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첫 ‘북송’ 이래 25년 간 10만여명 북한行...‘北은 사회주의 지상 낙원’ 거짓 선동에 속아
김일성-조총련-국제적십자연맹-日정부 한통속 돼 시작된 사업...‘지상 낙원’은 커녕 모진 가난과 박해 겪어
“일본인 어미는 배에서 내린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자식들에게 계속해 사죄했다”
최장 60년, ‘거주 이전의 자유’ 박탈된 채 일본에 남겨진 가족들 만나지도 못 하는 ’생이별’

박순종 펜앤드마이크 기자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이른바 ‘북송 재일교포’ 문제를 취재하는 내내 ‘인간의 잔혹성’에 대한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이역만리, 아득히 멀리 떨어진 곳의, 생김새도, 말도, 나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이들이 겪은 문제가 아닌, 같은 말을 사용하며, 생김새도 비슷하고, 어쩌면 바로 내 이웃에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이들이 겪은 일이다.

지난 2013년, 나는 일본 니가타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대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던 나는 ‘니가타현립대학’의 초청을 받고 경비 전액을 현립대학 측이 부담하는 일주일짜리 연수 코스를 다녀온 것이다. 니가타 중심부에 위치한 ‘도키 멧세 컨벤션센터’ 꼭대기 층의 전망대에서는 니가타항(港) 전체를 조망할 수 있었다. 도시를 가로지르며 유유히 나아가는 시나노(信濃) 강의 민물이 동해의 새파란 바닷물과 만나는 바로 그곳에 니가타 항구가 있다. 저 멀리에 ‘사도가시마’(佐渡島)라는 섬이 있고, ‘사도’ 건너 동해를 가로지르면 북한 청진항을 만난다.

눈을 감고 60년 전인 1959년 12월14일로 시간을 되돌려 본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만세’ 소리, ‘쿵짝쿵짝’ 악단의 흥겨운 배경음을 뒤로 하고, 이제는 ‘내 나라, 내 조국’에서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히 살 수 있다는 기대와 설렘 속에서, 동해의 차디찬 겨울 바람을 꿋꿋이 이겨내며 배에 오르기만을 기다리던 무구(無垢)한 사람들의 눈망울들이 보인다. 무능한 임금을 만나 나라가 넘어지는 난리를 겪고, 15년 이상 전쟁을 수행하느라 국력을 다 소진해버린 땅에서 가난과 멸시를 견딘 이들이다.—‘사회주의 지상 낙원’, 그것은 모진 시련을 겪은 그들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1959년 12월14일, 니가타항의 부둣가에 모인 975명의 재일교포들은,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건너간 일본 땅에서 갖은 시련을 겪으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귀국선’ 크레리옹호(號)와 토보리스호(號)에 올랐을 것이다. 1959년 시작된 ‘재일교포 북송 사업’은 1984년 종료될 때까지 25년 간 이어졌다. 이 사업을 통해 ‘재일조선인’ 9만3000여명과 일본 국적을 가진 그들의 식솔 6000여명이 북한으로 보내졌다. 아니, 처분됐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남의 나라’ 일본에서도 겪어보지 못 한, 더 큰 가난과 모진 박해뿐이었다.

북한의 지령을 받아 “북한은 지상 낙원이며 의식주(衣食住) 걱정이 없는 곳”이라고 재일교포들에게 떠들어댔을 ‘조총련’, 온갖 위선(僞善)으로 스스로를 포장한 국제적십자연맹, 그리고 그런 사정을 알면서도 ‘재일조선인’들을 북한으로 청소하듯 내쫓아버린 일본 정부…… 이 셋은 한통속이 돼,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이루기 위해 ‘인간’을 도구로 소비해 버린 김일성(金日成)에게 부역했다. 그저 ‘조금 더 잘 살고 싶었을’ 뿐이었던 ‘북송’(北送) 교포들의 순진한 눈망울을 떠올리면, 이들에 대한 분노가 치밀지 않을 수 없다.—‘개XX들.’

지난 2003년 ‘다카하시 도오루’(高橋亨)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상에 투고된 게시물에서 글의 작성자는 “난민이 돼 일본으로 다시 도망쳐 온 사람들이나 그들의 자식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곤 ‘항구가 보였을 때 너무나도 초라한 모습에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환영식 자리에 음식이라고 내온 것들은 맛이 없어서 먹을 수 없었다’,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데리고 북한으로 건너온 어미는 배에서 내린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자식들에게 계속해 사죄했다’ 등의 이야기밖에 없었다”며 “당시 일본인들이 모두 북한을 찬양한 것은 (북한이) ‘귀찮은 조센징들’을 공짜로 처리해 주는 고마운 존재였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권의 ‘반일(反日) 프로파간다’로 지금 온 나라가 시끄럽다. ‘조선인 위안부’ 문제, ‘태평양 전쟁 당시 조선인 노무동원’(소위 ‘조선인 강제징용’) 문제 등을 이유로 내세워 한·일 간의 건전한 군사 협력까지 파탄 직전으로 몰고갔던 문재인 정권이지 않은가? 자, 자타가 공인한다는 소위 ‘인권 대통령’ 문재인은 내 질문들에 대답해 보라—“‘재일교포 북송 문제’에 깊숙이 관여해 오며 북한의 인권 유린에 적극 협력한 일본 정부를 어떻게 처리하겠는가?”, “북송 재일교포들과 그들의 일본인 아내들로부터 ‘거주 이전의 자유’도 박탈하고 일본에 남겨진 가족들을 최장 60년 동안 만나지도 못 하게 한 북한 정권의, 이 심각한 ‘인권유린’ 문제를 어떻게 풀겠는가?”

문재인, 당신은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묻는 내게 대답할 의무가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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