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조성 계획, 전문가와 시민들 반발 확산
"광화문광장 조성 필요성 자체엔 다들 동의" vs. "강행을 위한 요식행위 이제 그만"
"논란만 키워놓곤 역할 다했으니 시민더러 선택하라는 게 대체 뭐냐"
"서울시가 오히려 불필요하게 복잡한 문제로 만들어 올바른 판단 도출될 수 없게 해"
"강제수용 당하는 주민들 어떻게 할 것인가"...서울시 "따로 의견 듣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광화문광장 조성 계획이 여러 전문가와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광화문광장 구조 변경에 따른 교통문제 등이 심각하다는 문제제기와 함께 인근 주민들의 분노가 표출된 자리였다. 시민들은 서울시가 여러 차례의 토론회를 열고 있지만 이는 형식적 절차일 뿐 실질적 문제해결없이 일을 강행하겠다는 수순이라면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문제를 오히려 더 키우기만 한다며 갑갑해했다.

4일 오후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관련 4차 토론회'는 중간마다 터져 나오는 시민들의 고함소리로 진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있었던 3차 토론회까지의 핵심 의제들을 되짚어보고, 그간 시민들이 광화문광장 조성에 대해 요구했던 키워드들을 소개하기 위해 이날 토론회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서울시는 지금까지 있었던 토론회와 지역주민들과의 현장소통 행사 등을 경과보고 형식으로 발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장조성에 대한 아이디어 및 의견 수렴 창구인 소통 온라인 플랫폼을 소개하며 "수많은 소통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소통과정에서 제시된 각계 의견을 지속적으로 취합해 정책 반영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와 토론회 좌장을 맡은 강병근 건국대 건축학부 명예교수가 "서울시민들이 구조 변경을 골자로 하는 광화문광장 조성 필요성 자체엔 다들 동의한다"는 식으로 말하자 청중들은 고함을 치며 반발하기 시작했다. 객석에 앉은 시민 일부는 "박원순 시장은 쇼 그만하고 공개 방송 토론회를 하라"며 서울시 주최 토론회 등에 대해 요식행위였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남은경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국장은 "여러 설계도면과 예상되는 진행 절차를 놓고 시민들에게 선택하라 말하는 게 행정인가"라고 꼬집었다. 서울시 행정이 야기할 혼란이 교통문제에서 확연히 드러날텐데 서울시가 얼마나 시민들의 불만을 반영하고 있느냔 것이다. 교통대책이 온전하지 않다면 광화문광장 개편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더했다.

함인선 한양대학교 특임교수는 "박원순 시장은 반대하는 시민이 한사람도 없게끔 추진하겠다고 말했지만 현실적으로 반대가 없을 순 없다"며 시민들도 어느 정도 논의를 해서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해 상대를 자극했다. 남 국장은 "광화문광장을 왼쪽에 붙이냐, 오른쪽에 붙이냐 하는 예상조감도 몇 개 던져놓고 논란만 키워놓곤 역할을 다했으니 시민들이 선택하라는 게 대체 무슨 말씀이냐"면서 "각계 전문가들은 무얼 하길래 시민들이 결정하라는 건가"라고 맞섰다.

김은희 도시연대 정책연구센터 센터장은 광화문광장을 그대로 놔두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서울시가 오히려 문제를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들어 올바른 판단이 도출될 수 없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그는 "GTX-A 광화문역도 갑자기 추가가 됐다. 그런데 이것은 국토부가 광역교통망 차원에서 필요성을 판단할 문제다. 경복궁 광화문(光化門) 앞 월대(月臺) 복원 문제도 문화재청이 판단해야지 서울시가 일부 전문가와 시민들 몇 차례 불러서 해결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함소리에 토론회가 중단되는 일이 잦을 정도로 분위기는 무거웠다. 남 국장은 "서울시 계획대로면 광장 인근에 강제수용 당하는 주민들이 20명 정도 있다. 이들에게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말했다. 서울시 측은 반대하는 주민들을 따로 모시고 불만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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