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인터뷰서 정부여당 정체성, 야권 통합 등 정치권 폭넓게 진단..."이제와서 그럴 줄 알았다니 어이없다" 뒷말도
탄핵정국 이전 더불어민주당에 몸담았던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정 전반에 어디 하나 편한 곳이 없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문제 자체를 모르는 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29일 보도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나라가 잘 돌아간다’고 한 건 자기 생각이 아니고 참모들이 써준 걸 얘기하는 것이다. 북한 말마따나 ‘아랫사람이 써주는 것만 줄줄 읽는다’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본다”며 “임기 절반이 지났다. 특이한 제도나 정책은 삼가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상식에 맞는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 외에도 김 전 대표는 “여당이 선거법을 개정하고 공수처인가 뭔가를 만든다는데 왜 필요한지 납득을 못 하겠다”며 “집권당이 총선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공수처를 두곤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이상한 기관”이라며 “요즘은 선거로 당선된 사람들이 권위주의 정권으로 바뀐다. 이 정부도 처음 시작한 게 사법부, 언론장악 아닌가. 어떻게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그리 막강한 힘을 휘두를 수 있나. 이렇게 상식을 벗어난 정치를 하면 나쁜 결과가 따른다. 로베스피에르가 기요틴 만들어 공포정치 하다 본인이 단두대의 이슬이 됐지 않나”라고 했다.
자유한국당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에도 ‘당 정체성’이 없다는 말도 했다. 김 전 대표는 2016년 자신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궤멸한다’고 말했다던 일화를 전하며 “그 당(민주당) 사람들이 ‘당 정체성에 위배되는 소리’라 했다. 내가 민주당의 정체성이 도대체 뭐냐고 물으니 답을 한마디도 못하더라”라고 했다. 그는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이 지금처럼 전형적인 과거형 정당에 머무는 한 합쳐봐야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단식을 두고도 “답답하니까 그랬겠지. 분위기 바꾸는 데는 작용을 하겠지만 큰 흐름을 주도할 수는 없다고 본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당장 내일 총선이 치러진다면 민주당과 한국당 의석이 비슷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김 전 대표는 2016년 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맡았다. 당시 민주당 내 친문(親文), 친노(親盧), 운동권 출신 의원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평가를 받는가 하면 경제민주화 등을 주장하며 우파 지식인들의 혹독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를 두고도 뒷 말이 나오기도 한다. 포털 뉴스 댓글과 페이스북 등에는 “그렇게 겪어봐서 지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대통령을 하려고 했으면 그 당의 총선을 지휘했던 사람으로, 그리고 평생 한국 정치에 관여한 지도자라면 ‘대통령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국민에 알렸어야 책임있는 정치인 아닌가” “자신만 써주면 박근혜한테도 갔다가, 문재인한테도 가놓곤 이제 와서 그럴 줄 알았다니 어이가 없다”는 등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