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석 與와 야합한 군소정당-무소속 33석 중 호남지역 19석뿐...속기록도 안 남긴채 불리고, 없던사업 끼워넣고
2018년도 본예산 심의서 지역구챙기기 2.7조 증액, 전남 1조 쏠려...광주-강진 고속 해마다 '심의중 폭증'
'마지막 여야 합의처리' 2019년도 예산안 심의 때는 SOC 1.2조 순증...영·호남 철도-도로사업 대폭 증가

더불어민주당과 범(汎)여권 군소정당만의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교섭단체간 합의 처리'를 무시하고 다수표를 앞세워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총 512조2504억원 규모의 정부예산 수정안을 둘러싸고, 호남권 정치인들의 '예산 농단(壟斷·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함)' 논란이 일고 있다. 4+1집단의 독자 심의 과정은 국회 속기록 등의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아 파문이 한층 클 전망이다.

당초 513조4579억원 규모로 제출된 정부예산 원안이 4+1 정당들의 독자 심의를 거치는 동안 1조2075억원만 순(純)삭감됐는데, 호남 지역 예산은 오히려 비슷한 규모인 1조1000억원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예산 원안에서 그나마 불필요하다고 판단된 민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에 협조한 군소정당들의 지역구가 대부분 호남권에 대부분 몰려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선일보가 분석한 4+1 정당들의 강행처리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광주·전남·전북에 대한 국비 투입 규모는 정부의 예산안 원안에 비해 각각 수천억원씩 증액됐다. 민주당과 야합한 군소정당 및 무소속 의원은 총 33명인데, 이 중 19명만이 호남 지역구 의원이다. 다른 지역구 의원은 5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9명은 비례대표였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유성엽 대안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12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패스트트랙 법안과 2020년도 예산안 야합 논란을 일으킨 '4+1' 협의체 논의를 위해 모여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유성엽 대안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12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패스트트랙 법안과 2020년도 예산안 야합 논란을 일으킨 '4+1' 협의체 논의를 위해 모여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4+1에 참여한 군소정당별 실세들은 자신의 지역 예산을 톡톡히 챙겼다. 박지원 대안신당(가칭) 의원은 지역구인 전남 목포 관련 예산을 정부 원안대비 최소 567억원 늘렸다. 그 스스로가 정부 원안보다 1047억원 많은 7924억원을 확보했다는 보도자료도 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주홍 민평당 의원(전남 고흥군보성군장흥군강진군)은 276억원, 조배숙 민평당 원내대표(전북 익산시을)는 56억원 등을 각각 증액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의원 8명 중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일원인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지역구 의원 모두가 4+1 예산안 짬짜미에 협조했다. 그 결과 호남고속철도 광주~목포 구간 건설 사업은 원안대비 480억원 증액된 900억원이 됐다. 

광주~강진 고속도로에는 230억원(황주홍 민평당 의원), 광주도시철도 2호선에는 220억원이 추가됐다. 또 광주전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 청사 리모델링 사업이 생겨서 35억5300만원이 책정됐고, 2억600만원짜리 광주 남구 송하동 마을 하수관로 정비 사업이 신설되는 등 7개 사업이 정부 원안에도 없었다가 심사 도중 끼어들어갔다고도 신문은 지적했다.

이밖에 전북·전남을 기반으로 한 민평당 정동영 대표(전북 전주병)와 김광수 의원(전북 전주갑)은 전주탄소산업단지 진입도로 예산을 20억원, 전주역 역사(驛舍) 개량 사업 예산을 10억원 늘렸다. 

창당준비단계인 대안신당에선 박지원 의원 외에도 유성엽 창준위원장(전북 정읍고창)이 정부 원안에는 없던 정읍 벼 건조 저장 시설 지원 사업(5억8000만원), 고창 하수처리시설 증설 사업(5억원), 고창군 일대에 전봉준 생가터 등을 조성하자는 '동학농민혁명 성지화' 사업(2억원) 등 예산을 신설했다. 김종회·윤영일 의원도 각기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씩 지역구 예산을 불렸다.

