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문가, “중요한 외교 협상을 앞두고 남측 비난해 협상 지렛대를 높이려는 수법”
北, ‘뻔뻔스러운 사람’, ‘삶은 소대가리’, ‘바보’, ‘개’, ‘똥’, ‘웃기는 것’, ‘도적’ 등 다양한 표현으로 文 정권과 軍 비난해 와
‘북한 핵개발을 둘러싸고 북·중 간의 갈등이 심화’ 추측도

북한 당국은 13일 밤 ‘서해위성발사장’이라고하는 ‘동창리 미사일시험발사장’에서 “또 한 번의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14일 밝혔다.(그래픽=연합뉴스)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는 15일 ‘외세 의존’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외교 행보를 일방적으로 비난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실명 거론을 피하는 대신 ‘현 당국’ 또는 ‘현 당국자’와 같은 표현으로 순화했다.

북한의 대외 선전용 라디오 방송인 ‘평양방송’은 이날 <외세 의존으로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제목의 보도에서 “남조선의 현 당국은 당장 존망의 위기에라도 처할 것 같은 위구심(危懼心)에 사로잡혀 조선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구걸하는 멍텅구리 짓만 일삼고 있다”며 수위 높은 표현으로 문재인 정권을 비난했다. 북한의 이같은 ‘막말 쏟아내기’는 이날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문 대통령이 오는 16일 청와대 가질 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중요한 외교 협상을 앞두고 남측을 비난함으로써 협상 지렛대를 높이려는 북한의 수법이 또 등장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과거 자신의 뜻대로 협상이 풀리지 않거나 중대한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는 막말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문 대통령을 향해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仰天大笑·하늘을 보고 크게 웃다)할 노릇”,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남조선당국자”라고 문 대통령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등의 표현을 써 가며 조롱해 왔다.

특히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고 40여일이 지난 후인 지난 4월13일, 북한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에게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돼야 한다”며 비꼬았다. 또 한미연합훈련이 열린 지난 8월11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은 담화문을 통해 우리 정부와 군을 ‘바보’, ‘개’, ‘똥’, ‘웃기는 것’, ‘도적’ 등에 비유하기도 했다.

특히 이 방송은 해당 보도에서 “남조선의 현 당국자는 남조선을 방문한 어느 한 나라의 외교부장을 만났다”고 전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중국 정부의 긍정적 역할과 기여에 감사드린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이 ‘구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5일 문 대통령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왕이 부장에게 한 말이다. 해당 자리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한반도 비핵화’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문 대통령은 중국에 ‘촉진자역(役)’을 요청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평양방송은 “남조선 당국이 외세에 빌붙어 관계 개선과 평화를 구걸하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하며 열을 올렸지만 실제로 북남관계와 조선반도의 정세가 완화된 것이 아니라 더욱 악화했다”며 “외세의존으로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이고 그에 대해 “어리석은 짓”이라는 평을 했다.

그러면서 “그로 해서 차례질 것은 수치와 굴욕의 올가미를 더 깊숙이 쓰게 되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똑바로 알고 분별 있게 처신해야 할 것”이라고 평양방송은 덧붙였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사진=연합뉴스)

한편, 북한이 실질적인 핵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인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관련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북한이 문재인 정권의 외교 행보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선 것과 관련, ‘북한 핵개발’을 둘러싸고 북·중 간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8월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말에 따르면, 지난 1975년 4월18일 베이징에서 김일성이 마오쩌둥(毛澤東)을 만난 자리에서 “핵을 개발하는 데에 얼마나 들었나”하느 김일성의 질문에 대해 마오는 “조선은 핵무기를 가질 꿈도 꾸지 말라”고 못박았다고 한다. 태 공사는 김일성은 북한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며 “앞으로 핵무기를 만드는데 가장 큰 적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며 분하게 여겼다고도 했다.

지난 2014년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때도 북한은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내놨다. 북한 군부에서는 “중국은 천년의 원수”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후 중국이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에 본격적으로 동참하자 “일본은 백 년의 원수요, 중국은 천 년의 원수다”라는 구호가 등장하기도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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