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광덕 의원 입수한 울산경찰 지능범죄수사팀장 A 경위 공소장 근거...징역 3년 구형돼 선고 앞둔 인물
'김기현 수사팀' 구성 반년 전~6.13 지방선거 한달 전 통화만 535차례...압수수색 영장기각, 수사자료 등 고발인과 공유
기존 수사팀장 좌천시키고 A 경위 임명한 황운하, '김기현 고발인' 건설업자 김씨와 유착 인지-개입여부가 중점
황운하 "허위보고 때문" 주장...보고 당시 靑 하달 추정 첩보로 들은 '김기현 동생이 30억원 받았다' 내용 없어서인 듯

지난해 6.13 지방선거 직전 자유한국당 유력후보인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근을 수사한 울산경찰 수사팀장이 김기현 전 시장의 고발인과 500건 넘게 통화하고, 수사보고서를 보여주는 등 수사 기밀을 수시로 넘겼다는 정황이 제기됐다. 양측이 사실상 '공모 관계'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중앙일보 등에 따르면,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앞서 3일 청와대가 하명(下命)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기현 수사'를 맡았던 울산경찰청 소속 지능범죄수사팀장 A 경위의 공소장을 법무부로부터 입수해 이같이 파악했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전 울산지방경찰청장).(사진=연합뉴스)

김기현 전 시장 관련 의혹 수사팀은 2017년 10월 구성됐다. 당시 울산경찰청에 부임한 지 석달쯤 됐던 황운하 현 대전경찰청장은 기존 수사팀을 좌천시키고 울산청 지능범죄수사대 팀장으로 A 경위를 발탁, 그에게 '김기현 수사'를 맡겼다.  

A 경위는 건설업자와의 유착 관계 등이 드러나 올해 3월 수사 업무에서 배제됐다. 그는 올해 5월 수사 사항 누설 및 강요 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A 경위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A 경위는 김씨와 '김기현 수사팀'을 꾸리기 반년 전인 2017년 4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모두 535차례 통화했다. 또 A 경위는 김 전 시장 고발인인 건설업자 김모씨에게 수사 기밀 내용이 담긴 압수수색 영장 기각 결정서, 녹취록, 수사착수 보고서 등을 유출했다.
 
공소장에는 2017년 12월19일 담당 검사로부터 범죄혐의의 소명부족 등을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자 A경위가 이튿날 울산경찰청 2층 조사실에서 건설업자 김씨와 단둘이 만나 직무상 비밀인 '검사 압수수색검증 영장 기각 결정서'를 보여줬다고 나온다. 

이 기각 결정서에는 검사의 수사지휘 내용, 사건 관련 계약인수서 등도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A 경위는 이어 같은달엔 울산청 2층 조사실에서 수사자료 '지방토지수용위원회 심의 녹취록'을 김씨에게 보여줬다. 해당 문건은 김씨가 고발한 울산시청 공무원 직권남용 사건과 관련한 수사 자료였다.  

이후에도 A 경위는 수사자료를 계속 김씨에게 유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A 경위는 지난해 8월 중순에는 고발당한 인사들의 체포영장신청이 예정됐다는 사실, 참고인 진술요지가 담긴 '김기현 시장 등 변호사법 위반 수사 착수보고' 등을 김씨 사무실에서 건넸다. 이 보고서에는 피고발인 주소, 전화번호 등도 담겨 있었다.

 이후 울산경찰청은 지난해 5월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 박모씨가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 특정 레미콘 업체 물량을 받도록 강요한 것(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으로 보고 지난해 5월 울산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넘겼지만, 검찰의 수사지휘 단계에서 갈등을 겪은 끝에 무혐의 처분됐다. 기소의견 송치 한달 뒤인 6·13 지방선거에서 김 전 시장은 낙선하면서 경찰의 선거개입이라는 논란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됐다.
 
한국당은 김 전 시장 수사를 '청부 수사'로 간주하고 공세를 강화해 나가는 중이다. 주광덕 의원은 "황운하 청장이 '수사할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을 냈던 전임자를 좌천시키고 A경위를 발탁했다"며 "그런데 정작 A 경위가 고발인에게 수사보고서까지 보여주는 등 청탁, 청부 수사를 한 게 다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황 청장이 A 경위와 김씨간 유착 관계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었느냐에 이목이 집중된다. 

주 의원의 언급대로, 황 청장은 울산경찰청장 부임 석달째이던 2017년 10월 김 전 시장을 겨냥한 비위 제보 등과 관련해 "수사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냈던 수사팀을 좌천 인사했다.이후 A 경위를 발탁해 김 전 시장의 수사를 한 것이다.

당시 황 청장은 울산청 내부 일부 경찰관이 '청탁 수사' 의혹을 살 수 있어 부적절하다며 반대했음에도 A 경위를 수사팀장에 앉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가 울산지검으로부터 황운하 청장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과 관련한 기록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하면서 다시 수면위에 떠올랐다. 중앙지검은 당시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는지, 그랬다면 황 청장이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관을 좌천시킨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해당 사건은 청와대의 하명수사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에 대해 황 청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사팀 경질 배경을 두고 "명백한 허위보고를 한 책임을 물어 문책 인사를 한 것"이라며 "수사 의지가 없어 (수사팀을) 교체했다는 건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국당 3대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인 곽상도 의원은 3일 유튜브 '펜앤드마이크TV'에 출연해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실-백원우 민정비서관실을 언급한 뒤 "저희가 추측하는 게, 황운하씨를 울산경찰청으로 내려보낼 때부터 (김기현 낙선이라는) 미션을 줘서 보냈다는 구도"라며 "미션을 받은 황운하씨가 내려오자마자 이 사건에 대해 기존 수사팀으로부터 수사 상황을 보고받았는데, '자기가 (청와대로부터) 들었던' 내용이 없는 거다. 어떤 게 없었느냐 하면 30억짜리 용역계약서가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보고가 없었다는 이유로 '기존 수사팀이 수사 의지가 없고 수사를 못한다'는 이유로 수사팀을 경질했다"고 주장했다.

황 청장은 같은날 '어용지식인'을 자임하는 여권(與圈)인사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 "제가 (울산경찰청장에) 부임한 2017년의 9월부터 김 전 시장 동생이 건설업자에게 30억원을 받았다는 구체적 정황이 확보됐다"고 주장하면서 "검찰과 언론이 직권남용, 선거개입으로 짜 맞추려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서울중앙지검을 향해서는 "이 건으로 황운하를 손보려고 하는 것 같진 않고 청와대를 공격하려고 이 사건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검찰 입장에서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가장 핵심적인 동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기 때문에 공격하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현직 지방경찰청장으로서 친여매체에 등장해 검찰 공격 발언을 한 것이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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