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러 ‘가스프롬’-中 CNPC 30년 장기 계약 맺고 가스管 연결 작업...2일 첫 가동식
미국과의 무역 갈등 장기화...‘시베리아의 힘’, 中 에너지 문제 상당 부분 해결할 것 기대
지난 9월 2년 연속 中-러 합동 군사 훈련 실시 등 안보 협력 강화하는 가운데 경제 동맹까지...‘새로운 냉전’ 시대 돌입

서로 악수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사진=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협력’을 넘어 본격적인 ‘경제동맹’ 체제에 돌입한다. 러시아산(産)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운반하는 파이프라인 1호 ‘시베리아의 힘’이 2일부터 가동을 시작한 것이다.

중·러 양국은 지난 2014년 30년에 이르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시베리아의 힘’ 파이프라인을 통해 계약 기간 동안 총 3200억달러(한화 약 380조원에 상당)어치의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수출하게 된다. 우선 가동되는 구간은 중국 지린성(吉林省) 창링(長嶺)까지이지만 중-러 양국은 2023년을 목표로 상하이(上海) 부근까지 파이프라인을 연장할 계획이다.

동(東) 시베리아로부터 중국 북동부 지역에까지 이르는 전장 3200킬로미터(㎞)의 파이프라인의 건설은 러시아 최대의 천연가스 수출 기업 ‘가스프롬’(Gazprom)이 맡았다. ‘가스프롬’은 지난 2014년 중국 내 전체 가스 파이프라인 가운데 80%를 관리하는 중국 국영 기업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中國石油天然氣集團, CNPC)과 손을 잡았다.

중국과 러시아를 잇는 파이프라인이 가동됨에 따라 중국의 천연가스 수급도 숨통을 트게 될 전망이다.

최근 중국의 천연가스 소비량이 그 생산량을 넘어서며 빠르게 증가해 왔다. 2012년 중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2000년 대비 292% 증가한 데 그쳤으나 소비량은 2000년 대비 500%나 증가한 것이다. 이에 중국의 천연가스 수입량도 덩달아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18년에는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수입국에 올라섰다. 하지만 중국 국내 천연가스 가격은 중국 정부 당국에 의해 통제되고 있어 수입가격보다 낮게 책정돼 수입량의 증대는 곧 천연가스의 수입 및 판매와 관련된 기업들의 손실로 직결돼 중국으로서는 골머리를 썩여오던 차였다.

그러나 ‘시베리아의 힘’이 본격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4년 이후에는 연간 수송 능력이 380억제곱미터(㎡)에 달하면서 ‘시베리아의 힘’이 중국의 연간 천연가스 수입량의 20%를 담당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중국 당국은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중국이 맞은 에너지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중국과 러시아를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가설 계획. 실선으로 표시된 구간에서 가동이 개시됐으며 2023년까지 중·러 양국은 파이프라인을 상하이까지 연장할 계획이다.(지도=구글 지도)

‘시베리아의 힘’은 경제적 차원뿐만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도 중·러 양국 간의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의 상당량을 미국에 의존해 온 중국으로서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미국과의 ‘무역 마찰’ 또한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러시아로서도 지난 2014년 크림반도 무력 병합(倂合) 이래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를 받게 돼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수출길이 녹록치 않던 차에 중국으로의 활로가 뚫려 한시름 놓게 됐다.

2일 ‘시베리아의 힘’ 가동 기념식에 참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너지 분야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질적으로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시베리아 힘’의 가동이) 중국과 러시아 양국 간의 깊은 통합과 전략적 협력의 표본이 될 것”이라며 화답, 중·러 양국 정상은 향후 안보 차원을 뛰어넘어 경제적 차원에서도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아갈 것임을 시사했다.

중·러 양국은 지난 9월 2년 연속으로 대규모의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하는 등 미국에 대항해 군사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지난 2011년 중국으로 석유를 수송하는 석유 파이프라인을 가동하고 북극권 LNG 개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등의 경제 협력을 추진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인류가 소련과 동구권 공산주의 국가들의 몰락을 경험한 지도 벌써 30년이 흐른 2019년, 미국을 포함한 시장자유주의 진영과 중·러로 대표되는 국가자본주의 진영 사이의 패권 싸움이라는 형태로 ‘새로운 냉전’이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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