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이첩 후 후속조치 없었다더니...관계자 “靑 직원들 내려와 수사현황 보고 갔다”
첩보 문건, 민원이나 제보 수준 아냐...구성·내용 면에서 수사기관 관련자 작성 의혹
靑 내 비밀팀 ‘백원우 특감반’, 정치적 사안 다루는 별도의 업무 다뤄

얘기 나누는 조국 민정수석(右)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연합뉴스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을 때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부하 직원들이 울산경찰청에 내려가 수사 현황 등을 점검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백 전 비서관은 김 전 시장의 낙마를 위해 청와대 권력과 영향력을 경찰에 행사해 ‘표적수사’를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른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이날 조선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울산경찰청 관계자와 접촉해 “당시 청와대 직원들이 울산으로 내려와 김 전 시장과 관련된 수사 현황 등을 살펴보고 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시장 측근의 비리 첩보를 반부패비서관실을 경유해 경찰청에 하달한 민정비서관실이 경찰의 수사 현황과 방향 등을 입수한 것이다. 앞서 백 전 비서관이 “우리는 김 전 시장에 대한 제보를 이첩한 이후 그 사건의 처리와 관련한 후속조치에 대해 전달받거나 보고받은 바 없다”고 주장한 것과 대조되는 진술이다.

당시 울산에 내려간 민정비서관실 직원들은 ‘백원우 특감반’이라는 청와대 내 별도의 비밀 집단에 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철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이 반장이고 반원은 검찰과 경찰 출신 1명씩으로 구성됐다는 것이 현재까지 알려진 정도다. 익명의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이들은 창성동 별관에 별도의 사무실에서, 별도의 업무를 했었다"면서 "주로 정치적인 사안을 다룬다는 소문만 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청와대가 경찰에 하달한 김 전 시장 관련 첩보 문건은 구성이나 내용에서 봤을 때 결코 일반인 수준의 제보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사기관 관계자가 작성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첩보 문건이 김 전 시장 측근과 가족에 대한 내용을 망라하는 등 프로의 솜씨가 가미된 수준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경찰이 청와대로부터 지시를 하달받고 이 같은 ‘정치적 표적 수사’를 벌였다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백 전 비서관을 포함한 청와대 별도의 특감반이 비리첩보를 수집하고 경찰에 수사를 지시한 것은 그들의 업무분장을 넘어서는 ‘월권’ 행위다. 검찰은 이 같은 의혹들을 조사하면서 ‘백원우 특감반’이 그동안 어떤 공작을 펼쳐왔는지 또한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전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때 경쟁자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여론조사에서 15% 포인트 가량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직후부터 격차가 좁혀지더니 끝내 낙선했다. 김 전 지사는 선거가 끝나고 9개월 뒤 경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송철호 현 울산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로 유명해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선거 공작이 청와대 비밀 특감반의 지휘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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