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변호사들이 유독 열심히 활동…“비전 있는 변호사 단체”
고영주 전 이사장·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 주요 시국 사건 변호
한 달에 한번씩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집회…'탈북가족상' 건립 추진
“자유민주주의 위기, 우파 변호사 단체에 시대적 ‘동기부여’ 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격히 늘어난 ‘명예훼손’ 소송으로 덩달아 바빠진 변호사들이 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한변) 소속 변호사들이다.

한변 변호사들은 현재진행형인 주요 시국 사건들의 재판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말한 일로 뒤늦게 재판을 받고 있는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과 2016년 서울역 광장에서 정대협 인사들에 대한 유인물을 나눠준 혐의로 재판을 받는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을 변호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채명성‧김상률‧이동찬 변호사도 이 단체 소속이다.

한변은 지난 2013년 북한주민의 인권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자유 우파 성향의 변호사 단체다. 주로 북한인권법 통과를 위해 활동해오다 최근 정국이 급변하면서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왼쪽부터 우인식, 이동찬, 채명성, 고영준 변호사
왼쪽부터 우인식, 이동찬, 채명성, 고영준 변호사

여러 우파 변호사 단체 중에서 청년 변호사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단체로도 유명하다. 한변 청년위원회 변호사들은 왜 이 ‘서슬 퍼런’ 시대의 시국 사건에 뛰어들었을까. 채명성 변호사(전 한변 공동대표‧40), 우인식 변호사(한변 사무총장‧42), 이동찬 변호사(한변 정책실장‧36), 고영준 변호사(32)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가 위기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법치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위해 법조인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고 입을 모았다.

=좌파 정권으로 바뀌고 나서 한변의 활동이 더 활발해진 것 같다

우인식 변호사 “박근혜 정부 때도 북한 인권과 통일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다만 조명이 잘 안 되는 문제가 있었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취합해 북한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기도 했고, 중국을 상대로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운동도 했다.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는 데도 역할을 했다. 그러다 정권이 바뀌고 정치 지형이 급변하면서 역설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제3자 입장에서 보면 ‘더 활발히 활동을 한다’고 보일 수 있다.”

채명성 변호사 “한변의 예전 활동이 크게 드러나지 않은 건 북한 인권법 통과 운동 위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우파 시민운동에 포커스가 맞춰지지 않았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다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 북한 인권과 통일 운동뿐 아니라 당장 시국 관련 사건들이 더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외연을 확장하는 것인가

이동찬 변호사 “한변 구성원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 등 보수 우파의 핵심 가치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 외연을 확장한다기보다, 한변이 넓게는 원래 그런 활동을 하는 단체라고 생각한다. 저도 그래서 한변에 합류했다.”

한변은 소속 변호사들을 투입해 ‘공익소송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시국 사건을 맡고 때로는 순수한 공익 변론도 한다. 지원하는 재판 진행을 논의하기 위해 매주 월요일 점심마다 도시락을 까먹으며 두 시간 이상씩 회의를 한다. 회의 때에는 최소 10명 이상이 모인다.

=文정부 들어 한변 ‘공익소송지원센터’가 바빠졌을 것 같다

이동찬 변호사 “많이 바빠졌다. 예전에는 사건이 접수돼도 수사 진행을 않고 갖고 있던 것을 이제는 수사에 착수하거나 재조사한다. 또 가만히 있다가 새로 소송을 제기하는 건도 꽤 있다.”

우인식 변호사 “대표적인 게 고영주 전 이사장 사건이다. 고 전 이사장의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은 2013년 1월에 나왔다. 그러다 재판으로 넘어간 게 2015년이다. 검찰은 이후에도 곧바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 민사 소송은 진행됐지만 형사 소송은 그냥 갖고 있었다. 그러다 정국이 변하며 ‘수사하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검찰이 고 전 이사장을 기소했다. 그 외에도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백남기 씨의 유족으로부터 명예훼손‧무고죄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한 장기정 자유청년연합대표 등의 소송을 맡고 있다. 박승훈 전 보훈처장도 한변 차원에서 지원할 생각이다”

