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의장, 13일 저녁 "오늘 본회의 개의 안 한다"며 여야협상 요구..."선거법 처리가 바람직" 또 與 편들기
文의장, 저녁까지 본회의 못 열고 교섭 3당 원내대표 소집만 세번째...군소3당은 선거법 잠정합의 거부
'오후 3시 본회의' 먼저 정해놓고 "16일까지" vs "30일간" 회기안건 표결하려다 한국당 필리버스터에 역공당해
한국당, 필리버스터 신청 이어 연이은 규탄대회..."회기 결정 건 필리버스터 국회법상 명백히 가능" 설명자료도
바른미래 탈당파 새보수당도 "필리버스터 가능" "패스트트랙법안 상정 강행시 필리버스터" 한국당 측면지원
정의당 없이 진행된 4+1 실무협의서 선거법 잠정합의안 나왔지만 손학규-심상정-정동영 별도회동 후 '비토'

지난 11일부터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로 문희상 국회의장이 소집한 12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13일 오후 3시 열리기로 예정됐으나, 원내 상황이 급변하면서 열리지 못하고 있다. 오후 6시로 한차례 연기됐다가, 오후 7시35분쯤 문희상 의장 측이 "개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회 내 긴장사태가 풀렸다.

이에 앞서 여야 교섭단체간 합의 없이 이날 본회의에 부의된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에 제1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방식의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하면서 제동이 걸렸고, 범(汎)여권 내부 균열상도 드러나 여권 관심법안 일괄 상정을 위한 본회의 개의 조건은 크게 악화됐다.

12월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경기도 광주시민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의 거부로 열리지 않고 있는 제372회 임시국회 제1차 본회의 개의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2월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경기도 광주시민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의 거부로 열리지 않고 있는 제372회 임시국회 제1차 본회의 개의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당초 문희상 의장은 전날부터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소집을 요구해 이날 오전 11시 회동을 가진 뒤, 오후 3시 본회의를 열어 여야간 비(非)쟁점법안과 지난 10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상정 작업이 중단된 예산부수법안을 먼저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법적 근거 없는 범여권 4+1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이틀 전 512조3000억원 규모의 예산안 날치기에 이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야합으로 본회의에 부의시킨 선거제 개악법-검찰장악법까지 이날 상정될 전망이었다.

하지만 문 의장은 오후 3시 본회의 개의 직전 민주당 이인영·한국당 심재철·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에게 회동 소집을 통보했다. 이는 한국당이 본회의 첫 안건으로 상정돼야 하는 '임시국회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해 국회 의사과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방식의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 회동은 심재철 원내대표의 불참으로 불발됐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여야3당 원내대표가 12월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의장실에 모여 당일 오후 개최할 본회의 의사일정 관련 논의를 가졌다. 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앞서 오전 회동에서 임시국회 기간을 놓고 민주당은 '오는 16일까지'로 주장한 반면 한국당은 '통례에 따른 회기인 30일간' 열어야 한다고 촉구하며 대립했다. 보통 회기별 첫 본회의에선 여야간 미리 합의된 회기 안건을 만장일치로 표결하고 넘어가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재적의원 3분의1을 넘는 의석을 보유한 한국당은 본회의 개의 직전 이 안건부터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그러자 문 의장은 임시회 회기 결정 건은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본회의 개최를 미뤘다. 민주당 측은 한국당이 단순 찬·반 토론을 약속해놓고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약속을 뒤집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오후 회동 불발 직후 기자들을 만나, 오전 회동에서 당시 임시국회 회기 논의와 관련해 "찬반 토론을 2인 이내에서 5분씩 하는 것으로 정리됐었다"면서 "필리버스터를 안 한다는 전제 속에 찬반 토론이 있는 것으로, (한국당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반면 심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앞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명시적으로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안 하겠다'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며 "찬반 토론 2명과 필리버스터를 맞바꾸는 멍청한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고 공박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0일 본회의 개최 합의 당시 내년도 예산안을 '여야 합의처리'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은 채 날치기를 강행했는데, 한국당이 이를 되치기한 격이 됐다.

