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소환직전 석연찮은 사망에 "억측과 오해때문 아니냐...극단적 선택 할 수밖에 없던 이유 밝혀져야"
'대통령 친인척관리-특수관계인 벗어난 첩보논란' 민정비서관실 비선 특감반원 두고 "민정수석실 직원" 물타기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反)부패비서관실 정식 특별감찰반과 별도로 '백원우 민정비서관실' 휘하에서 월권적 첩보활동을 벌인 것으로 지목된 비선(秘選) 특감반원 2명 중 1명이 갑자기 사망한 직후, 청와대는 "'백원우 별동대'가 가동됐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6.13 지방선거 직전 청와대 하명(下命)으로 개시된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를 울산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챙겼다'는 의혹을 받은 이른바 '백원우 특감반원' 2명에 관해 이같이 말했다. 백원우 특감반원 2명 중 1명은 전날(1일) '참고인 신분' 검찰 소환 직전 지인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파견 행정관 출신 백모 수사관이다. 

'백원우 별동대', '백원우 특감반'으로 불리기 시작한 이들은 '민심 동향파악'이나 '대통령 친인척 및 주변 인사 관리'를 맡도록 한 민정비서관실 업무를 벗어나 야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 동향을 불법적으로 수집·생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는 비위 제보를 '단순 이첩'했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백 전 비서관이 같은 민정수석실 산하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김기현 울산시장 비위 첩보 봉투'를 직접 건넸다는 박형철 비서관 본인의 진술, 김 전 시장을 고발한 건설업자가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낸 비위 첩보 원본과 청와대가 경찰청에 하달한 첩보 문건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 등으로 청와대 주장은 설득력을 잃어왔다.

게다가 숨진 백 수사관은 검찰에 출석하게 되면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한 과거 자신의 진술을 번복·해명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려 있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날 조선일보 등에 따르면 백 수사관은 올 초 "김 전 시장 관련 수사와 관련해 울산에 내려간 적이 없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지난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민정비서관실 소속 감찰반원이 지방선거 직전 울산에 내려간 사실'을 시인해버리면서 해명이 엇갈린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주변에 토로한 것으로 알려진 백 수사관은 그 이틀 뒤 '참고인 신분 소환'을 앞두고도 급작스럽게 숨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날 고민정 대변인은 "이 2명의 특감반원이 당시 울산시장 사건 수사를 점검했다는 언론 보도가 계속 이어지는데 이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저희가 확인했지만, 창성동 특감반원들은 울산시장 첩보 문건 수사 진행과는 일절 관련이 없다"고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폈다. 또한 "'당시 직제상 없는 일을 했다'든지 혹은 '비서관의 별동대였다'든지 하는 등의 억측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을 거듭했다.

고 대변인은 "고인이 활동한 민정비서관실 특감반 편제·활동을 설명하면, 당시 이 특감반은 대통령 비서실 직제 7조 1항 3호에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 업무를 담당했다"며 "2017년 민정실 특감반은 5명 중 3인은 친인척, 2인은 특수관계인 담당이었고, 어제 돌아가신 한 분은 특수관계인 담당 2인 중 한 명"이라고 했다.

'대통령 친인척도, 특수관계인도 아닌' 야당 선출직 공직자를 불법 감찰했다는 혐의와 무관한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원은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을 담당할 뿐 아니라 민정(수석)비서관실 직원이기도 하다"고 직제 구분을 흐리는 언급도 했다. 

그러면서 "민정비서관실은 '민정수석실 선임 비서관실'로, 업무 성질 및 법규상 위배되는 사례를 제외하고는 민정수석실 조력이 가능하다"며 "그래서 해경이나 정부 포상 관련 감찰 업무를 수행한 게 조력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감찰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고 대변인은 "2018년 1월 경 민정비서관실 주관으로 집권 2년 차를 맞아 행정부내 기관 간 엇박자와 이해 충돌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고, 그 실태조사를 위해 민정수석실 행정관, 감찰반원 30여 명이 대면 청취를 했다"며 "이 과정에서 이 두 분의 감찰반원은 울산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현장 대면 청취를 담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8년 1월 11일쯤으로 추정되는데 그날 오전 이들은 기차를 타고 오후에 울산에 도착해 먼저 해경을 방문해 중립적 견지에서 고래고기 사건 설명을 청취했다"며 "그 다음 고인은 울산지검으로, 또 다른 감찰반원은 울산경찰청으로 가서 고래고기 사건 속사정을 청취했다. 그리고 각각 기차를 타고 상경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 대변인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민정비서관실 업무와 관련된 과도한 오해와 억측이 고인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진 게 아닌지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 권력형 비리 관여 의혹 핵심인물의 사망 책임을 언론과 검찰에 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백 수사관의 석연찮은 사망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전화' 등이 구설에 오른 대해서도 그는 "어떤 이유에서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백 수사관의 석연찮은 사망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에도, 조국 전 민정수석(전 법무장관) 가족펀드 운용사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PE) 투자를 받은 전지업체 더블유에프엠(WFM)에 대출을 해 준 것 등 주가조작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상상인저축은행 직원이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이 직원은 사망 일주일 전(22일)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받았었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상상인저축은행이 저축은행법을 위반했다며 징계를 내리고 검찰에 수사를 요구했으며, 금융위원회는 이 직원을 상상인저축은행과 업체들 사이에서 대출을 알선한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조국 가족펀드' 수사 참고인의 사망에 이어 '백원우 별동대' 활동 행적이 지목된 수사관이 검찰 조사 직전 숨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선 "와 또 자살당했네. 이게 민주주의 정권이냐" "수사 압박 들어오니 다 죽여버리는구나" 등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관련자 여러분 살고 싶으신가요? 일단 다 불고 자진해서 구속되시는 걸 추천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백원우 별동대 활동 정황을 첫 보도한 지난달 30일 한 언론보도의 댓글은 "내가 장담하는데 곧 A행정관 자살 뉴스 나온다"라고 예견했는데, 불길한 예감이 실현되고 말았다는 세간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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