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하명수사 의혹' 울산경찰청, 첩보 문건에 김기현 외 다른 野 후보에도 혐의 거론...靑이 울산 '물갈이' 시도?

청와대와 경찰 등이 조작한 혐의를 받아 울산시장 선거에서 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우)과 문재인 대통령의 절친인 송철호 울산시장(좌), 당시 김기현 전 시장에 대한 수사에 나섰던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가운데).
청와대와 경찰 등이 조작한 혐의를 받아 울산시장 선거에서 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우)과 문재인 대통령의 절친인 송철호 울산시장(좌), 당시 김기현 전 시장에 대한 수사에 나섰던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가운데).

청와대가 지방선거 전 야권 후보에 조작된 혐의를 씌워 낙선시켰다는 ‘김기현 하명수사’ 의혹에 울산지역 야당 국회의원 3~4명도 연루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첩보 문건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 외 다른 야권 후보들이 올라있던 것이다. 청와대가 지난해 야권이 우세했던 울산지역 전체 ‘물갈이’를 의도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17년 11월 경찰청에 하달한 ‘김기현 첩보’ 문건엔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김 전 시장과 현 자유한국당・무소속 의원 4~5명에게 조직적으로 정치자금을 모아 전달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과학기술원이 교직원들에게 4~5명의 현 야권 의원들에게 개인 명의 정치자금을 보내도록 협박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이를 근거로 지난해 4월경 내사에 착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시장 주변 압수수색이 있었던 지난해 3월 이후 한달여 만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시장에 대한 압수수색과 함께 지역 야권 후보들에만 지방선거 전 전반적으로 혐의를 씌우려 했다는 말이 나온다.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어 경찰이 조사했다는 보도도 울산지방경찰청이 쏟아냈다. 경찰은 울산시장 선거에서 송철호 민주당 후보(53.66%)가 선거여론조사 초기에는 앞섰던 김 전 시장(38.82%)을 누르고 당선된 뒤엔 야권 의원들에 대한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송철호 당시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등을 선거 전에 만나 ‘기획 수사’를 논의하지 않았는지 의심하고 수사 중이다. 송 당시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인권 변호사 시절 동료인 ‘절친’ 인사로, 울산시장 당선 뒤 최근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알려진 상태다. 청와대는 울산시장 첩보 문건에 개입했다는 보도 등을 부인하고 있지만, ‘하명수사’ 의혹에 추가 인물들이 거론되면서 수사 규모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울산시장 첩보 문건 생산과 경찰 이첩 등을 감독 관리했다는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백원우 별동대)에 근무했던 백모 수사관이 지난 1일 숨진 채로 발견되면서,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는 진상조사 요구와 함께 “증인들에게 더 이상의 피해가 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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