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베, 1987년 짐바브웨 대통령에 취임해 37년 간 철권통치...학살과 고문, 부정부패 장본인
짐바브웨, 지난 2017년 1인당 국내총생산 2300달러, 실업률 11.3% 기록한 ‘세계 최빈국’
지난 3일 신고된 짐바브웨 국내 재산, 예금만 120억원에 고급주택, 대형 농장, 럭셔리 자동차...‘이게 다일까’ 의혹

생전의 로버트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왼쪽).(사진=연합뉴스)

올해 9월 싱가포르에서 사망한 ‘37년 철권통치’의 주인공, 로버트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의 재산 내역이 공개돼 화제다.

지난 3일 무가베의 딸 보나 치코레가 지난 10월21일 짐바브웨 국내 재산 목록을 고등법원에 신고했다는 사실이 짐바브웨 현지 관영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신고된 재산 목록에는 예금 1000만달러(한화 약 120억원),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소재의 고급 주택 4채, 축구장 445개 규모의 대형 농장, 10대의 빈티지 차량 컬렉션 등이 포함됐다.

이미 ‘위키리크스’ 문건을 통해 무가베 전 대통령이 해외에 10억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그였다. 2015년 가족들의 재산 분쟁으로 홍콩에서 760만달러의 주택 소유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무가베 전 대통령이 남긴 재산이 신고된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가족에게는 막대한 재산을 남기고 떠난 무가베 전 대통령이 정작 짐바브웨 국민들에게 남기고 간 것은 가난뿐이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제공하는 ‘월드팩트북’(World Fackbook)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짐바브웨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2300달러에 불과했으며 2014년 기준 실업률은 11.3%에 달했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짐바브웨 정부가 화폐 발행을 남발하는 바람에 야기된 ‘하이퍼 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은 짐바브웨 국민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갔다. 그 결과 짐바브웨는 자국 화폐 발행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009년 발행된 짐바브웨 화폐. ‘100조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지만 우리 돈으로는 4000원 정도의 값어치밖에 되지 않는다.(사진=구글 이미지 검색)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짐바브웨 국민 중 절반인 700여만명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높은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 만성적인 외화 부족 뿐만 아니라 장시간의 정전(停電), 열악한 의료 및 복지 서비스도 문제다.

이같은 짐바브웨의 형편없는 경제 사정을 고려한다면 무가베의 치부(致富) 수준은 지난 9월 그의 사망 당시 “무가베는 자유의 상징이고 국민의 해방과 자강을 위해 일생을 바친 범아프리카주의자였다”라고 한 에머슨 음낭가과 짐바브웨 대통령의 평가를 무색하게 했다. 같은 해인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은 3만9500달러, 실업률은 3.7%였다다.

생전 무가베 전 대통령은 ‘짐바브웨 독립 영웅’이었다. 그러나 1980년 영국에서 독립한 짐바브웨의 초대 총리로 취임한 그는 자신이 속한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 연맹’(ZANU-PF) 이외의 모든 정당 활동을 불법화하며 1당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이어서 그는 총리제를 폐지하고 대통령에 모든 권한을 집중된 독재 정치 체제를 구축하고 1987년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는 그의 집권 기간 동안 수만명을 학살하고 고문했다는 의혹이 붙어 다녔고 이와 함께 부정부패와 사치로 짐바브웨 경제를 파탄에 빠뜨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가베는 2009년에는 <워싱턴포스트>(WP)의 주말판 매거진 <퍼레이드>가 꼽은 세계 최악의 현직 독재자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무가베는 그의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에게 정권을 이양하기 위해 군부 출신 부통령 에머슨 음낭가과를 경질한 것이 원인이 돼 일어난 군부 쿠데타에 의해 1987년 이래 37년을 지켜온 권좌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이후 건강 악화로 싱가포르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그는 지난 9월6일 싱가포르에서 사망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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