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5조4000억 이어 올해도 31조8000억 '성인지 예산' 편성...'성평등 추진 중점사업' 등 추진
35개부처서 284개 사업 진행...올해 사용처 보니 '하이힐 안 빠지는 보도블럭' '수세미 뜨개질' '비누만들기'
인터넷 등서도 "여자들 다리편하자고 보도블록 갈아끼우는 데 32조원...트럼프에 주는 돈만 아깝나"
국회가 500조원이 넘는 예산안을 사실상 날치기로 통과시킨 가운데, 예산안 중 ‘성(性)인지 예산’이라는 명목으로 32조원이 편성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발간한 ‘2020년도 예산안 분석 종합’ 문서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으로 편성된 512조2505억원 예산에는 ‘성인지 예산’으로 31조8000억원(올해 25조4000억원 대비 6조4000억원 증가)이 기재돼있다.
여성부가 주도적으로 구성했다는 성인지 예산은 직접목적 사업과 간접목적 사업에 혈세를 쓴다고 한다. ▲직접목적 사업에서는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추진사업’과 ‘재정사업 중 성평등 제고와 직접적으로 관련성이 있는 사업’ 등이 계획돼있는데,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디지털 성폭력・데이트폭력・스토킹 등 여성폭력에 관한 모든 사업이 성평등 추진 중점사업으로 진행된다. ▲간접목적 사업에서는 성별영향평가 사업 중 개선의견을 받은 사업에 대해 예산이 지출되도록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정부는 “성불평등한 사회구조의 근본적 개선에 대한 요구 및 정부의 여성폭력 대응력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되었다고 판단했다”며 사업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부처별로는 여성가족부가 총 10개의 사업을 추진해 성인지 예산 관련 사업을 가장 많이 추진하고 있고, 이외 법무부(9개), 경찰청(3개), 교육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각 1개) 등도 성평등 추진 중점사업에 나선다고 한다. 총 35개 부처에서 284개 사업을 하는 데 32조원가량의 혈세를 쓰겠다는 안도 제출 및 통과됐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에도 25조4000억원 규모의 성인지 예산을 편성해 논란을 샀다. 실제로 서울 내 한 지자체에서는 성인지 예산 중 ‘보도블럭 정비’를 포함시켰다. 파손된 보도를 평탄하게 정비해 여성의 하이힐이 빠지지 않도록 한다는 게 ‘성평등 기대효과’라는 것이다. 이외 수세미 뜨개질, 비누만들기 지원 등에도 성인지 예산을 썼다. 이 지자체는 “성평등 효과와 크게 관계는 없으나, 주부의 인식 개선과 습관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내년도 성인지 예산 집행항목 중에는 ‘교통 약자 이동사업비’라는 509억원짜리 항목, 6800억원 규모 도시재생 사업 등이 포함됐다. 그런데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우리도 도대체 이게 왜 성인지(예산)인지도 모르는 예산들이 있다. 여성가족부에서 제목들로 필터링을 해서 저희한테 통보를 해주는 것 같다”고 했다.
인터넷 상에서는 예산안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있다. 성인지 예산 외에도 512조원가량의 내년도 예산에 25조7000억원 규모의 소위 ‘일자리 예산’, 1조2200억원 규모 ‘남북협력기금’ 등 논란성 예산이 다수 포함돼서다. 11일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내년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했다. 만약 대북사업을 추진한다면 수십조원을 북한에 퍼줘야 한다”며 “그러나 한반도 안보를 위한 주한미군 주둔비는 아까워서 증액 못 하고 있다. 트럼프가 열받은 것도 이유가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 댓글로도 “저 예산에 꼴랑 여자들 다리 편하자고 보도블록 갈아 쳐끼우는 데 32조를 쓰겠다는 안도 있다”며 “하등 쓸모없는 성인지 예산 트럼프 주면 초VIP급 국방력 제공받을 수 있다. 트럼프에게 주는 돈은 그렇게 아까워하면서 (보도블록 등 교체한다는 성인지 예산에) 32조 쓰는 건 안 아까워하나”라는 의견이 달렸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