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비서관실 행정관과 캠핑장서 우연히 만난, 정당소속 아닌 공직자에게 받아 가공만했다'던 靑
제보자는 송철호 울산시장 측근 송병기 副시장, 행정관은 총리실 문모 사무관으로 밝혀져
이튿날 '靑과 송병기 설명 다르다' 기자단 지적에 靑관계자 "수사기관이 밝혀낼 것" 발뺌

지난 3월7일 울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울산광역시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 위촉식에 참석한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7일 울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울산광역시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 위촉식에 참석한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사진=연합뉴스)

청와대가 4일 6.13 지방선거 직전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下命)수사 논란을 일으킨 첩보를 '백원우 민정비서관실' 문모 행정관에게 최초 제보한 인물이 '외부 인사'라고만 밝혔다가, 이내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최측근인 송병기 울산경제부시장이 그 제보자로 지목돼 부정선거 파문이 한층 확산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야당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에 대한 '표적 수사'용 첩보를 기획·생산했다는 혐의점을 피하고자 '외부에서 제공받은 첩보를 편집·이관만 했다'는 주장을 폈지만, 송병기 부시장이 언론에 "정부에서 여러 가지 동향들을 요구했기 때문에 동향들에 대해 파악해서 알려줬을 뿐"이라고 털어놓으면서 '거짓 해명' 정황마저 드러났다.

이로 인해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5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 더불어민주당 직전 대표를 지낸 5선(選) 추미애 의원을 내정했다고 발표한 직후 출입기자단과의 관련 문답을 진행하려 했지만, 송 부시장의 '청와대와 정부 쪽에서 먼저 김기현 첩보를 요구해 알려줬다는 입장이 청와대의 설명과 다르다'는 질문을 받게 됐다.

질문을 받은 청와대 관계자는 잠시 말을 흐리다가 "그 제보자께서 하신 말씀과, 저희가 조사를 통해 어제 말씀드린 결과 중 어떤 것이 사실인지는 더 이상 밝혀낼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 생각한다"며 "저희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를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저희가 파악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고, 파악된 바를 여러분께 말씀드린 거다"라고 중언부언했다.

그러면서 "누구의 말이 참말인지는 수사기관이 밝혀낼 것"이라고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관계자는 '제보를 받았다는 문모 행정관에게 질문해서 답변을 받았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정확한 조사기법을 묻는 것이라면 그건 제가 알지 못한다"면서 "해당 비서관께서 오셨을 때 물어보셨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거듭 답변을 피했다.

앞서 청와대는 4일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로 파견돼 근무하던 'A 행정관'이 2017년 10월 스마트폰 SNS 메시지를 통해 김 전 시장의 의혹 등과 관련한 제보를 받고, 이를 요약·편집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때 청와대는 제보자에 대해 '특정 정당 소속이 아닌 공직자'라거나 A 행정관과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난' 인사라고만 언급, 신상을 알면서도 함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같은날 늦은 오후 제보자는 송 부시장으로, A 행정관은 현재 '이낙연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하는 문모 사무관이라는 점이 추가로 드러났다.

청와대 발표 이후 제보자로 지목된 송 부시장은 KBS 기자와 만나 "정부에서 여러 가지 동향들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 동향들에 대해 파악해서 알려줬을 뿐"이라고 말해, 자신이 선제적으로 '김기현 첩보'를 줬다는 청와대 발표를 부인했다. 그 이후 청와대는 입을 닫아버린 것이다.

청와대가 '외부 제보자'라만 하던 이가,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 백원우 민정비서관실→박형철 반부패비서관실→경찰청→황운하 울산경찰청 순으로 첩보가 하달돼 벌어진 하명수사의 최대 수혜자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울산시장)의 최측근이던 인물로 드러난 데 이어, 양측의 해명까지 엇갈리면서 '선거개입용 하명수사' 논란은 한층 증폭되고 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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