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활의 시시비비] 野추천 보직에 '행동하는 자유주의자' 현진권...한국당, 이건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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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12.02 11:57:29
  • 최종수정 2019.12.0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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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운동은 출셋길, 우파운동은 가시밭길인 한국의 뒤틀린 현실
가치와 大義의 깃발 아래 싸울 수 있는 구성원 적은 조직은 오합지졸
한국당, '행동하는 자유주의자' 현진권을 국회도서관장 추천한 것 잘 했다
기회주의자가 아니라 자유와 시장의 가치가 몸에 밴 인사들을 중용해야
권순활 펜앤드마이크 부사장 겸 편집제작본부장
권순활 펜앤드마이크 부사장 겸 편집제작본부장

재정분야 전문가인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한국 경제학계에서 행동하는 자유주의자로 꼽힌다.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한국재정학회장 등을 거쳐 20144월 자유경제원장에 취임했다. 그러나 탄핵정변을 거치면서 몰아닥친 소위 적폐청산광풍(狂風)에 휘말려 원장 직을 내놓아야 했고 자유경제원도 대폭 위축됐다. 그와 함께 일했던 유능한 젊은 연구원들도 나중에 대부분 새로운 일자리를 찾긴 했지만 일시적으로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는 고통을 맛보았다.

현진권 대표가 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의 자유경제원은 자유주의의 이념을 활발하게 전파하는 싱크탱크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관료주의 풍토에 물든 상당수 민관(民官) 연구소와 달리 각종 사회적 이슈에 기민하고 열정적으로 대응했다. 토론회나 언론 기고, 인터뷰, 성명서, 집회, 페이스북 등을 통해 활발하게 목소리를 냈다. ‘나는 왜 자유주의자가 되었나같은 서적을 출간하고 젊은 자유주의 필진의 글을 늘리거나 대학생 칼럼 대회, 고교생을 위한 강연회도 개최했다.

당시 자유경제원의 인원은 연구 및 행정인력을 합해 13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웹사이트 분석업체 랭키닷컴이 조사하는 경제연구소 홈페이지 방문자 순위에서 2013년만 해도 10위권 밖이었던 자유경제원은 현 대표가 원장으로 취임한 해인 2014년 말에는 삼성경제연구소에 이어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는 인류의 번영과 대한민국의 부국(富國)을 가져온 자유주의가 젊은 세대와 동떨어져 존재해서는 안 된다면서 쉽고 감성에 와 닿는 방식을 강조했다. 당시 동아일보 논설위원이던 나는 이 연구소의 대중성 확보 노력과 성과에 주목해 자유경제원의 약진이란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작년 1월 펜앤드마이크 창간과 함께 객원 칼럼니스트로 위촉돼 깊이 있고 날카로운 칼럼을 써오고 있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자유경제원장 직에서 사실상 쫓겨나 낭인이 된 현진권 대표가 최근 국회도서관장에 임명됐다. 20대 국회에서 국회도서관장은 야당 몫으로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추천하는 몇 안 되는 자리다. 단적으로 말해서 한국당이 현 대표를 추천한 것은 잘한 일이다.국회도서관장이란 자리가 얼마나 비중이 있는지와 별도로 필자가 이번 인사를 주목하는 것은 그동안 소위 한국의 보수정당 세력이 자주 보여온 한심한 인사 행태를 탈피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좌파운동은 개인적으로 힘든 길이고 우파운동은 돈과 권력이 따른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좌파성향 시민단체 활동을 한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보상 받는다. 상당수는 국회의원이 됐고 지금처럼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공직과 공공기관의 고위직에도 대거 진출했다. 심지어 비좌파 정권 때도 자신들이 장악한 지방자치단체나 당시 야당이 추천하는 자리를 차지했다.

반면 우파운동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명색이 보수우파 정권이라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출세한 고위직 중에는 대한민국의 핵심가치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를 위해 고민하고 싸운 사람들보다는 이념과 가치를 비웃는 기회주의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좌파운동이 누려온 단물과 특혜는 당연시하는 세력이 가뭄에 콩나듯발탁되는 우파 운동가들에게 극우친일이니 하는 말도 안 되는 낙인을 찍으며 매도해도 제대로 받아치지도 못하고 쩔쩔 매곤 했다. 탄핵 정변 후 야당으로 전락한 뒤에도 몇 안 되는 야당 추천 보직을 맡은 사람들의 행태 역시 실망스럽다는 비판이 적지않게 들린다.

박근혜 정권 시절이던 20147월 국무총리에 내정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일부 언론의 악마의 편집과 이런 선동에 휘둘린 여야 정치권의 공세, 박근혜 대통령의 수수방관으로 총리 인사청문회도 하지 못하고 낙마한 직후 원로 언론인인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이렇게 썼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줄 세력은 이제 없어졌다. 특정 지역, 특정 그룹 정도는 남아 있겠지만 의미 있는 오피니언 세력으로 그를 지지하던 사람들은 우파 야당으로 돌아섰다.” 그는 또 웰빙족 새누리당은 청산의 대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나는 가치와 대의(大義)의 깃발 아래 싸울 수 있는 구성원이 적은 조직은 결정적 위기가 오면 오합지졸의 집단으로 전락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말도 안 되는 탄핵 정국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 공직자나 국회의원 당선에 도움을 준 정치인 중 상당수가 어떤 행태를 보였는지를 기억해보라. 한국당은 앞으로 국회의원(특히 비례대표) 공천을 비롯해 넒은 의미의 각종 인사(人事) 정책에서 언제라도 상황이 어려워지면 배신할 수 있는 기회주의자들이 아닌, 자유와 시장이라는 대한민국적 가치가 몸에 배어있고 이를 지키기 위해 실제로 행동한 경험이 있는 투사(鬪士)들을 중용해야 한다. 이번 현진권 국회도서관장 추천이 그런 인식과 의미를 담은 첫 발걸음이기를 바란다.

권순활 부사장 겸 편집제작본부장 ks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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