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기 자체를 3∼4일로 줄이는 '쪼개기 임시국회' 가능성...野 응하면 필리버스터 기회만 소진당할 듯
이인영 "선거법-檢개혁법안 처리 더 이상 못 미룬다"며 문희상 의장에 "본회의 열어 상정해달라"
"쟁점법안이니 필리버스터 막진 않겠다...우리도 토론 나서 한국당 퍼부은 거짓말 밝히겠다" 주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2월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2월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오는 13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여권발(發) 선거제 개악-검찰장악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상정·처리를 '단호하게' 강행하겠다면서, 제1야당이 예고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방식의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도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129명의 의원을 보유하고 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이 전폭적으로 '맞춤형 의사일정'에 협조하고 있어, 민주당은 회기 자체를 3∼4일로 줄여 잡는 '쪼개기 임시국회' 전술로 자유한국당의 장기간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이미 제기돼왔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개시하는 자체로 기회를 소진당할 공산이 크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문희상 의장에게 내일 본회의를 열어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상정해줄 것을 요청드린다"며 "본회의가 열리면 단호하게 개혁법안과 민생법안, 예산부수법안 처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법과 검찰개혁 법안 처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선거법만큼은 여야 합의로 처리하기 위해 본회의를 미뤘지만 자유한국당은 끝내 협상을 외면하고 농성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어제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나를 밟고 가라'며 농성을 시작했다. 선거법과 검찰개혁은 '의회 쿠데타'라고 거칠게 공격하고 있다"며 "황 대표의 의회 쿠데타 규정은 자가당착"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선거법과 검찰개혁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른 지 무려 7개월 반이 지났다"며 "긴 시간 동안 한국당은 단 한 번도 대안을 내놓거나 진지한 토론에 응한 적이 없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현행 300명인 의원 정수를 27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선거법을 대안으로 발의하고,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추진하는 한편 현 정권 들어 정치적 중립 상실 논란을 일으킨 경찰을 함께 개혁하자는 의제를 제시한 바 있다. 여권은 사실상 '구미에 맞지 않는' 제안을 받자 "(야당이) 한번도 대안을 내놓은 적이 없다"며 걷어차는 형국이다.

이 원내대표는 거듭 "토론과 협상을 수없이 호소했지만 그때마다 차갑게 거절한 것은 한국당이었다"며 "대신 번번이 국회 문을 닫아걸고 아스팔트로 뛰쳐나가고 삭발했다. 원내대표 간 협상 가능성을 걷어찬 것도 황 대표의 단식이었다"고 책임을 전가했다.

나아가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국민의 질문에 '의회 쿠데타' '나를 밟고 가라'고 대꾸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분명히 말한다. 지금 특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삶을 볼모로 잡고 의회의 민주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는 것은 바로 한국당이자 황 대표"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기다려도 대화와 타협만으로 오늘의 정국을 해결하기 어려워보인다. 이제 민주당도 '우리의 길'을 가겠다"며 "본회의가 열리면 민주적으로 적법하게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원내대표는 "쟁점이 있는 법안인 만큼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굳이 막거나 방해하지 않겠다"면서, "대신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면 우리도 당당히 토론에 참여하겠다"며 "토론을 통해서 선거법과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 국민에 직접 설명하고 호소하겠다"고 맞대응을 시사했다.

이어 "누가 국민의 뜻을 얻는지 당당하게 임하기 바란다"며 "한국당이 그동안 어떻게 협상해왔는지 낱낱이 고해 올리겠다. 이번 본회의는 그동안 한국당이 일방적으로 퍼부은 거짓말을 국민에 직접 알리고 개혁의 필요성을 밝히는 진실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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