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보도 한국일보, 정보당국 인용 "최근 큰화재 발생"
KBS도 정보당국 인용 "확인된 바 없다" 때아닌 진실공방

국제사회의 유류 제재에 직면한 북한이, 정유시설이 밀집한 나진·선봉(나선)지역에서 1주일 째 큰 불이 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두 국내 언론사가 나란히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화재 발생여부와 원인에 관해 상반된 보도를 내놓았다.

이날 화재 사실을 먼저 보도한 한국일보에 따르면 정보당국 관계자는 전날(22일) "러시아 접경지역과 인접한 북한 나선지역에 최근 큰 화재가 발생해 1주일째 불길이 포착되고 있다"며 "북한은 소방헬기 같은 장비가 부족해 제대로 진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사진=어스윈드맵(Earth Wind Map) 캡쳐
사진=어스윈드맵(Earth Wind Map) 캡쳐

나선지역은 러시아가 공급한 원유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시설이 밀집한 곳으로, 연간 정제능력 200만 톤의 북한 최대 규모 승리화학연합기업소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일보는 보도의 근거로 "화재(연기)로 인해 나선지역 상공의 미세먼지 농동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는 사실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며 '어스윈드맵(Earth Wind Map)' 사이트의 둥북아 지역 위성사진을 올렸다. 어스윈드맵은 위성사진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 기상 상황과 대기 오염지수를 보여주는 사이트다.

이 신문은 나선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북한 신의주 봉화화학공장 등 다른 정유시설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100여㎍)보다 20배 이상 많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또 풀이나 나무 등이 타는 일반적 발화인 경우 일산화탄소(CO)ㆍ일산화질소(NO)ㆍ이산화질소(NO2)ㆍ아황산가스(SO2) 같은 오염물질이 고르게 발생하는데, 나선 지역의 경우 유독 원유가 탈 때 나오는 CO의 농도가 높다"며 "원유가 불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히 "나선지역에 편서풍이 지속적으로 불고 있는데도 오염물질이 뿜어져 나오는 중심부는 이동하지 않고 있다"며 "바람이 세지면 미세먼지 농도가 잠시 떨어졌다가 약해지면 다시 농도가 치솟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KBS는 같은날 보도를 통해, 정보당국 관계자가 나선지역 화재 사실에 대해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계자 언급 말고 화재 발생 보도를 반박할 다른 정황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처럼 북한 화재를 둘러싸고 상반된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이를 접한 국민들의 궁금증은 커지는 양상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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