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일 칼럼] GM상황,외환위기 직전 기아사태와 너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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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8.02.22 10:31:30
  • 최종수정 2019.06.27 10:10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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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공장폐쇄, 부도 맞은 기아사태와 판박이
-국민여론 선동으로 회사 살리려 해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정치권 편승
남성일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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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1995년 초 당시 기아자동차에 근무하던 제자가 찾아왔다. 그는 학생시절 나의 수업시간에 “나라가 잘되려면 젊은 인재들이 제조업에 가야 한다”는 말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기아자동차에 들어갔고 종종 나와 연락을 취하던 사이였다. 그날 제자가 찾아와서 내게 한 말은 충격적이었다. “교수님, 우리 회사는 망합니다.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노조와 임원들이 결탁해서 회사를 다 말아먹기 때문입니다. 각종 구매에서부터 직원 채용에 이르기까지 노조간부와 임원들이 서로 짜고 자기 잇속차리기만 바쁩니다. 그러니 두고 보세요. 망하지 않고 배길 수가 없지요. 저는 이제 회사를 떠나려고 합니다.” 순진한 교수의 만류를 뒤로 한 채 얼마 후 그는 사표를 내고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간다고 떠났다. 

그로부터 2년 후인 1997년 기아의 부실은 마침내 수면위로 떠올랐고 부도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경영진과 은밀한 결탁으로 회사 부실을 초래하는 주범이었던 노조는 위기를 맞아 ‘구사대’를 자청하고 나서면서 정부가 제시하는 구제방안 이행을 적극적으로 저지했다. 예컨대 채권단 협의회에서 기아차의 정상화를 위해서 김선홍 당시 회장의 퇴진과 인력감축에 대한 노동조합의 협조 등을 요구하자 노조원들은 “그 다음날 김 회장 퇴진과 노조문제를 제기한 은행장들의 집 대문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협박성 글을 쓰고 항의 시위를 해서 은행장들을 질리게 만들었다.” (헤럴드경제 2005년 1월 28일자 기사에서 인용)’  

뿐만 아니라 노조는 “기아 위기는 정부와 삼성의 밀약에 의해서 발생했다”는 정치적 음로론을 제기하며 '기아 살리기'에 나섰다. “기아는 국민기업”이라는 억지논리까지 만들어가며 기아 살리기 여론을 선동하는데 앞장섰고 여기에 경실련을 비롯한 운동단체과 일부 언론까지 가세함으로써 기아문제는 개별기업 문제에서 국민운동으로 변질되었다. 뒤이어 당시 대선후보들이 경쟁하듯이 기아차 공장을 방문하고 “기아를 국민기업으로 살리겠다”고 함으로써 기아는 마침내 정치이슈가 되어 본질과는 멀어져 버렸다. 김영삼정부의 농림해양수석비서관이었던 최양부 장관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기아사태는 거의 3개월여 동안 우리 경제를 극도의 혼란에 빠트리고 국정의 발목을 잡았다. 기아사태를 주시하던 외국자본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우리 금융기관에 대한 국제신용도가 추락하면서 외화차입이 어려워지고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 치솟으며 외환 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기아사태는 결국 ‘환란’을 불러오는 도화선이 되었다.” (ifs Post 칼럼, 2016년 10월 5일자에서 인용) 

옛날 이야기를 되새기는 까닭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GM자동차의 군산공장 폐쇄 때문이다. GM이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자 곧바로 노조는 결사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또 일부 언론은 GM을 먹튀기업으로 폄하하기 시작했다. 여당을 비롯한 일부 정치권은 GM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노조 표를 의식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GM의 군산공장 폐쇄가 근로자 및 지역경제에 안타까운 일임은 분명하지만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면서 잘못 대응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GM의 경영이 최선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으나 가동률이 20%밖에 되지 않는 현실에서는 폐쇄하는 것이 답이라는 것을 경영을 해 본 사람이라면 다 안다. 더욱이 현실이 이렇게 된 데에는 노조가 일조하였다. 임금은 전세계 최상위권이면서 생산성은 전세계 최하위권인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임원들과 짜고 정규직 채용에 돈을 받고 개입해왔다. 부정부패로 회사를 위기에 빠뜨리는 행위를 해놓고 이제 와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 투쟁한다는 모습은 20여년전 기아차 사태의 초기와 너무 흡사하다. 

여기에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가세하고 나서는 모습 또한 익숙하다. 국민여론을 일으켜 회사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달라진게 있다면 과거에는 물러나야 할 경영진과 한 패였지만 지금은 GM을 먹튀기업으로 공격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해외투자자들은 지금 이 사태의 전개를 냉정하게 보고 있다. 경제원리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어거지 쓰기가 반복되면 이들은 한국에서의 투자를 빼내기 시작할 것이고 이는 순식간에 국제신용도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과 같은 개방경제에서 국제신용도 추락은 곧바로 경제위기를 가져온다. 

노조야 그렇다 치더라도 작금의 언론과 정치권을 보면 정말 걱정스럽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차단하기는커녕 오히려 편승하는 정치권의 움직임, 이런 노조와 정치권의 잘못을 견제해야 할 언론이 그릇된 여론선동에 앞장서는 현실을 보면 결코 보고 싶지 않는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올까 두렵다. 노조, 언론, 정치권의 세 바퀴가 엉뚱하게 굴러가면 그 종착역은 군산공장의 폐쇄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몰락이 될 수도 있다.

남성일 객원 칼럼니스트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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