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영 철도 노조, 5일 총파업 돌입...국영 철도 운용하는 열차 중 90% 발 묶여
‘퇴직연금 개혁’ 반대 시위에 80만명 이상 참여...일부 시위대는 폭도로 돌변해 방화하기도
작년 한 해에만 4조원 적자 본 佛퇴직연금...“프랑스의 미래를 위해 연금 개혁은 필수” 마크롱 리더십에 전 세계가 주목

마크롱 대통령의 ‘퇴직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며 시위에 참가한 이들 가운데 일부가 폭도로 변했다.(사진=로이터)

‘프랑스 국영 철도’(SNCF) 노동조합은 5일(프랑스 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퇴직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프랑스에서는 5일부터 시작된 SNCF 노조의 총파업으로 인해 국영 철도가 운행하는 열차 가운데 90%가 발이 묶였다.

관련 시위도 프랑스 전국에서 진행중이다. 프랑스 언론 〈르몽드〉(Le Monde)의 5일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전역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에 80만명을 상회하는 인원이 참가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 2018년 11월의 ‘노란 조끼 시위’ 참가자 29만명을 크게 상회하는 숫자다. 여기에는 SNCF 노조 조합원뿐 아니라 파리 지하철과 버스 운행을 담당하는 ‘파리교통공단’(RATP) 직원들, 일부 경찰관과 소방관들도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시위대는 폭도로 변했다. 프랑스 중심지에 위치한 ‘공화국 광장’(Place de la République)에 모인 시위대 500명은 도로가에 불을 놓기도 해 프랑스 경찰 당국과 충돌을 빚었다.

SNCF 노조의 ‘무기한 파업’ 선언으로 인해 프랑스 경제에도 큰 영향이 미칠 천망이다. ‘사회보장 개혁’에 반대해 일어난 지난 1995년 대규모 파업으로 당해년도 4사분기 경제성장률이 0.2~0.3%p. 하락한 전례가 있다.

다수 해외 언론은 일부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직원들이 몇 안 되는 손님들을 안내하고 있을 뿐, 평소라면 관광객으로 북적일 역사(驛舍)에서 사람 모습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전하고 있다. 프랑스를 찾은 어느 스페인 관광객은 “예약한 열차편을 변경해야만 했다”며 “노동자가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러나 ‘퇴직연금 개혁’을 관철시키겠다는 프랑스 정부의 의지는 굳건하다. 2018년 프랑스 연금제도는 29억유로(한화 약 3조9000억원)의 적자를 봤다. 오는 2025년까지 프랑스 연금제도는 최대 172억유로(한화 약 22조8000억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미래를 위해 연금 개혁은 필수”라며 개혁안을 밀어붙일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5일 “마크롱 대통령은 조용히, 그리고 강한 의지를 갖고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는 다음 주 ‘퇴직연금’ 개혁 법안의 상세 내용을 공개할 것임을 밝히고 그간 “제도가 애매해 신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 온 노조 측에 이해를 호소할 방침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이래 ‘일하는 프랑스’를 외치며 각종 사회제도 개혁을 단행, 프랑스 경제를 늪에서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퇴직연금 개혁 법안’의 주요 내용은 공무원, 군인, 교사 등 직군별로 따로 운영되고 있는 퇴직금 제도를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42개 직군에 따라 독립된 퇴직연금 기금이 운용중에 있으며 그 지급 기준도 제각각이어서 프랑스의 퇴직연금 제도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근로자들이 더 오래 일하게 하기 위해 연금 수급 연령 하한을 높이겠다는 계획이지만 지금과 같은 제도 아래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17년 5월 마크롱의 대통령 취임 이래 프랑스의 경제 상황은 개선에 개선을 거듭해 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일하는 프랑스’를 외치며 노동 개혁에 나섰으며 고용과 해고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결과 마크롱의 대통령 취임 전 23%에 달했던 프랑스의 청년 실업률은 2년만에 19%로 떨어졌다. 그 사이 일자리는 총 36만7000개가 늘었다.

취임 이래 ‘정면돌파’의 강한 리더십을 보여온 42세 ‘청년 대통령’ 마크롱이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국면을 타개해 나아갈 것인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