로에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성사될 경우 '이낙연-정세균 바톤터치'가 이뤄지는 셈이다. 일각에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맞대응 카드로 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황교안 당대표를 내세울 경우, 종로에서 서로 다른 정부 총리 출신들의 '빅매치'가 이뤄질 수 있다.

민주당 직전 대표를 지낸 추미애 의원이 법무장관으로 내정됨에 따라 공석이 되는 서울 광진구을 지역구에 출마해 한국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대결하는 구도도 일부 거론됐지만, 종로에 비하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총리가 지역구 출마 대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국 선거를 주도하고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방안도 시나리오 중 하나로 거론된다.

다만 후임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과정이 이 총리 거취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총리는 장관들과 달리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임명 동의안이 통과돼야 인준될 수 있다.

총선 지역구 출마 공직자 사퇴 시한인 1월16일 이전에 정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총리직을 공석으로 두지 않는 한 이 총리의 지역구 출마는 불가능하다. 당·청이 이 총리의 지역구 출마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사퇴 시한 전 이 총리가 물러나 경제부총리의 총리 대행체제로 후임자 인선을 마무리하는 경우의 수도 거론되고 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발표 전문(全文).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 지명 이유를 국민들께 직접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문재인 정부 제2대 국무총리로 정세균 의원님을 모시고자 합니다.

먼저 정부 출범부터 지금까지 국정개혁의 기반을 마련하고 내각을 잘 이끌어주신 이낙연 총리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책임 총리로서의 역할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셨고, 현장 중심 행정으로 국민과의 소통에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낙연 총리님이 내각을 떠나는 것이 저로서는 매우 아쉽지만,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신망을 받고있는 만큼,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어느 자리에 서든, 계속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우리 사회의 낡은 시스템을 개혁하고, 혁신적이고 포용적이며 공정한 경제로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과 화합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들께서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가 정세균 후보자라고 판단했습니다.

정세균 후보자는 우선, 경제를 잘 아는 분입니다. 성공한 실물 경제인 출신이며, 참여정부 산업부장관으로 수출 3천억 불 시대를 열었습니다. 또한 6선의 국회의원으로 당대표와 국회의장을 역임한, 풍부한 경륜과 정치력을 갖춘 분입니다.

무엇보다 정세균 후보자는 온화한 인품으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며 항상 경청의 정치를 펼쳐왔습니다.

저는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데 주저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면서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내외 환경이 여러 가지로 어렵지만, 새 국무총리 후보자는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며 민생과 경제를 우선하도록 내각을 이끌고, 국민들께 신뢰와 안정감을 드릴 것입니다.

훌륭한 분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게 되어 감사드리며, ‘함께 잘사는 나라’를 이루는데 크게 기여해 주시리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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