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자 신혜선과의 연대보증계약 해지가 산은 대출의 우선 조건이었다는 취지로 법정 증언
“회생 신청 취하했지만 이력 때문에 대출 어렵다” 시인하기도...하지만 산은은 1400억 대출 허가
‘금융사기 농단’ 의혹을 받는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이 지난 2012년 산업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개인 회생 신청으로 대출받을 형편이 못 되었다는 법적 증언을 했다고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4일 폭로했다. 친노(親盧)계의 대부로 알려지는 이 원장은 그 후속 세대인 친문(親文)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워 이러한 대출을 받는 데 편의를 받았을 거란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심 의원이 이날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원장이 2012년 12월 대선을 앞둔 시점 산업은행에서 1400억원을 대출할 때 사업체 ‘아니베’를 공동 운영하던 신혜선 씨와의 연대보증계약 해지가 우선 조건이었다는 취지로 말한 녹취록을 확보했다.
헤당 녹취는 신 씨가 신한은행 관계자 고모 청담역지점 지점장과 박모 부지점장을 사금융알선,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고소한 법정에서 이 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검사 질의에 답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원장은 녹취록에서 “당시 은행에서 증인 명의로 돈을 못 빌리는 상황이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회생 신청이 돼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회생 신청을 취하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취하했지만 이미 신청한 이력 때문에 대출을 잘 안 해준다”고 했다.
이 원장은 우리들병원이 재정난을 겪는 데다가 부인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과 이혼을 앞두고 있어 개인회생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업자 신 씨에 따르면 이 원장은 김 회장에게 위자료로 250억원을 주고 월 2억씩 제공하는 조건을 이행해야 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나 채무가 너무 많아 이 원장은 회생 신청을 취하했다.
또한 심 의원이 확보한 산은 내부규칙을 보면 ‘개인회생 신청 경력자에 대한 여신 및 보증 주의’에서 산은이 규칙을 어기고 1400억원을 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근거로 심 의원은 산은의 대출을 특혜성으로 간주하고 이 원장이 사업 재기를 노릴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 원장은 법정에서 “연대보증인에서 빠져야 산은에서 대출을 해준다고 했다. 연대보증인에서 빠진 후에 산은에서 대출을 받아 그 빚을 전부 다 갚고 회생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 원장은 사업 안정화를 통해 신용이 회복됐으며 2017년 대선 직전 796억원을 산은에서 추가 대출한다.
심 의원은 “이 원장은 법정 증언을 통해 자신이 갚아야 할 돈은 신혜선씨 보증(259억)을 제외하고 1천억원 가까이 되는 돈과 부인 김수경씨 회사에 줘야 할 돈도 있다고 말했다”며 “(이 원장은) 당시 부채를 일시 반환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이어 “2012년 당시 이 원장 스스로 대출이 불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라며 “그럼에도 산은이 이 원장의 신용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하는 것은 특혜 심사를 자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