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칼럼] 연말 연초 핵위기 도래 가능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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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12.16 10:27:46
  • 최종수정 2019.12.1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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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전망 세 개의 시나리오...美의 완전한 비핵화 VS 北의 부분적 비핵화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이 희박한 이유...핵은 北의 체제 정당성 담보하는 핵심 수단
‘그들’ 만의 잔치’가 될 세 번째 시나리오...美, 부분적 비핵화 수용하며 가짜 평화 선전할 수도
북한발 위기와 트럼프발 위기...文정부 상황 인식 못하고 對北퍼주기 타령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북핵 전망 세 개의 시나리오

아직도 북핵 해결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핵능력의 일부만을 양보하는 수준에서 미국과 타협하는 ‘스몰 딜(Small Deal)을 요구하면서 ‘핵실험 및 ICBM 발사 중단’을 자신들의 ‘중대한 양보조치’로 선전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일단 ‘FFVD(Final and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개념에 입각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해야 한다는 ‘빅딜(Big Deal)’을 고수한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이나 10월 5일 스톡홀롬 실무회담이 성과 없이 무산된 것도 북한이 제시한 ‘부분적 비핵화’를 미국이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말 연초의 북핵 문제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첫째 시나리오는 현재의 미·북 간 대치가 상당기간 지속되는 경우이다.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북한이 미국의 입장을 수용하여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고 부분적인 개혁개방을 택하는 것인데, 이 시나리오는 이론적으로만 존재할 뿐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는 경우이다. 즉, ‘불충분한 비핵화’를 받아들이고 북한이 원하는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것인데,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상존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시나리오를 택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동맹을 희생시키면서 북한과 야합해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 미 의회와 전문가 그리고 미국 국민의 여론이다.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이 희박한 이유

두 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희박하고 첫 번째 시나리오가 유력한 이유, 즉 북한이 완전한 핵포기를 결단하기보다는 계속해서 ‘무늬만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미국과의 대치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크게 네 가지이다. 첫째, 북한에게 있어 핵무력은 최고지도자에게 엄청난 후광효과(Halo Effect)를 가져다주는 선전수단이자 체제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핵심적인 수단이다. 북한 헌법은 최고지도자를 ‘조국을 무적불패의 핵강국으로 전변신킨’ 영웅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2013년 최고인민회의가 채택한 핵보유법도 핵보유의 정당성을 천명하면서 핵사용권이 오직 최고사령관에게만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핵포기는 수령의 권위와 체제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다.

둘째, 북한이 완전한 핵포기를 결심할 수 있는 반대급부는 ‘체제보장과 동맹해체’ 뿐인데, 둘 다 미국이 들어주기 어려운 것들이다. 최악의 인권부재국이자 독재국인 북한의 체제를 문서로 보장한다는 것은 미국의 건국이념에 반하는 것이어서 여론의 질타를 맞을 수 있으며, 설령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북한 내부의 소요사태로 인한 체제 위협을 미국이 군대를 파견해서 막아줄 수도 없다. 한미동맹 해체도 쉬운 일이 아니다. 동맹 해체는 한국에게 있어 생사(生死)의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의 좌파들도 노골적으로 거론하기 어려운 이슈이며, 미국에게 있어서도 70년 전통의 한미동맹을 폐기하는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북한은 자신들의 최대 목표인 ‘체제보장과 동맹해체’를 달성하기 전에 섣불리 핵무기를 내려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신냉전의 도래와 그로 인해 구축되고 있는 새로운 안보질서는 북한을 고무하여 핵포기 가능성을 더욱 희박하게 만들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은 양보 없는 대미(對美) 패권경쟁을 견지하고 있고, 이를 위해 러시아와의 ‘전략적 밀월관계’를 구축하고 중·북 혈맹관계를 복원하고 있다. 새로이 구축되는 신질서 하에서 중국이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거두고 북한 중시로 돌아선 지는 오래이며, 러시아도 마찬가지이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신냉전과 함께 중국이라는 ‘체제 보장자’와 러시아라는 조력자를 얻은 것이다. 넷째, 북한은 시간이 자신들의 편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북한은 미국과 대치하는 지금도 핵무기 생산, 핵물질 비축, 미사일 개발 등을 계속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의 이중플레이에 힘입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견디어 왔다.

