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민식이법 조건 건 적 없다. 본회의 직전에 가능한 필리버스터 신청당시 법사위 논의중이었다" 항변 거듭
"재적의원 5분의1 이상(의사정족수) 앉아있는데 본회의 안 열면 국회법 위반"...文의장은 '의결정족수' 안 된다며 개의 거부
여야간 장외 규탄대회 주고받아...밤까지 한국당 의원들 대기했으나 본회의 끝내 무산
199개 안건 필리버스터 신청, 이론상 한국당 의원 108명 4시간씩 '8만시간' 가까이 가능...정기국회 종료까진 270시간 미만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등 의원들이 지난 11월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과 국회의장 민생외면 국회파탄 규탄대회'를 열고 '필리버스터 보장, 민생법안 처리, 국회 본회의 개의'를 요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여야 교섭단체 합의 없이 패스트트랙을 거쳐 본회의 부의까지 된 준연동형비례제-선거연령 하향 공직선거법 저지 차원에서 29일 오후 본회의 안건들에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을 한 자유한국당이, 본회의 개의 자체를 막은 더불어민주당에 "정말 이런 적반하장이 있느냐"고 따졌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오후 5시30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 '민식이법' '데이터 3법' 등 주요 민생법안들은 애당초 우리가 필리버스터 한 법안의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늦게 논의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하고 우리 그 다음에 필리버스터 권한을 보장해달라고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말했다. (필리버스터는) 당연히 소수당에게 보장된 권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랬는데 민주당에서 뭐라고 하나. '필리버스터 철회하지 않으면 민생법안 처리 못 하겠다'고 한다. 그래놓고 지금 '(한국당) 규탄대회를 했다'는 말에, 정말 이런 적반하장이 있느냐는 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도 필리버스터 신청 및 대상법안 관련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필리버스터 요구는 본회의 직전에 하도록 돼있어 당시 본회의에 상정된 기 상정 법안 199건 모두 필리버스터를 걸었다"며 "2시 이후에 법사위를 통과한 민식이법 등은 대상이 아니다. 199개에 필리버스터를 걸었지만, 다 풀고 몇 개만 갖고 필리버스터를 할 기회를 달라고, 민생법안은 다 처리해주겠다고 했는데, 민주당과 국회의장이 응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모든 법안을 필리버스터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일부 철회하겠다는 의사도 분명 표시했다"면서 "우리가 법안 다 통과하고 필리버스터를 시작할 권한을 보장해 달라 했는데, 그걸 '약속을 못 해주겠다'고 하면서 지금 모든 민생법안을 스톱시키고 국회의장도 안 나타나고 민주당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그래놓고 우리보고 민생법안 처리 안 한다고 이야기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래서 지금 국회의장이 마땅히 국회의장으로서 해야 될 사회권, 직무를 이렇게 마음대로 유기하는 것, 이것은 사실상 국회법 위반"이라며 "재석의원 5분의 1 이상이 앉아있는데 본회의를 열지 않는다는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사실상 여권과 공모 중인 문희상 의장을 질타했다.

또한 민주당에 "당연히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하자고 하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서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으면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행태를 보였다. 그래놓고 이렇게 규탄을 하는 것을 보고 정말 민주당의 적반하장에 대해서 저희가 규탄할 수밖에 없다"고 책망했다. "다음달 10일 정기국회까지 저항의 시간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는 게 한국당의 입장 요지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3시13분에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본회의에 상정된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며 "이 저항의 대장정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불법 패스트트랙(선거·공수처법)의 완전한 철회 선언과 친문 게이트 국정조사 수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장이 (패스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민식이법을 먼저 상정해서 통과시킬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편 나 원내대표의 첫 긴급기자회견 직후 어린이 안전 관련법에 자신의 숨진 아이들의 이름을 내걸었던 민식·하준·해인·태호 부모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이 민식이법을 볼모로 잡았다는 취지로 규탄,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관해 나 원내대표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민식이법을 조건으로 걸지 않았다. 민식이법도 처리하자고 했는데, 민주당에서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으면 민생법안을 처리 못한다'고 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문 의장에게도 '선거법 개정안을 오늘 상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며 "그런데 민주당은 우리 당이 필리버스터를 전부 철회하지 않으면 본회의를 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후 나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으로 이동해 소속 의원들과 함께 민주당과 국회의장이 민생을 외면하고 국회를 파탄내고 있다는 내용의 규탄 대회를 열었다. 이에 앞서서는 선거법 패스트트랙 야합에 공조해온 민주당, 정의당, 대안신당 등이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을 공격하며 일제히 본회의에 불참해 개의를 무산시켰다. 

한국당 의원 약 50명은 본회의 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오후 9시까지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기했지만, 문 의장은 나 원내대표가 본회의 개의의 법적 근거로 언급한 '의사정족수(현 의석 기준 59석)'가 아닌 '의결정족수'(148석) 미달을 이유로 끝내 개의하지 않았다.

한국당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안건마다 의원 1명이 4시간씩 진행될 방침이었다. 이날 신청한 본회의 안건은 199건으로, 한국당 의원 108명이 4시간씩 하면 8만시간 이상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10일까지 270시간 안팎밖에 남지 않아 충분히 패스트트랙 법안을 저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문 의장이 12월3일 본회의 강제부의를 예고한 공수처법 등 여권발 검찰장악 논란법안들도 상정이 어려워지게 된다. 필리버스터 신청은 특히 정기국회 회기 내 선거법 등 '본회의 상정'을 허용하면 차기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곧바로 표결에 부쳐지는 점을 우려한 행보로 보인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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