심 원내대표는 "지금 국회의장실에서 '회기 결정에 대해 찬반 토론하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얘기하면서 '그때 발언한 게 녹취돼 있다. 속기록을 까겠다'고 한다"며 "3당 원내대표가 얘기하는 것까지 전부 녹음해서 까는 비열한 의장인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덮어씌우면서 잘못된 패스트트랙 선거법을 합리화하려는 문 의장에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속기록 까시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한국당은 의총에서 문 의장과 여권 릴레이 규탄발언과 구호 제창 행사를 진행한 뒤, 국회 본관 앞에서 당 지도부 및 의원들은 물론 당 사무처 직원과 의원 보좌진까지 합세해 '패스트트랙 법안 날치기 상정 저지 규탄대회'를 열고 국민들에게 여권 심판을 호소했다. 이후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등에 나눠 들어가 비상대기를 이어갔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월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진행한 의원총회 겸 대여(對與)규탄행사에서 공개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당은 입장자료를 통해 '국회법 제106조의 2'(무제한토론의 실시 등)를 거론하며 임시국회 회기 결정의 건은 필리버스터 대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조문에는 '의원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이 법의 다른 규정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아니하는 토론을 하려는 경우에는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경우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해 무제한토론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국당은 지난 2013년 9월2일 본회의 의사일정 안건 제320회 국회(정기회) 회기결정의 건에 대해 김미희 전 의원(통합진보당)이 신청한 토론이 실시된 적이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회기결정 건에 대한 토론은 법과 관례상 거부할 수 없는 명명백백한 사실"이라며 "이를 거부하려면 국회법을 개정해 '회기결정의 건은 안건에서 제외한다'라고 해야 상식과 이치에 맞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이지만 탈당파에 속하는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한 언론으로부터 한국당의 '회기 안건 필리버스터 신청'에 대해 "찬성-반대 토론을 하는 것은 모두 필리버스터가 가능하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불가하다는 문 의장의 주장에 대해선 "국회의장이 유권해석을 마음대로 해서 (필리버스터 가부 판단을 하면)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바른미래당 탈당파가 창당 준비 중인 '새로운보수당'의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오전 새보수당 명의의 첫 보도자료에서 패스트트랙 악법들을 여권이 강행처리 하려 하면 필리버스터를 직접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한국당과 간접적으로 공조를 이룬 바도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부터)와 김관영 지명직 최고위원,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2월13일 오후 국회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실에서 당일 4+1 협의체 중 정의당을 뺀 정당의 실무 협상자들이 내놓은 선거법 잠정합의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본청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부터)와 김관영 지명직 최고위원,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2월13일 오후 국회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실에서 당일 4+1 협의체 중 정의당을 뺀 정당의 실무 협상자들이 내놓은 선거법 잠정합의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본청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범여권 내부 움직임도 심상치 않게 흘러갔다. 이날 정의당이 빠진 채 4+1 실무협의가 진행돼 공조 균열이 생기고 의결정족수 부족이 예상되자 본회의 무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 대안신당 등의 선거법 실무협상 참여자들은 이날 점심을 함께 하며 패스트트랙에 올린 선거법 수정안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잠정 합의안은 선거법 개정에 따른 ▲의석 비율을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으로 하고 ▲정당득표율-의석 연동률은 50%로 유지하되 ▲비례대표 50석 중 30석에 대해서만 연동률 50%를 적용하고 나머지 20석은 소위 '캡(상한선)'을 씌워 현행대로 배분하자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원래 비례 50석 중 25석에 캡을 씌우자는 주장을 폈다가 한발 물러서며 연동률 50% 적용대상을 5석 늘렸다고 한다.

지역구에서 아쉽게 낙선한 후보도 비례대표 명부에 올릴 수 있는 석패율제는 원안에서 현재 권역별로 2명씩 총 12명 이내에서 도입하기로 돼 있었지만, 정의당이 빠진 4+1 협의체는 그 절반(권역별 1명씩 총 6명 이내)으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기존 합의안에 정당득표율 3%로 돼 있는 봉쇄조항을 5%로 높이자고 주장했지만 다른 정당들의 반발에 3% 유지로 후퇴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이날 오후 여영국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당 의총 결과 "정치개혁 취지에서 후퇴한 이 안에 동의할 수 없다"며 "민주당은 작은 데 집착 말고 대의에 따르라"고 반발했다. 4+1 실무협상 참여자인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재차 협의할 의향이 있냐는 언론의 질문에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바른미래당과 민평당도 내부 검토를 거친 결과 이번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손학규 바른미래당·심상정 정의당·정동영 민평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별도의 패스트트랙법 회동을 갖고 민주당의 연동률 캡 제안에 반발했다.

오후 6시가 임박해서도 바른미래당 등에선 본회의 개의 가능성에 대해 "모르겠다"고 말해 민주당 측을 압박했다. 4+1은 이날까지 합의안을 도출해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게 목표였으나 이루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12월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여야3당 원내대표들과 회동에 앞서 20대 국회를 회상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12월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여야3당 원내대표들과 회동에 앞서 20대 국회를 회상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의장은 오후 7시 여야 3당 원내대표를 재차 불러 오후 8시 본회의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으나, 야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의 불참으로 회동이 결렬됐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에 따르면 문 의장은 "오늘 본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개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오늘 오전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합의한 내용이 이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한국당은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지 않기로 한 민생법안에 대해, 명시적으로 무제한신청 토론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강력 촉구한다. 지금으로부터 3일간 마라톤협상을 진행하길 바란다"며 "필요하다면 의장집무실이라도 내줄 생각이다. 밤을 새워서라도 합의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의장은 오는 16일 오전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을 다시 소집해놓고 "이 자리에서 실질적 합의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며 "총선 일정을 감안해 공직선거법이 처리되는게 바람직하단 입장"이라고 거듭 여권의 편을 들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