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원리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2명 죽고 3명 다쳐
용의자 우스만 칸, 지난 2010년에도 런던 금융가 폭탄 테러 계획하다 체포돼 수감...지난 2018년 석방
영국 등 유럽 각지 무슬림 수 증가하는 가운데 기독교 교인-무슬림 간 갈등 첨예화

사건 부근 현장을 런던 경찰이 통제중이다.(사진=연합뉴스)
사건 현장 부근을 런던 경찰이 통제중이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1월29일(영국 현지시간), 영국 내 이슬람 과격 단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남성이 런던교(橋)에서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남녀 각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런던 경찰 당국이 용의자로 체포한 이는 올해 28세의 우스만 칸(Usman Khan). 그는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의 영향을 받은 영국 내 이슬람 과격 단체 소속으로 런던증권거래소에 폭탄 테러를 가할 계획을 세우던 가운데 검거돼 9년 전인 지난 2010년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는 인물이다. 당시 재판 기록에 따르면 용의자 칸은 카슈미르 지방의 가족 소유의 땅에 테러리스트 군사 훈련 시설 설립을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2010년 재판을 맡았던 판사는 “(그는) 심각한 ‘지하디스트’(Jihadist,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해 군사행동이나 테러를 자행하는 이슬람 신자를 일컫는 말)”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고 한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템스 강을 사이에 두고 금융 기관이 밀집한 런던 중심가 ‘시티오브런던’과 ‘서더크구(區)’를 연결하는 런던교 위다. 용의자 칸은 2012년 유죄 확정 이후 복역하다가 지난 2018년 12월 ‘전자 태그’ 장치 부착 조건으로 석방됐다.

당일 칸은 사건이 일어난 장소인 런던교 부근 모처에서 범죄자 갱생에 관한 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돌연 모임 참가자들을 향해 칼을 빼내 휘두른 후 건물을 빠져나가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파악하고 런던 경찰은 해당 모임에 칸이 참석하게 된 경위를 포함해 당시 상황을 조사중이다.

사건이 일어난 런던교의 위치.(지도=구글 지도)

런던교 위에서의 테러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다리를 건너던 행인 8명이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2017년 사건 당시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가 해당 범행이 자신들에 의해 실행됐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는데, IS는 지난 11월30일 이번 사건도 자신들이 벌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IS는 범행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마땅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 했다.

이와 관련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사건 현장을 방문하고 “심각한 범죄자를 조기에 석방하는 것은 잘못된 조치이며 위험한 범죄자에 대한 적절한 판결이 중요하다”고 말해 용의자 칸이 석방에 이르게 된 경위를 검증할 것임을 시사했다.

사건 발생 후 12월에 치러지는 총선을 목전에 두고 치열히 선거 운동을 벌이던 영국 각 정당들은 자숙하는 모양새다.

한편 영국 내 무슬림(이슬람을 믿는 신자들) 수는 지난 1961년 5만여명에 불과하던 것이 꾸준히 늘어 지난 2017년에는 330만명에 이르렀다. 현재 런던시(市)에만 100만명이 넘는 무슬림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6년에는 파키스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사디크 칸이 런던 시장에 당선되기도 했다.

최근 영국뿐 아니라 독일 등 유럽 각국에서도 무슬림 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여러 갈등을 낳고 있다. 교회가 모스크(이슬람교 사원 내지 회당)로 바뀌고, 일부 극단적인 무슬림들은 해당 국가의 실정법 대신 이슬람 율법만이 통용되는 구역(샤리아존)을 별도 설치도록 요구하고도 있어 전통적으로 기독교 문명을 이뤄왔던 유럽인들과 무슬림 이민자들 사이에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