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손실 가능성 등 예상되는 위험성 기업에게 명확히 설명하지 않아"
2013년 대법원 "사후에 큰 손실 발생했다고해서 불공정한 계약이라 볼 수 없다"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금융당국이 은행을 상대로 2008년 키코(KIKO)와 관련한 손실액의 최대 41%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2013년 대법원이 '키코는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다'라고 판결한 것과 정반대로 논란이 예상된다. 키코는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파생상품이다.

금융감독원은 13일 키코 상품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결과 판매 은행들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밝혔다.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이다.

분조위는 은행들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 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2013년 9월 26일 대법원이 '키코는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다'라고 판결한 것과는 정반대다.

당시 대법원은 키코가 고위험 환헤지 상품으로 은행이 상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경우 피해 책임은 원칙적으로 가입자가 져야 한다고 확정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은 키코와 관련한 기업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사후에 외부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계약당사자 일방에게 큰 손실이 발생하고 상대방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큰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하여 그 계약이 당연히 불공정한 계약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환율이 급상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고 해서 설명의무를 위반하긴 어렵다고 봤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키코는 불공정계약이 아니라며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분조위는 판매 은행들이 계약 체결 시 예상 외화유입액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다른 은행의 환헤지 계약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규모의 환 헤지를 권유해 적합성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환율 상승 시 무제한 손실 가능성 등 예상되는 위험성을 기업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 의무도 위반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2008년 키코 소송 사태에 대한 약 5년간의 법적 다툼 끝에 나온 대법원의 결론을 정면으로 뒤집는 결정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분조위의 이번 배상 결정은 강제성이 없다. 금감원은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은행에 자율조정(합의 권고)을 의뢰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은행의 배상안 수용 여부가 관건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인 10년이 이미 지난 상황에서 배상하면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어 꺼릴 가능성이 높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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