‘그들’ 만의 잔치’가 될 세 번째 시나리오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미국이 북한의 ‘부분적 비핵화’ 방안을 수용하는 시나리오는 남북한과 미국의 정부에게는 축제가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대한 위협 제거’를 최대 성과로 내세우면서 재선을 위한 호재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북한 사람들은 “최고지도자께서 미국을 굴복시키고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받고 많은 반대급부도 획득하시었다”고 칭송할 것이다. 좌파적 이념에 입각한 ‘국가개조’ 작업으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 문재인 정부와 추종자들에게는 ‘국면돌파용 호재’가 될 것이며, 2020년 총선에서도 집권세력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한국 국민에게 최악 상황이 될 수 있으며, 국가생존 자체가 분수령적인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요구에 따라 주한미군 감축 연합훈련 축소 등 동맹을 약화시키는 조치들을 취할 것이며, 그런데도 ‘불충분한 비핵화(halfway denuclearization)’ 합의는 오히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자리매김시킬 것이다. 북한의 화학무기, 생물무기, 방대한 재래군사력 등은 이와 무관하게 존속할 것이다. 한국의 핵인질 상태도 해소되기보다는 영속화될 것이다. 그래도 한국 내 좌파들은 크게 고무되어 대국민 선전선동을 강화할 것이며, 좌성향 언론들이 발원시키는 ‘평화의 강풍’과 “남북은 하나다”라는 구호 속에 한국의 국가보안법, 강한 군대, 동맹, 안보교육 등 지금까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탱해온 안보장치들이 설 땅을 잃을 것이다. 남과 북은 ‘우낭(牛狼) 관계’로 자리매김될 것이며,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을 거쳐 적화통일과 죽음의 산야(killing Field)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초식동물인 송아지와 육식동물인 늑대가 경계울타리를 허물고 동거를 시작하는 순간 송아지의 운명은 결정되기 마련이다.

북한발 위기와 트럼프발 위기

이런 상황이라면 한국 정부는 당연히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그게 안보정론일 것이다.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수용하는 경우에 대비한 대북지원 계획과 북한의 ‘착한 변화’를 선도할 계획들을 수립하고 있어야 하지만, 현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에 대비한 안보대책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하고, 최악의 시나리오가 도래하지 않도록 동맹외교와 대주변국 외교에 만전을 기해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는 안보정론을 준수하는 정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중에 북쪽 하늘에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또 한바탕의 소낙비가 쏟아질지도 모른다. 북한은 지금까지 “연말 이전에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오라”고 미국을 압박해왔고, 미국이 자세 변화를 보이지 않자 동창리 발사장에서 ICBM을 쏠 채비를 차리고 있다. 북한이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한 양보조치’로 선전해온 핵실험 중단과 ICBM 발사 중단을 철회하고 다시 핵실험이나 ICBM 발사에 나서고 미국이 이에 대응한다면 또 한 번의 위기는 불가피하다. 물론, 트럼프발 위기도 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극적으로 북한의 ‘무늬만 비핵화’ 주장을 수용하여 축포 속에 합의서 서명식을 거행한다면, 세 정부의 축제 속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대한민국에는 북한발 위기든 트럼프발 위기든 위기에 대처하는 정부가 없다. 자해적(自害的)인 경제·안보·외교 정책으로 국가능력을 크게 실추시킨 정부는 있어도 각종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정부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군대가 직업정신에 충일하여 부릅뜬 눈으로 바깥을 주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을 ‘혼란스럽고 구체적이지도 않으며 심하게 분열되어 있는’ 국민의 역량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이 시대에 대한민국이 직면한 최대 딜레마이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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