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실세 천경득?...檢, 천경득 배후에 여권 핵심 인사들로 수사범위 넓혀
천경득, 유재수에게 인사청탁하고 감찰팀에 유재수 감찰중단 요청
소액주주 운동 등 매진한 변호사 출신...여권 내 돈줄 흐름에 밝은 인물일 가능성
유시민-윤건영-김경수-정재호 등 여권 핵심 인사들과 막역한 사이

2016년 1월 정의당이 운영하는 '정의당TV'에 나와 강연하고 있는 천경득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사진 = 유튜브 영상 캡처).  

검찰이 천경득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당시 이인걸 특별감찰반장에게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를 요청했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현 정권 핵심 인사들과 주고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보했다. 천 행정관이 때마다 실무자로 연루돼 있는 것을 확인한 검찰은 천 행정관 배후에 있는 여권 핵심 인사들로 수사범위를 넓히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최근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46, 사법연수원32기)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천 행정관(46, 사법연수원33기)의 청탁 사실을 알아냈다. 천 행정관은 이 전 반장에게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을 요구했다.

천 행정관은 평소 유 전 부시장과 가까운 사이로 서로 의견 교환을 하며 금융위원회 고위직 인사를 주물러 온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복원해냈다. 해당 메시지엔 천 행정관이 유 전 부시장에게 인사 청탁을 하면 서로 여러 인사를 놓고 선별하는 과정이 담겼다. 천 행정관은 이성호 현 금융위 상임위원(61, 사법연수원16기) 등을 추천했다고 한다. 1급 고위공무원인 금융위 상임위원은 금융위원장이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표면적 절차다. 변호사 활동을 하던 이 상임위원이 2017년 12월 금융위 상임위원직에 오르는 데 관련이 있는 금융당국 인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천 행정관이 청와대 인사수석실 소속도 아닌 총무비서관실 소속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천 행정관이 문재인 정권의 핵심 실세인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김경수 경남지사, 그리고 유 전 부시장 등과 의견을 교환하는 사이라는 점이 알려지자 일제히 주목하고 있다.

천 행정관은 경남 김해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01년 사법시험 43회에 합격했다. 2004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사무실을 낸 변호사 출신으로 소액주주 운동 등 금융 관련 사건에 일찍부터 매진해왔다.

특히 천 행정관은 같은 대학 경제학과 선배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매우 가까운 관계로 유 이사장이 2004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을 당시 변호인을 맡았다. 2007년 유 이사장이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로 경선에 뛰어들자 캠프의 운영지원팀장까지 도맡았다. 천 행정관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대선 후보의 캠프에 관여했고, 문 대통령의 외곽 지지모임인 '담쟁이포럼'에도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가 대표인 운영위는 운영위원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여기엔 이상민, 김경협, 홍익표 민주당 의원 등이 운영위원으로 천 행정관과 함께 했다.

소액주주 운동 등에 진력해온 천 행정관은 여권 핵심 인사들이 선거용으로 만든 금융 펀드에서도 제 역할을 했다. '문재인 펀드', '박원순 펀드' 등에는 모두 천 행정관이 있었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 당시에도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 '더문캠'에서 총무팀장을 맡았다. 그는 문 대통령의 후원회인 '문재힘 위원회' 대표도 했다. 이런 경력을 일람해보면 천 행정관이 여권 내 돈줄의 흐름을 소상히 알고 있는, 바꿔 말해 살림살이에 두각을 보인 인물이었을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국정조사를 요구한 우리들병원 사건에서도 천 행정관이 등장한다. 지난 2004년 변호사 사무소 개업을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한 천 행정관은 친노(親盧)-친문(親文) 핵심 인사들 상당수가 얽힌 우리들병원 사건에서 정재호 민주당 의원(경기 고양을)과의 인연으로 또 다시 등장하는 것이다. 천 행정관은 20대 국회가 출범한 해인 2016년 5월부터 그해 10월까지 정 의원의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천 행정관은 자신보다 8살 많은 정 의원을 공개적으로 '재호 형'이라고 부른다. 그는 문 대통령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함께 정 의원이 2015년 12월 출간한 책에 추천사를 썼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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