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계약체결 후에도 공급원가 변동시 납품단가 조정 신청 가능
소상공인 적합업종, 이익공유제에 이어 정부의 시장 교란 확대 우려
대기업, 영업비밀 이유로 법원의 자료제출 명령 거부할 수 없어
'거래조건 개선'을 위한 소규모 조합 행위도 원칙적으로 허용

'대·중소기업 거래관행 개선 및 상생협력 확산 대책' 일부 캡쳐

정부가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납품대금 조정신청권'을 확대할 방침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납품 계약을 체결했어도 공급원가 하락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가격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관계 부처와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 거래관행 개선 및 상생협력 확산 대책'을 발표했다. 시장질서를 교란한다고 비판받고 있는 소상공인 적합업종, 이익공유제에 이어 나온 '상생' 대책의 연장이다.

이들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저임금·저이익 구조 하에서 낮은 노동생산성을 보이고 있고 투자여력도 부족하다"면서 "이러한 격차의 중요한 원인은 대기업 중심의 수직계열화 거래구조로 인해 많은 중소기업이 소수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발표한 대책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에도 납품대금 조정협의권이 부여된다. 이에 따라 중기중앙회는 개별 중소기업이나 기업이 속한 협동조합을 대신해 대기업을 상대로 납품 대금을 올려달라고 조정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공급원가 하락을 전제로 한 단계적인 단가 인하 계약을 체결했을지라도, 예상치 않은 사정으로 원가가 하락하지 않은 경우엔 납품대금 조정 신청을 가능하도록 하도급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는 사적 계약을 두고 공급자가 사후에 가격을 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강제한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중소기업단체의 교섭력도 강화될 예정이다. 공정위와 중기부는 중기협동조합법 개정을 통해 중기조합의 공동사업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담합규정 적용을 배제할 계획이다. 이들은 가격인상, 생산량 조절 등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여 소비자이익을 침해하는 경우는 제외하겠다면서도 구체적 기준에 대해선 향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앞으로 대기업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법원의 자료제출 명령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대기업을 상대로 한 중소기업의 손해배상 소송이 끊이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여기에 '거래조건 개선'을 위한 소규모 사업자 조합의 행위도 원칙적으로 허용됨으로써 조합의 요구가 폭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상생협력기금도 2024년까지 신규로 1조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상생협력법 개정을 통해 복지 인프라를 협력사와 공유하는 등 현물 지원시 이를 상생협력기금 출연으로 인정할 예정이다. 또 중기부는 5조4000억원에 달하는 상생형 벤처펀드도 조성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대기업의 자율적인 일감개방을 유도하고, 자상한 기업(자발적 상생협력 기업)의 발굴을 통해 상생문화를 확산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공공기관 임직원이 복지포인트를 활용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제품을 복지몰을 통해 구매하는 등으로 중소기업 판로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와 중기부 등은 관련 법률 개정을 2020년 말까지 완료하고, 시행령 등 하위 규정 개정은 2020년 상반기 내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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