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도 사회공산주의 문제 출제로 말썽이던 역사 교사 임용고시
총 11문제에서 4문제(1·7·8·9번) 사회주의 관련 문제로..."이렇게 많이 나온 건 처음"
"서술형 문제 강화되는데...동서고금 막론한 사회주의 역사 전반 꼼꼼히 공부하란 뜻"
강규형 "작년에도 마오쩌둥(毛澤東) 가르친 리다자오(李大釗) 문제"

2020학년도 중등학교 교사 임용 후보자 시험 역사전공 B형 1번 문항. (사진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출제문제 캡처)

지난달 23일 중·고등학교 역사 교사 임용 시험이 논란이다. 출제 비중이 높지 않았던 사회주의 관련 문제가 대거 출제됐기 때문이다. 수험생부터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이번 시험 문제 출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역사 교사 임용 시험은 지난해에도 말썽이었다. 586 좌파 운동권 인사들의 골수에 박힌 모택동주의(Maoism) 핵심 문제가 나왔기 때문이다. 정권 코드에 알아서 껴 맞춰질 정도로 역사계가 편향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학년도 중·고등학교 역사 교사 임용 시험에서 사회주의 관련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 수험생들은 사회주의 문제가 이렇게 많이 나온 적은 처음이라면서 평소 관심 갖고 해당 주제에 대해 공부해두지 않았다면 풀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관련 서적을 꼼꼼히 공부하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정권 입맛 따라 임용고시 문제도 바뀌느냐”는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정답과 출제진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선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들과 해당 과목 교사 등으로 구성된 출제진이 문제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임용고시의 역사 전공 A·B형 시험 중 B형은 총 11문제에서 4문제(1·7·8·9번)를 사회주의 관련 문제로 냈다. 1929년 원산 총파업을 지휘한 단체의 이름, 1930년대 개량주의가 아닌 비합법(非合法)적 방식으로 아래로부터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노동운동 노선, 중국 신나라(新·서기 8~23년)를 세운 왕망(王莽)의 '토지국유제'의 내용, 1992년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이 '남순강화(南巡講話)'에서 제시한 네 개의 기본 원칙 등을 적어내야 하는 서술형 시험이다.

8번 문제는 프랑스 철학자이자 공산주의자인 시몬 드 보부아르가 사회주의에서 바라본 여성관을 골자로 저술한 저서의 제목과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당시 관점 등을 적으라는 것이었다.

현대사 전공의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작년 시험에서도 중국적 공산주의의 아버지로 마오쩌둥(毛澤東)을 가르친 리다자오(李大釗)의 글을 그대로 실었기에 놀랍지 않다”면서도 현 정권 인사들의 좌파사관에 꼭 들어맞는 문제들이 이정도 비중으로 나오는 게 다시 한 번 더 놀랍다고 말했다.

서술형 문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주의 관련 문제를 이정도로 낸다는 것은 결국 동서고금을 막론한 사회주의의 역사 전반을 꼼꼼히 공부해두라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강 교수는 “외부에서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이런 문제를 알아서 출제했을 정도로 한국 역사학계는 좌편향됐다”며 “이전 정부 때까지는 교육부 등에서 제동을 걸 수 있으니 이 정도로 내진 않았는데 이젠 아주 원없이 출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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