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내각 2인자-경제정책 최고책임자 아소 다로, “일본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한국이 먼저 피폐해질 것”
“국제법 무시하는 문재인 정권이 문제”...민간기업 자산 현금화 때에는 ‘對韓 제재’ 언급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미국과 잘 지내는 것이 일본의 외교 전략”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財務相).(사진=연합뉴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財務相·우리나라의 기획재정부장관’에 상당)은 최근 발간된 일본 <문예춘추>(文藝春秋) 2020년 1월호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과거 징용노동자에 대한 ‘노무동원’ 관련 배상 판결을 받은 일본 민간기업 자산의 현금화 등을 실행한다면 한국과의 무역을 재검토하거나 금융제재를 단행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2인자인 아소 부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판단을 하는가의 문제”라며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에 나설 경우 “일본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한국이 먼저 피폐해질 것이 틀림없다”는 식으로 문재인 정권을 압박하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  대법원이 지난 2018년 스스로가 태평양전쟁 시 조선인 노무동원(이하 ‘노무동원’)의 피해자라 주장하는 이들에게 책임 있는 일본 민간기업들이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한 반응이다. 일본제철 등 소송에 관련된 일부 기업의 국내 자산이 압류돼 있으며, 특히 압류 이후에도 아무 대응을 하지 않는 일본제철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압류 자산의 현금화 작업에 착수했다. 아소 부총리의 이번 발언은 이같은 우리 정부의 움직임을 일본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뜻한다.

그는 또 “최대 현안은 한국과의 관계”라면서 “한국이라는 국가보다도 국제법을 계속해 무시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의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어서 그는 일본이 한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강조,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본은 한국에 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로 (한국을) 지원한 결과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발전이 번영한 것”이라며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하자고 하면 ‘조금 기다려 봐’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아소 부총리는 지난 3월에도 우리 정부의 일본 민간기업 자산압류와 관련해 송금 중단 및 비자 발급 정지 등을 언급한 바 있다. 그의 발언이 그대로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7월 반도체 재료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의 일환으로 ‘전략물자 수출 심사 우대국 목록’(소위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등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해 고강도 제재 조치를 취했다. 따라서 일본 경제 정책의 최고책임자인 아소 부총리의 발언이 어떤 방식으로 일본의 대한(對韓) 제재 조치로 이어질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웃나라이기 때문에 한국과 사이 좋게 지내야 한다는 일부 주장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이웃나라와 사이 좋은 나라가 있는가?”하며 인도나 미얀마 등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인 중국과 사이가 나쁘다고 지적, “그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은 외국에서 거주한 적이 없는 사람일 뿐”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아소 부총리는 “이웃나라와의 외교는 어려운 반면 일본에 중요한 것은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힘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잘 지내는 것이 일본의 외교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매우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1940년생으로 올해 79세를 맞이한 아소 다로 부총리는 일본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지난 1979년 처음 일본 국회에 입성한 이래 13선(選)에 성공한 일본 정계 거물이기도 하다. 그는 또 지난 2008년 일본 자유민주당 총재를 맡으며 일본 총리에 취임한 바 있다. 특히 그의 여동생 아소 노부코는 일본 왕족인 도모히토 친왕(親王)의 부인이다. 아소시멘트(現 ‘주식회사 아소’) 사장으로도 근무한 바 있어 재계 거물이기도 한 아소 부총리는 탄탄한 자금력과 일본 왕실과의 혈연 관계를 기반으로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인물이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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