호남권 정당 외에도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역구 내 하수관로 정비 사업 예산 5억원을 추가했다. 민주당에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전해철 의원이 신안산선 복선전철사업 예산 50억원을 추가했다. 4+1정당간 실무 회담을 맡고 있는 윤호중 당 사무총장 지역구인 경기 구리시는 관련 예산이 정부 원안보다 5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지역구 4석이 모두 민주당 차지인 충남 천안시와 당진군도 당진~천안 고속도로 건설 예산을 81억원 늘렸다. 이밖에 4+1 협상에서 제외된 자유한국당 소속의 김재원 예결특위 위원장(경북 상주시군위군의성군청송군)의 지역구 예산이 원안대비 100억원 정도 증액된 경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19년 예산안이 통과된 후 투표결과가 상황판에 표시되고 있다. 2018.12.8
지난 2018년 12월8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2019년도 정부예산안까지는 여야 교섭단체간 합의로 처리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2019년 12월10일 처리된 2020년도 본예산은 교섭단체간 협의를 무시한 더불어민주당과 군소정당간 '4+1 협의체'만의 다수결 밀어붙이기로 본회의에서 의결됐다.(사진=연합뉴스)

한편 정부예산안이 국회 심의를 거치는 동안 호남권 지역구 예산이 집중적으로 증액되는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2월8일 재정 감시활동 시민단체 '나라살림연구소'는 국회가 전년도 정기국회에서 2018년도 예산안(428조8000억원 규모)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증액한 1243개 예산사업을 전수조사한 결과, 증액분 5조5537억원 중 '지역구 챙기기' 예산이 48.7%(2조7019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증액분 중에서도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전남·경기·경북·서울·광주 등 5곳이 증액된 지역 사업 예산의 69%를 차지했으며, 특히 전남 한 곳에서만 전체(2조7019억원)의 37%인 9967억원이 늘었다. 반면 울산·인천·강원·대전·제주 등 5곳의 증액 예산은 다 합쳐도 1344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2017년 12월6일 예산안이 통과됐을 당시에도, 당시 제3교섭단체이자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던 국민의당이 정부여당에 협력한 대가로, 호남권의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예산이 2000억원 이상 증액된 것으로 드러나 두드러졌다. 

호남고속철도(KTX) 광주송정역-목포역 구간 2단계 노선 사업 관련, 설계비 등 154억원이 반영된 정부안 대비 134억원이 증액됐다. 광주-강진 고속도로 사업도 정부 원안은 454억원이었다가 여야 합의를 거친 후 1000억원이 증액됐다. 광주순환 고속도로 건설에도 200억원이 추가 배정됐다. 전북 지역 SOC 예산 역시 대폭 늘어났다. 새만금개발공사 설립에 510억원의 예산이 증액된 것을 비롯해 새만금과 전주를 잇는 고속도로 건설에 추가로 300억원이 편성됐었다.

올해예산안을 지난해 12월8일 의결하기까지 국회 심의 과정에서는 SOC예산이 정부 원안대비 1조2000억원 증가했는데, 이때는 영·호남 동반으로 철도·도로 건설 사업들이 줄줄이 포함됐다. 

증액 규모가 가장 큰 사업은 보성-임성리 철도건설, 포항-삼척 철도건설, 서해선 복선전철, 도담-영천 복선전철 사업 등이었다. 각각 정부안보다 1000억원이 증액됐다. 또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건설(600억원), 안성-구리 고속도로 건설(600억원), 광주-강진 고속도로(550억원), 이천-문경 철도건설 사업(500억원), 당진-천안 고속도로 건설(250억원) 등도 증액 규모가 컸다. 

호남고속철도 건설(광주-목포) 사업 예산도 정부가 편성한 260억원보다 70억원 더 늘었다. 충청 지역의 오송-조치원 연결도로는 당초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으나, 국회 심사 과정에서 70억원이 책정됐다. 대전 외삼-유성복합터미널 연결도로는 정부안 30억원의 두 배가 넘는 80억원의 예산이 심사 과정에서 증액됐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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