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의사면허 취득 후 1984년 파키스탄 이주해 한센病 환자들 돌본 나카무라氏...1986년부터는 아프간에 첫 진료소
지난 10월 ‘아프가니스탄 명예 시민권’ 취득...“나카무라는 아프가니스탄人 친구“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에 애도 표시
트럼프 美 대통령, 駐아프간 미군 철수 전제인 ‘치안 회복’ 조기 달성하기 위해 ‘탈레반’ 측과 교섭 서두를 방침

아프가니스탄에서 구호활동을 해 온 나카무라 테츠 씨가 탑승했던 차량. 총탄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다.(사진=로이터)

지난 30여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의료 구호 활동을 벌여온 일본인 의사 나카무라 테츠 씨가 4일 오전 8시 무렵(아프가니스탄 현지시간) 괴한들의 습격을 받고 총상을 입어 사망했다. 또한 그의 보안요원 세 명과 차량 운전수 외 동료 1명 등 나카무라를 수행하던 5명의 아프가니스탄 현지인도 함께 살해당했다.

이날 습격은 아프가니스탄 나카무라 일행이 난가르하르주(州)의 주도(州都) 잘랄라바드로 향하는 가운데 일어났다. 괴한들의 습격을 받은 나카무라는 총상을 입어 심하게 다친 탓에 생명이 매우 위독한 상태였다. 피습 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결과가 좋지 않아 헬기로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의 바그람 비행장 병원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으로부터 ‘아프가니스탄 명예 시민권’을 부여받을 정도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의료 구호 활동을 펼쳐온 그였다.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실 대변인은 4일 있은 습격에 대해 “아프가니스탄의 친구 중 한 명에 대한 가증스러운 행동으로 겁쟁이들의 공격”이라는 말로 맹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관계 당국은 습격 배후에는 누가 있는지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 했다.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 조직인 ‘탈레반’ 측은 대변인 트윗을 통해 자신들은 나카무라를 공격하지 않았다는 공식 발표를 내놓았다.

그의 죽음이 알려지자 그를 아는 이들로부터 애도 물결이 일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그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국 대사관도 생명을 내고 “나카무라 씨가 어리석은 자들의 습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비보를 접해 매우 슬프다”며 “그가 남긴 것은 그의 애정과 헌신적인 활동으로 도움을 받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안에 남아 생명을 이어갈 것”이라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사건이 일어난 아프가니스탄 잘랄라바드의 위치.(지도=구글 지도)

4일(아프가니스탄 현지시간) 그의 추도식에 참석한 어느 농부는 “나카무라 씨는 우리 농지를 홍수 피해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지원을 해 줬다”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나카무라 씨와 친교 관계가 깊은 도쿠나가 테츠야 씨(후쿠오카)는 일본 NHK 취재에 응하며 “목숨을 걸고 아프가니스탄의 재건을 위해 힘써 온 사람을 왜 죽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난 달 22일에도 나카무라 씨와 모임을 가진 바 있는 도쿠나가 씨는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나카무라 씨의 유지를 이어나갈지 고민해봐야 한다”고도 했다.

올해 73세를 일기로 고인이 돼 버린 나카무라 씨는 1946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났다. 그는 의사 면허 취득 후 1984년 파키스탄으로 이주해 한센병(病) 환자들을 돌봤다. 파키스탄 이주 2년 후인 1986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 진료소를 세우고 ‘평화 일본 의학 서비스’(PMS)라는 비영리기구도 설립했다. 이후 PMS는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10개에 이르는 진료소를 세우고 한센병 환자들과 난민들을 돕는 자선단체로 성장했다.

오사마 빈 라덴.(사진=구글 이미지 검색)
오사마 빈 라덴.(사진=구글 이미지 검색)

지난 2001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이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11월 마지막 주 있었던 폭탄 테러로 UN에 속한 미국인 직원이 숨졌다. BBC 조사에 따르면 올해 8월 한 달 사이에만 매일 어린이를 포함해 74명이 테러 등으로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2011년 아프가니스탄 무장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제거됐지만, 빈 라덴의 친구들, 곧, ‘탈레반’은 일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으며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적지 않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탈레반’에 의한 테러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해 반정부 무장세력인 ‘탈레반’과의 평화 교섭을 재개할 것을 천명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카타르에서 ‘탈레반’ 측 대표와 테러 행위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아프가니스탄에 주둔중인 미군의 철수 전제 조건이 되는 아프가니스탄 치안 회복을 조기 달성하기 위해 교섭을 서두를 방침이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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