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北에선 고체연료 혁명 이뤄지고 있다”
“北, 2~3년 간 큰 기술 발전...성능 크게 향상된 새 ICBM 엔진 들고나올 수도”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 '중대 시험' 전인 지난달 30일 촬영한 발사대 뒤쪽으로 5~6개의 새로운 물체가 포착됐다. 과거 위성사진에 없던 것들로 새로운 시험을 위한 장비로 추정된다. 출처=CNES/Airbus (Google Earth)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 '중대 시험' 전인 지난달 30일 촬영한 발사대 뒤쪽으로 5~6개의 새로운 물체가 포착됐다. 과거 위성사진에 없던 것들로 새로운 시험을 위한 장비로 추정된다. 출처=CNES/Airbus (Google Earth)

이언 윌리엄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은 북한이 서해 동창리 발사장에서 최근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액체연료 엔진을 시험했을 수 있지만 만약 대형 고체연료 엔진을 시험한 것이라면 큰 도약을 이룬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그동안 각 미사일의 액체연료를 빠르게 고체연료로 전환했으며, 지난 2~3년 동안 놀라운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지난 7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윌리엄스 부국장은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고체연료를 사용한 보다 큰 엔진을 시험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며 “가장 우려할만한 가능성”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은 보다 효율적인 액체연료 엔진을 시험했을 수도 있다”며 “북한은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용 액체연료를 시험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엔 북한이 기존의 액체연료보다 보다 개선된 모델을 시험했을 것이지만 만약 대형 고체연료 엔진을 시험한 것이라면 ‘큰 도약’이라고 강조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VOA에 “북한의 ICBM은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액체연료를 사용한다”며 “운용상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액체연료 미사일은 발사 준비를 위해 오랫동안 연료를 주입해야 하므로 상대방의 공격에 취약해지는 단점이 있다”며 “그러나 고체연료는 미사일에 미리 주입해 놓을 수 있기 때문에 발사를 결정하면 수분 내에 이동식발사대(TEL)에 올려 쏠 수 있어 매우 유리하다”고 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 미사일 강국은 모두 고체연료를 사용한다는 설명이었다.

북한이 이번의 중대 시험 결과가 ‘전략적 지위’를 바꿀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미사일 엔진 시험의 경우 원하는 출력을 얻되 엔진이 폭발하지 않는 것이 지상시험에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윌리엄스 부소장은 고체연료에서 원하는 출력을 얻는 것과 고체연료를 생산해내는 일이 매우 어려운 과정이라고 설명했다고 VOA는 전했다.

그는 “고체연료 엔진은 종종 폭발이 일어나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액체연료부터 시험을 한다”며 “고체연료 엔진에서 원하는 출력을 얻는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고체연료를 생산해내는 것도 매우 어려운 과정”이라며 “고체연료는 아주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하는 지저분한(dirty and nasty) 물질”이라고 했다.

윌리엄스 부소장은 “북한은 올해 20차례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고체연료를 시험했다”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즉 북극성-3형을 빼고는 모두 단거리였지만, SLBM은 사거리가 1500km 정도 되고 역시 고체연료를 사용했다”고 했다.

그는 “지금 북한에선 일종의 고체연료 혁명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북한은 지난 2~3년 동안 우리를 크게 놀라게 만들었다”며 “만약 외부의 도움까지 더해진다면 북한이 성능이 크게 향상된 새 ICBM 엔진을 곧 들고 나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주장과 기술력 과시에는 항상 어느 정도 사실이 들어있고, 적어도 우리는 그렇다고 가정해야 한다”며 “북한은 지금까지 비밀리에 엔진 시험을 해왔다. 지난 2016년 대형 엔진 시험을 했을 때 처음에는 K-08 미사일용이라고 생각했지만 곧 화성-14, 15형 엔진임이 드러났다”고 했다.

북한이 예고한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해서는 “장거리미사일(ICBM)이 아닐 수도 있다”며 “대신 훨씬 커진 고체연료를 장착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윌리엄스 부소장은 “북한은 액체연료 미사일을 선보인 뒤 이를 고체연료로 대체하는 패턴을 보여왔다”며 “러시아제 R-27 SLBM을 본뜬 북극성-1호의 경우 처음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가 고체연료 엔진을 새로 장착한 뒤 성공했다”고 했다.

북한이 평화적 우주개발을 내세운 위성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위성발사는 몇 단계 대형로켓을 세워 몇 주에 걸쳐 많은 준비를 거쳐야 하는 작업”이라며 “북한이 이런 계획을 실행한다면 일종의 반전이 될 것이지만 북한은 최근 위성발사보다는 군사부문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위성기술과 ICBM기술은 기본적으로 로켓 발사 뒤 분리와 재점화 단계를 반복하는 모든 과정이 상당히 겹친다”며 “이것을 민간 우주 개발 프로그램이라는 명목으로 추진하면 국내외적 선전에 이점이 있다”고 했다. 또한 “위성을 지구궤도에 안착시키는 과정도 ICBM 기술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위성은 궤도를 따라 돌지만, ICBM은 탄두를 탑재하고 다른 궤도를 비행하다 중력의 영향을 받아 다시 지구를 향해 원하는 목표물에 떨어진다는 것이 중요한 차이점”이라고 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북한은 처음부터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를 전혀 시행하지 않았다”며 “북한은 해체시킬 수 있는 시설을 선정해 마치 관련 프로그램의 중요한 부분을 파괴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데 매우 능하다는 사실을 역사를 통해 극적인 방식으로 보여줬다. 북한은 이미 무너진 핵실험장은 마치 폐쇄하는 것처럼 쇼를 했고, 90년대에는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면서 그런 연출을 했다”고 말했다고 VOA는 전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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