=소송 지원 외에 또 어떤 활동을 하나

우인식 변호사 “각종 성명서를 내고, 소송을 지원하는 게 기본이다. 그 외에 최근에는 서훈 국정원장을 국가기밀 누설혐의로 고발하는 활동도 했다. 지난해에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결정한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 결의 무효 및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제주강정마을 구상권을 포기해 국가에 손해를 끼친 이낙연 국무총리와 박상기 법무부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작년 7월부터는 한 달에 한 번씩 중국 대사관 앞에서 '강제북송' 반대 집회를 연다. 탈북민들과 북한인권 시민단체들이 함께 참여한다"

지난 2002년 탈북한 김한미 양과 그 어머니가 중국 심양에 있는 일본 총영사관에 들어가려다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

이동찬 변호사 “위안부상을 일본대사관 앞에 만들어 뒀듯이, 중국 대사관 앞에 ‘탈북가족상’을 건립도 추진한다. 탈북 가족이 중국 공안에게 끌려가는 사진이 있다. 일본 대사관 안에 진입한 아이는 울고 있고, 그 어머니는 공안에게 대사관 밖으로 끌려 나가는 장면이다. 그걸 그대로 재현한 탈북가족상을 세우자는 기획이다.”

=한변에 변호사는 몇 분이나 계시나

우인식 변호사 “서류상으로는 300명 정도의 변호사가 있고, 활발히 활동하는 변호사는 50명 내외다. 그 중에 청년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15명 정도다.

채명성 변호사 “다른 우파 변호사단체와 다르게 약간 특이한 게, 젊은 변호사들이 열심히 활동한다는 점이다. 잘 뭉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가장 비전 있는 변호사단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동찬 변호사 “다른 우파 변호사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도 한변에 대해 젊은 변호사들이 많다’는 점을 제일 부러워한다”

=한변 규모가 더 커지면 좋을 것 같다. 누구든 찾아와도 되나

우인식 변호사 “현재는 한변이 회비로만 운영되는 실정이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든 찾아온다면 환영이다.”

이동찬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자금력, 회원 수 면에서도 탄탄하지만, 지금처럼 커질 수 있었던 건 그 시절의 ’동기부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지금은 우파 변호사단체가 더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는 상황이다. 젊은 보수층이 무력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런 때일수록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어려움을 겪어야 더 탄탄해지는 것 아니겠나. 내 생각대로 나라가 움직이고 세상이 움직이면 모여서 할 일도 없다. 이런 시련을 겪으며 한변이 성장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법조인으로서 한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동찬 변호사 “헌법가치, 법치주의의 수호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유시장경제, 법치주의가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다. 변호사들이 이런 가치를 지켜야 하는데, 지금 그게 많이 무너지고 있다고 본다. 헌법에서 ‘자유’ ‘시장’이 빠진다는 얘기도 들리는 상황이다. 결국 큰 가치를 수호하는 게 법조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그게 구체화된 것이 지금 정권에 대한 고발로 표출되는 거다.”

우인식 변호사 “이 변호사 말에 전면적으로 동의한다. 자유민주주의 시장은 우리에게 ‘공기’ 같은 존재다. 소중하지만 왜 소중한지 잘 모른다. 한국은 세계사에 유례없는 발전을 했다. 성장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틀 안에서 가능했다. 그런데 그 가치가 조용히 무너지는 조짐이 보인다. 우리가 볼 때는 엄중하다. 미시적으로는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모습도 보인다. 인권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가 있어서 민주화도 대통령 탄핵도 가능했다. 그런데 그걸 잘 아는 사람들이 정권을 잡은 뒤에 정권 비판을 못하도록 만드는 것에 반감이 크다.

고영준 변호사 “변호사들이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드러내는 건 이례적인 일인 것 같다. 그만큼 한국 사회가 위기라고 느끼고 있다. 예전에 민변에 속한 변호사들이 ‘민주주의가 위기다’라고 생각해서 목소리를 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보기엔 역설적으로, 지금이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별히 2030 변호사층이 이 부분에 대해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야 할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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