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맘때 딸이 수능시험 치르는 날 서울중앙지검에 가서 조사받아"
"수없이 이어지는 조사와 재판받으며 영혼 탈탈 털리는 기분이었다"
"내가 내 편이 돼 주지 않으니 아무도 내 편이 돼 주지 않아...우리는 스스로를 존중해야 한다"
"한국당이 위기라고 하지만 의원 모두가 역량과 힘을 발휘해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믿어"

김재원 신임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사진=연합뉴스)
김재원 신임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사진=연합뉴스)

5선의 심재철 의원과 3선의 김재원 의원이 9일 치러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각각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 선출된 가운데 김 의원의 이날 정견 발표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강한 대여 투쟁력의 심 원내대표와 전략통(通) 김 정책위의장의 환상 조합이 의원 다수의 표심을 잡았다는 해석과 함께 김 정책위의장의 가슴 절절한 정견 발표가 마지막까지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 못했던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정책위의장 후보 중 가장 먼저 정견 발표에 나선 김 정책위의장은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하면서 20대 총선 여론조사 비용 명목으로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 5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당시 이야기를 꺼냈다.

김 정책위의장은 "2년 전 이맘때 제 딸이 수능시험을 치르는 날 저는 서울중앙지검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 수없이 이어지는 조사와 재판을 받으며 영혼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었다"며 "너무 힘들고 괴로워 혼절하기도 했다. 노끈을 욕실에 놓아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는) 망설이지 않으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투명인간처럼 살면서 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낙서를 발견했다. '내가 내 편이 돼주지 않는데 누가 내 편이 돼주겠는가'라는 낙서를 보고 깨달았다"며 "내가 내 편이 돼 주지 않으니 아무도 내 편이 돼 주지 않았다"고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우리가 쇄신하고 반성한다면서, 우리가 우리에게 회초리만 드니 국민은 우리 스스로 서로에게 매질하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혁신하고 쇄신하더라도 우리는 스스로를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우리말을 존중한다"며 "결국 국민들 신뢰를 얻어야 하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우리 의원들 한 분 한 분 뵐 때마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경탄한다"며 "한국당이 위기라고 하지만 의원 모두가 역량과 힘을 발휘해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마지막으로 "우리는 야당 중에서 유일하게 총선 5개월 전에 여당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야당"이라며 "의원들을 아끼고 이해하고 함께 가는 원내지도부가 되어야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정책위의장은 국정원 자금을 선거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정책위의장은 황교안 대표의 '책사'로 불릴 정도로 위기의 순간마다 전략적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