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장, 한국 1호 산장이자 국립공원 마지막 민간 산장
1998년 기부채납 조건으로 신축 허가...20년 기한 만료됨에 따라 영업 종료
3대째 지켜온 김금자씨 "그간 산장 이용해준 등산객들께 고맙다"
북한산국립공원, 내년 상반기 리모델링 착공 뒤 재개장

산악인들의 쉼터였던 북한산 백운산장이 영업을 종료했다. 북한산 백운대와 인수봉으로 가는 길목을 95년 동안 지켜온 백운산장은 한국 1호 산장이자 국립공원 마지막 민간 산장이었다.

북한산국립공원 측은 2일 기부채납 이행을 위해 백운산장 정리 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백운산장은 1924년 작은 오두막으로 시작했다. 산장의 현판은 전설적인 마라토너 손기정 옹의 친필로 3대에 걸쳐 운영됐다.

백운산장은 북한산 등산객들에게 요깃거리와 간식, 음료 등을 판매하는 곳이면서 새벽 등반 전 하룻밤의 베이스캠프로 이용되는 곳이기도 했다. 험준한 바위산인 북한산에서 등반 중 산악사고가 나면 인근 부상자를 가장 먼저 실어나르는 곳이 백운산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1992년 화재로 소실됐던 백운산장은 1998년 기부채납 조건으로 신축 허가를 받았다. 국유지인 현재 위치의 백운산장 토지를 20년 간 사용한 뒤 국가에 내놓는다는 내용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17년 7월 백운산장 소유주 이영구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올해 5월 공단의 손을 들어줬고, 양측의 논의 끝에 퇴거 시점을 12월 초로 결정했다.

산장을 3대째 이어받아 58년 동안 지켜온 산장지기 김금자(79)씨는 1일부로 영업을 종료했다며 "그간 산장을 이용해준 등산객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써 붙여놨다"고 말했다. 3대째로 함께 산장 관리를 하던 남편 이영구씨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북한산국립공원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에 리모델링을 위해 착공에 들어간 뒤 재개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새롭게 준공된 산장 1층은 산악사진 전시나 안내·휴게 공간으로 활용하고, 2층은 특수산악구조대가 근무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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