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사거리·대기권재진입 기술·정확도·핵탄두소형화 등 주요 역량 갖춰...美본토 전역 핵공격 가능”
“北고체 연료 개발 여부와 ICBM 미사일 수량은 여전히 한계”

사진은 조선중앙TV가 2018년 2월 8일 오후 녹화 중계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2018년 2월 8일 오후 녹화 중계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 모습. (연합뉴스)

미국의 로켓 전문가들은 북한 ICBM 기술이 사거리, 대기권 재진입 기술, 정확도, 핵탄두 소형화 등 주요 요건을 모두 갖췄거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북한의 ICBM이 미국 본토 전역에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은 북한이 ICBM의 주요 역량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이 ICBM의 사거리, 대기권재진입 기술, 정확도, 핵탄두소형화 부문에서 모두 필요 요건을 넘어 미국 본토 전역에 핵공격을 가할 수 있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최근 북한 동창리 서해엔진 시험장에서 미사일 엔진 시험 움직임을 포착해 크게 주목을 받은 루이스 소장은 VOA에 “북한은 이미 2017년 화성-14, 15형 발사를 통해 미국 본토까지 다다를 수 있는 능력을 증명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화성-15형은 미국 전역 어디로든 핵무기를 나를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커졌다는 설명이었다.

루이스 소장은 “워싱턴 DC를 겨냥한 200kt 위력의 수소폭탄이 빗맞아 북부 버지니아를 때린다면 이 역시 (미국에) 매우 나쁜 결과”라며 “정확도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 ICBM의 대기권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에 대해서도 “이미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루이스 소장은 “ICBM 기술이 있는 나라가 재진입체를 만들지 못한 전례는 없다”며 “사람들이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정치적 목적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미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도 VOA에 북한의 ICBM 사거리만큼은 이미 미국 본토를 충분히 겨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다다르는 순간 정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표적을 정확히 맞출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미국의 어느 지역이든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히 위협이 된다”고 했다.

북한이 이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해온 브루스 벡톨 미 안젤로주립대 교수는 VOA에 “그동안 검토한 자료를 근거로 볼 때 ICBM급 화성-14, 15형 미사일 모두 대기권 재진입 역량을 갖춘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벡톨 교수는 “무수단, 화성-12형 미사일 등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의 대기권재진입 역량을 이미 증명한 북한이 ICBM에 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ICBM 개발에 필수적인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경량화 기술에 대해선 오랫동안 관측이 엇갈렸지만 이미 6차례 핵실험과 화성-14호, 15호 등 ICBM급 미사일 발사를 시행한 북한이 소형화 기술을 이미 확보했거나 개발 마무리 단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지난달 29일 VOA에 “북한은 이미 대규모 5차 핵실험 이전에 ICBM 탑재용 핵무기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ICBM과 관련해 아직 넘지 못한 장애물로 분명히 존재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로켓 전문가들은 북한의 고체 연료 개발 여부와 ICBM 미사일 수량을 한계로 지적한다.

맥도웰 박사는 최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이뤄진 ‘중대 시험’이 향후 어떤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지난 7일 시험만큼은 “액체연료 연소 시험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맥도웰 박사는 “북한이 대형 액체연료 로켓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해당 로켓이 미사일인지 우주발사체인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도 “북한의 ICBM은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액체연료를 사용한다”며 이를 “운용상의 큰 결점”으로 지적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액체연료는 ICBM 발사에 앞서 연료를 주입하는 등 오랜 준비시간이 필요하고 이런 과정 내내 상대방의 공격에 취약해진다”며 “반면 고체연료는 ICBM에 미리 장착해 놓고 발사 결정 뒤 수분 내에 이동식발사대(TEL)에 올려 쏠 수 있어 매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뚫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ICBM을 예비해 놓지 못한 것도 한계로 지적됐다.

맥도웰 박사는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미사일 공격이 중국, 러시아의 공격과 다른 점은 장거리미사일 보유량의 차이”라며 “북한은 많은 미사일을 갖고 있지만 장거리미사일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그는 “억지력은 발사를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것이 목적이지만 끝내 발사가 이뤄질 경우 불과 몇 기의 미사일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 시험’을 거듭하고 있는 북한이 연말 협상 시한에 맞춰 로켓 발사를 실제로 강행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이를 평화적 우주개발 목적의 ‘위성발사’로 포장할 경우 미국은 대처하기가 훨씬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루이스 소장은 “북한의 우주발사체는 ICBM에 비해 정교함이 크게 떨어진다”며 “미국은 북한의 ICBM 발사 유예 연장에 계속 집중하되 또 한번의 은하 로켓 발사에는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언 윌리엄스 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은 “로켓 분리와 재점화 단계를 반복하는 전 과정과 로켓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복잡한 기술이 겹친다”며 “위성은 지구궤도를 따라 그대로 돌지만 ICBM은 핵탄두를 탑재하고 다른 궤도를 비행한 뒤 지상의 목표물에 떨어진다는 것만이 중요한 차이점”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oe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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