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권한은 '자살・타살' 밝히는 범위 한정인데..."자살 동기에 대한 수사 안 됐다" 궤변

경찰 근무자들이 청와대 정문 앞을 지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경찰 근무자들이 청와대 정문 앞을 지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경찰이 숨진 채 발견된 ‘백원우 별동대’ 근무자 백모 검찰 수사관의 휴대폰과 관련한 검찰 압수수색 영장 기각에 ‘자기모순’이라는 등 공개 비난을 늘어놨다. 

이용표 서울경찰청장은 9일 서울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정례 간담회에서 “사망 경위나 동기를 밝히기 위해 휴대폰에 저장된 내용 확인이 필요해 공유를 (검찰에) 요청했지만, 공유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며 “검찰이 백 수사관의 통신 내역에 대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면서도 경찰의 휴대전화 압수 영장을 기각한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백 수사관이 주검으로 발견된 지난 1일 그의 9장 분량 유서와 휴대폰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휴대폰을 초기화하지 말아달라’는 백 수사관의 메시지를 확인한 뒤 하루 뒤인 지난 2일 서초서 압수수색을 통해 경찰로부터 휴대폰을 확보했다. 백 수사관의 휴대폰은 청와대 민정실의 월권 및 선거개입 논란(김기현 하명수사 의혹 관련)에 스모킹 건(범죄 및 사건 해결에 결정적이고 확실한 증거)으로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일과 6일 두 차례에 걸쳐 경찰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백 수사관 경우와 같은 변사 사건에서는 경찰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밝히는 범위 내에서 한정해서만 유류품을 조사할 수 있다. 검찰도 “해당 휴대전화는 선거 개입 등 혐의와 변사자의 사망 경위를 규명하기 위해 법원이 검찰에 발부한 영장으로 이미 적법하게 압수돼 검찰이 조사 중에 있다”며 “변사자 부검 결과와 유서, 관련자 진술, CCTV 등 객관적인 자료와 정황에 의해 타살 혐의점을 인정하기 어렵다. 경찰이 신청한 압수 수색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 총장 외에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경찰들은 “통신영장은 법원이 발부를 했는데, 같은 이유라면 그보다 더 정확한 휴대폰 내용은 필요성이나 상당성이 우리 입장에선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등으로 검찰 영장기각에 비판적인 속내를 내비쳤다. 또 “지금으로서는 타살 혐의가 없다는 것일 뿐 자살 동기에 대해선 수사가 안 됐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영장을) 다시 신청할 수도 있다”는 등으로 추가 신청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일부 경찰들은 “기존에 가져간 휴대폰을 다시 돌려받겠다는 게 아니다. 디지털 포렌식을 같이 하거나 결과를 공유하는 게 소모적인 논쟁을 없애는 방안이다. 어떤 기관이 독점할 자료는 아니다”라며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검찰이 진행하는 포렌식에 경찰이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