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총체적 붕괴에도 "소주성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 우이독경
한국은 외채 많고 외국인 주식보유비율 높아 외환위기 항상 경계해야
자본유출 우려 막기 위해 규제혁파·노동개혁·감세 등 미시적 정책 절실
1997년 금융위기, 선거의 해에 일어났다는 교훈을 잊어선 안돼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2019년도 저물고 2020년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대망의 새해라기보다는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으로 전망되는 위기감으로 가득하다. 저 멀리서 몰려오고 있는 지진을 예감하는 지진학자들처럼 사회과학자들은 멀리서 몰려오고 있는 위기를 과거의 경험이나 통계들을 통해 미리 예측하고 경고하고 대책을 주문한다. 그러나 위기에 둔감한 정책당국이나 정쟁에 눈이 먼 정치권이 경고를 외면하면서 위기는 현실이 된다. 문정부 지난 2년 반 여 경제가 완전히 총체적으로 붕괴되고 대불황 대위기 경고가 나라 안팎에서 잇달아 나와도 정책기조를 바꾸기는커녕 ‘이제 드디어 소득주도성장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거나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반등이 예상 된다’는 등 완전히 우이독경이다. 심지어 위기론자들이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경고마저 청와대 고위당국자로부터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은 다가오는 4·15 총선 정쟁에 매몰되어 위기경고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실상을 덮거나 왜곡 홍보하는 데만 치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가운데 위기의 골은 깊어지고 대책이 준비되지 않은 가운데 위기는 쓰나미처럼 순식간에 몰려오게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온 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2020년은 두려운 한 해가 될 전망이다. 

2년 반 여 반기업 친노조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성장률과 경기는 위기수준으로 급락하고 물가는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기업수익도 반토막 나고 있다. 성장률 급락과 디플레이션 압력만 고려하면 제로금리, 나아가 양적 완화 정책도 고려해야 할 정도다. 그러나 한국은 소규모개방 비기축통화국인데다 자본이동을 규제 할 수 없는 OECD 회원국이면서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의 자유변동환율제도는 1997년 금융위기 시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다소 얼떨결에 준비도 없이 도입한 부분이 있다. 동아시아에서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채택 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과 한국뿐이다. 중국은 엄격한 관리변동환율제도, 싱가포르는 배스켓 밴드 크롤링(BBC) 제도,  홍콩은 커런시보드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의 환율변동제도에 대해 미국 MIT대의 돈 부시 등이 배스켓 밴드 크롤링(BBC) 제도가 적합하다는 견해를 발표한 적도 있다.

일본은 엔화가 기축통화일 뿐만 아니라 미국과 무제한 상시 통화스왑이 체결되어 있어 외환위기 가능성이 없는 나라다. 무제한 상시 통화스왑은 상호간에 위기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무제한 도와주겠다는 의미다. 국가간 완전한 신뢰를 전제로 가능한 협정이다. 그것도 국제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주기로 한 통화스왑은 외환보유액을 무제한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이처럼 국제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국제금융외교가 중요하다. 

반면 한국은 외채도 많은데다 외국인 주식보유비율이 높아서 원화가치 하락으로 환차손이 예상되거나 기업수익 악화로 주가 하락이 전망되면 외국인투자자금 이탈이 일어나지만 외환보유액도 넉넉지 않고 한미 한일 등 달러기준 통화스왑도 체결되어 있지 않아서 외환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상존하는 나라다. 현재 한국은 만약 위기가 발생할 경우에는 외국인주식투자자금도 이탈하고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의 만기연장도 어려워지고 자본유출도 발생하는 등 약 2천 억 달러 내외의 외환보유액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설상가상 수출은 12개월 연속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환차손을 우려한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므로 이러한 대외환경이 금리정책 운용을 제약하고 있다.

이처럼 디플레이션을 동반하는 장기불황으로 추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유출 우려로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정책 운용에 제약이 큰 실정이므로 규제혁파 노동개혁 감세를 통한 투자환경개선 등 미시적 정책이 절실하다. 그러나 좌파이념에 치우친 현 정부 경제팀의 정책노선으로 볼 때 규제혁파 노동개혁 감세 등 정책은 기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대로 불황이 지속되고 이미 70% 안팎 까지 추락한 기업 가동률이 더욱 하락해 기업부실이 심화되면 그 여파가 금융권으로 확산되면서 은행위기(banking crisis)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새해에는 대외환경도 개선보다는 악화 우려가 더 클 전망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되는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이 최장 호황을 기록하는 등 장기간 지속되어 오던 세계경제회복 기조가 새해에는 주춤할 전망이다. 미중통상전쟁도 조기에 타결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런 과정에서 한국경제의 의존도가 높은 중국경제는 성장률이 드디어 6%를 하회하고 경상수지도 균형수준 내외로 악화되는 등 불안이 커질 전망이다. 원화환율은 위안화환율과 동조화 현상을 보여오고 있어 중국경제 불안에 따른 위안화환율 불안은 원화환율 불안을 초래해 외국인투자자금 이탈의 촉매제가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 한미 한일 관계 악화로 2선 외환방파제인 달러기준 통화스왑도 없어 외환위기(currency crisis) 가능성도 높아질 새해가 될 전망이다. 한미 한일관계 개선 노력이 절실하다. 

새해는 총선의 해로 벌써부터 현금살포 재정정책도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위기 시 방파제인 재정건전성마저 튼튼하지 않으면 구제금융 마련도 어려워져 더 많은 기업들이 쓰러지고 더 많은 국민들이 일자리를 잃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등 고스란히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 규제혁파 노동개혁 감세 등 기업투자환경 개선, 한미 한일관계 개선을 통한 국제통상과 국제금융외교 강화, 재정건전성 제고 등 경제정책 만큼은 탈정치적인 비상한 대책이 절실한 해가 될 전망이다. 1997년 금융위기가 선거의 해에 일어났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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